책으로 만나는 5.1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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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신부
황지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5월
품절


2005년 5월 19일, 광주민주화운동 25주년 기념 연극으로 '오월의 신부'를 올렸다. 20주년엔 임철우의 '봄날'을 봤고, 25주년 기념연극도 당연히 관람했다. 내가 5.18을 기념하는 일종의 동참이었다.

황지우 희곡을 바탕으로 한 오월의 신부는 물론 허구다. 작가도 80년 5월의 역사적 사실들을 자료로 하여 허구로 꾸민 것임을 밝히고 있다. 시민군 대변인으로 최후의 도청에서 죽어간 김현식과 그의 연인 오민정을 주축으로 광천동성당의 정신부와 광천동 빈민운동가인 허인호가 중심인물이다. 허인호는 최후까지 도청에 있었지만 살아 남아 미처버린다. 그가 알몸으로 무대에서 연기할 때 관객들 모두 눈물을 쏟으며 지켜봤다. 이 사진은 연극을 끝내고 한 기념촬영(허인호 역을 맡았던 배우는 맨 뒤에서 알몸의 상체만 보이는)이라 웃고 있지만, 나는 이 글을 쓰면서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겠다. 그때 사온 OST CD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또 다시 5월을 맞으며 우린 그들을 기억해야 한다. 5월에 하얀 아카시아 꽃처럼 스러져 간 넋들을!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했다. 산자로서의 죄의식과 부채감을 가진 시인과 작가, 화가와 음악가 등 모든 예술인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살려내는 5월의 그날을 우린 기억해야 한다. 황지우 시인이 그린 오월의 신부를 보는 내내 연극 장면들이 오버랩 되어 눈물이 났다.
내 책은 독서회원들이 빌려가서 지역도서관에서 빌려왔는데, 제목을 가리게 라벨을 붙인 무신경이 슬프다. 아래쪽 빈자리도 많은데 아무 생각없이 제목이 가려지게 붙여야 했단 말인가!

3부 22장으로 구성된 오월의 신부는 장이 바뀔 때마다 검은 종이에 무대와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들불야학의 교장인 오민정은 떠나버린 연인 김현식을 광주로 불러내린다. 떠나고 싶어도 발이 떨어지지 않고 마음이 들러붙은 사람들은 피를 요구하는 군부세력과 희생양이 필요했던 광주의 마음을 알고 죽음의 자리에 들어선다. 누군가는 해야 했기에 얼결에 그곳까지 밀려온 사람들과 함께~ 목숨을 요구하는 그들에게서 광주를 지키기 위해 무장할 수밖에 없었던 시민군은 떠날 사람은 떠나고 최후의 자리를 스스로 선택한 사람만 남는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오민정과 김현식은 정신부의 주례로 혼배성사를 드린다. 첫날 밤도 보낼 시간이 없었던 그들은 그렇게 오월의 신부가 되어 우리를 오열하게 한다. 아름다운 천사였다고... 묘비에 기록해 달라는 말을 남기고 각자의 역할을 다한다. 광주와 함께 죽었으나 영원히 사는 그들, 살아 남았으나 뜨거운 불로 지져진 허인호는 옷을 걸칠 필요가 없다. 사람은 죽는 것이 아니고 다만 잠잘 뿐이라고 말하는 그를 20년 돌보면서 정신부는 그를 통해 하느님의 구원을 깨닫는다.

5월의 신부가 되어 마지막 밤, 광주시민에게 호소하는 가두방송을 했던 그녀의 애절한 목소리에 잠들지 못했던 광주시민들처럼 숨죽인 가슴으로 눈물을 흘린다.

시민 여러분, 지금 계엄군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위대한 광주를 지켰던 우리의 젊은이들이 죽어갑니다.
시민 여러분, 잠들면 안 됩니다.
민주주의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모두 나와 주십시오
우리는 끝까지 광주를 지킬 것입니다.
우리를 잊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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