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스무 살, 아니 만 열아홉 살 사계절 1318 문고 38
박상률 지음 / 사계절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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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률 작가는 전남 진도 출신으로 80년 5월을 겪은 후,그 도시의 바람과 햇살과 냄새를 감당하기가 어려워 삶의 터전을 옮겨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밤차를 타고 그 도시를 빠져나왔지만 어디에 살든 그 도시를 떨쳐 버리지 못했고, 등에 업고 떠나왔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25년의 세월이 흘러도 내려놓지 못했던 그 도시의 울음이 가득한 이야기를 풀어냈다고 고백한다. 

2007년에 읽었는데 아들녀석 고등학교 학부모독서회 5월 토론도서라 다시 읽었다. 청소년을 위한 사계절의 1318문고로 2006년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었고, 5.18 기념재단 지원도서이기도 하다. 

80년 5월, 자신이 왜 죽어야 하는지도 모른 채 그 도시에 살고, 그 시간 그 거리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죽어간 야간대 고학생 영균이와 죽은 아들을 가슴에 품고 사는 그 어머니 월산댁의 이야기다. 처음 읽을 땐 정말 가슴이 터질듯했는데, 두번째 읽으니 면역 주사를 맞은 듯 눈물이 나지는 않았다. 그래도 역시 영균 엄마 월산댁의 안타까운 행보는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80년 5월, 먹고 사는 일에 바빠 세상이 뒤집혀도 관심을 가질 수 없었던 영균이는 철물점 출근길 시내 지하도 입구에서 복부총상으로 죽었다. 아들의 장례를 치뤘으면서 죽음을 받아 들이지 못하는 어머니 월산댁은 살아 있는 아들을 가슴에 품고 산다. '너'라는 호칭으로 영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화자와 어머니 월산댁의 행적이 교차 진술된다. 어머니 월산댁은 아들이 돌아올 거라고 믿으며, 영균이 쓰던 물건을 방에 그대로 둔 채 기다린다.

아들이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며 아들을 만나려고 철물점과 학교로 찾아가는 어머니, 아들을 먹이려고 김밥을 싸고 짜장면 곱빼기를 시켜 무덤으로 찾아간 어머니는 끝내 울음을 터뜨리게 만든다. "왜 젊은놈이 여기 누워 있냐, 난리틍도 끝났으니 어여 나오라"는 어머니의 절절함이 애처롭다. 자신의 꿈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죽어야 했던 스무 살, 아니 만 열아홉 살 영균의 죽음은 어머니의 꿈과 삶의 의미를 앗아갔다. 

산자의 죄의식과 부채감을 가진 자들이, 80년 광주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그 참혹함을 간접 체험케 된다. 자신에겐 절절한 체험이지만 상대방의 마음에 가 닿게 전달하기가 쉽지 않다는 작가의 말처럼, 전라도 사투리가 그대로 살아있는 5월 광주를 기억하는 이들도 그것을 내 이야기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80만이나 되는 도시가 열흘 간 섬처럼 고립되어, 완전무장한 군인들이 장갑차를 앞세우고 총칼과 몽둥이로 제압한 난리통이었다. 국민을 짓밟는 일을 '화려한 휴가'쯤으로 여겼던 그 놈들이 지금도 떵떵거리고 사는 현실에 분노한다. 지나간 역사의 한 자락으로 배우는  5.18이 되지 말고, 역사의 아픔과 민중의 피흘림을 통해 민주주의가 이어지고 성숙되고 있음을 알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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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09-05-12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타깝군요...

순오기 2009-05-12 11:03   좋아요 0 | URL
안타깝지요. 그래도 영화 '화려한 휴가' 덕에 많은 사람들이 80년 5월, 광주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좀 알게 됐지만 겪은 분들 얘기로는 절반도 못 보여줬다고 하더군요.ㅜㅜ

글샘 2009-05-12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다시 518이군요.
아직도 학살영웅은 잘도 살고있고, 강풀의 26년은 영화화가 요원하고...
경찰이 다시 80년대를 되살리고 있는 요즘입니다.

순오기 2009-05-13 01:11   좋아요 0 | URL
광주뉴스에서 전사모를 취재했는데~ 황당 자체더군요.
발포명령자로 전두환을 거론하는 건 왜곡이라나~~~ 헉, 기막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