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칠단의 비밀 - 방정환의 탐정소설 사계절 아동문고 34
방정환 지음, 김병하 그림 / 사계절 / 199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방정환(1899-1931)선생님은 '어린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고, 1922년 '천도교소년회' 창립 1주년 기념으로 '어린이날'을 제정. 선포해서 지금의 어린이날을 있게 했다. 아동문학잡지 '어린이'를 발간하고 아동문화단체인 '색동회'를 조직해서 아동문학가를 키우며 본인도 동화를 많이 썼다. 어린이 문화운동가.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사상가이기도 하다. 19세에 손병희 선생의 따님과 결혼했으며, 3·1만세운동이 일어나자 독립선언문을 배포하다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고문을 받고 1주일만에 석방된 적이 있다. 33세에 돌아가셔서 너무 안타깝다. 

37~8년 전에 이 책을 읽으며 얼마나 손에 땀을 쥐었던지, 지금도 생각하면 나의 초등시절 최고의 작품이라고 기억된다. 4~5년 전이던가 막내가 초등학교도서실에서 빌려왔기에 다시 읽었고, 이번엔 어머니독서회 5월 토론도서라 또 읽었다. 거의 40년 세월을 뛰어 넘어 내 아이들과 같은 책으로 통하는 짜릿함도 좋았다.   

물론 옛날처럼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은 없지만, 1920년 일제 강점기 암울한 시대에 어린이에게 용기와 지혜를 주고, 도전 정신과 희망을 주는 우리 아동문학사에 소중한 작품이다. 당시 어린이를 위한 변변한 작품이 없었을 때, 이런 작품을 발표했으니 굉장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으리라 짐작해본다. 어린이를 위해 '어린이'라는 말을 만들어내고 '어린이날'까지 만드신 소파 방정환 선생을 기리며 꼭 읽어보면 좋겠다. 

중편 '동생을 찾으러'와 장편 '칠칠단의 비밀'이 같이 수록됐는데, 둘 다 중국인에게 잡혀간 동생을 찾아내는 오빠의 활약상을 그렸다. 지금 읽으니 우연이 겹치고 어려움을 척척 해결해내는 상황이 객관적으로 공감을 얻기는 어렵지만 불의와 맞서 싸우는 그 정신은 높이 살만하다. 나라를 빼앗긴 것을 동생을 빼앗긴 것에 비유해, 되찾기 위해선 반드시 싸워 이겨야 한다는 것을 어린이에게 심어 독립의지를 도모하기 위한 작품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단순한 탐정추리소설이 아니라 민족혼을 일깨우기 위한 선생의 치밀한 작전이 빚어낸 명작으로 대대손손 읽어야 할 작품이다.  

초등 3~4학년 정도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을 빌려간 6학년 아영이는 재밌어서 두번이나 읽었다고 하니, 초등생들의 눈높이에선 여전히 손에 땀을 쥐게 하는가 보다. 유년기의 추억을 되살리며 어른들이 다시 읽어도 좋겠고, 자녀들과 같이 흥미진진한 탐정소설을 읽으며 방정환 선생을 추억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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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남자 2009-05-07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어린시절 영웅 솥뚜껑을 기억나게 하는군요. ^^V

순오기 2009-05-07 11:27   좋아요 0 | URL
영웅 솥뚜껑은 누굴까요? 저는 처음 들어요~ 세대차인가, 성의 차인가?^^

소나무집 2009-05-07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딸아이 읽으라고 사 준 지가 1년이 넘었는데 저는 아직도 안 읽고 있어요.

순오기 2009-05-08 11:03   좋아요 0 | URL
따님은 재미있게 읽었나요?
금방 볼 수 있는데도 봐야할 책이 밀리니까 그게 잘 안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