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우면 그리워하라
손종일 지음 / 자유로운상상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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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참 예쁘다. 띠지가 오히려 표지를 돋보이게 한다. 어떤 시가 실려있을까 한껏 기대를 갖게 하는 표지인데... 너무 맑은 날 읽어서 그랬는지 넘치는 시적 감성에 빠져들지 못했다. 아마도 비오는 날에 읽거나, 잃어버린 옛사랑이라도 떠오른 날에 뒤적인다면 딱 어울릴 시집이다.

소설가이고 시인이라는데 내게는 낯선 이름이다. 더구나 시적 감성에 빠져들기엔 내가 너무 건조한 사람일까? 감정의 과잉이 좀 부담스러웠다. 사춘기 소년의 마음을 풀어놓은 중년의 모습이라 해야 할까? 사랑과 그리움을 얘기하는 방식은 사춘기 소년 같으나, 그 내용은 중년 이상에서나 느낄 연민이 듬뿍 들어있다.
 


편집이 돋보이는 시집이다. 4계절로 나눈 시와 사이 사이 시를 읽으며 끄적이고 싶은 마음을 달래줄 메모지도 들어 있다. 시를 읽으며 떠오른 감상이나, 솟구치는 시적 감성을 여과없이 끼적여도 좋을 여백이다.  

꽃이나 풀의 세밀화 삽화가 들었는데, 그 자체는 예쁘나 글과 어울리지 않는 풀꽃들이 많다. 편집자가 글 내용과 어울리는 풀꽃을 찾아내어 편집했다면 그야말로 편집이 돋보였을 텐데... 20%쯤 아쉽다. 

 


 

계절을 맞이할 때 골라서 읽으며 좋을 듯... 시는 언제 어떤 심성일 때 읽느냐에 따라 느낌도 다르기 때문이다. 비오는 봄날에 읽으면 좋을 시가 있고, 고즈녁한 가을날에 읽어야 어울리는 시가 있다. 계절별로 분류한 시라서 특히 계절에 따라 감상이 다를 것 같다. 지금은 봄~ 봄에 어울리는 시 한 편, 표제작을 골라 봤다. 

그리우면 그리워하라         -손종일- 

떠난 사람의 시간은
떠날 때 이미 멈추었다. 

천년만년이 지나도
그리워하는 일은
남은 사람의 몫. 

사랑하지 않았노라
가벼이 말할 수 없다면
그리우면
그리운 대로 그리워하라. 

그립다는 것은
아직도 사랑한다는 것. 

지금은
잊어내야 할 사람일지라도
마음 건너간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애써 버리려 하지 말고
기꺼이 그리움과 인사를 나누자. 

마음 준 적
단 한때라도 있었떤 사람이라면
청새치처럼 즐겁게
그리우면 그리워하라.
눈물나도 
그리우면 그리워하라.

-------이 시집을 읽기 전에 먼저 읽은 작가의 말(시인의 말이 아님)이 가장 와 닿았는데, 시인의 나이가 내 또래 혹은 나보다 좀 더 먹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인터넷에 있는 작가 소개를 보니 1956년생이다. '그럼, 그렇지!' 인생의 연륜이 묻어나는 시와 연민이 담긴 이런 글은, 내가 살아보니까(^^) 피가 뜨거울 젊은 청춘들이 쓰지는 못하리라 생각되더라. 

이 시집을 읽으면 편지 한 장 끼적이고 싶고, 예전에 읊었던 시를 적어보고 싶게 한다. 아마도 그런 마음을 담으라고 시집 사이사이에 메모할 수 있는 속지를 넣었나 보다. 감성 풍부한 중년의 내 이웃에게 선물하면 맘에 들어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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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9-04-20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먹어야... 시라는 것이 가슴 속에 닿곤 하죠.
뭐, 사랑 시 같은 거야 애들도 좋아하겠지만...
나이 먹어야 알게 되는 시를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일도 참 못할 짓입니다. ㅠㅜ

순오기 2009-04-28 23:24   좋아요 0 | URL
시를 이해하는데도 나이테가 중요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