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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 중학생
타무라 히로시 지음, 양수현 옮김 / 씨네21북스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2008년 겨울 책따세 추천도서이고, 2009년 행복한 아침 독서에서도 청소년 추천도서로 선정한 책이다. 막내의 중학교 학부모 독서회 4월 토론도서이기도 하다. 가정을 잃어버린 중학생이 겪은 만만찮은 세상살이를 중학생과 같이 읽기에 딱 좋은 책이다. 일본에서 꽤 유명하다는 개그맨 타무라 히로시 삶의 기록으로, 중 2학년 여름방학 날 집이 없어지고 가족이 해체된 참담한 상황인데도 유쾌하게 진행되고 부담없이 읽힌다.
파산한 아버지는 "매정하다는 건 알지만, 앞으로는 각자 알아서 열심히 살아주세요. 해산!" 이라는 한 마디로 가족 해체를 선언한다. 이런 참담할데가~ 어이가 없어 말이 안나오는 상황, 다섯 살 위인 형과 네 살 위인 누나는 함께 지내자고 하지만, 경제력이 없는 타무라는 형제의 곁을 떠나는 것이 유일한 형제애라는 생각에 친구 집에서 지내겠다고 설득하고 공원생활을 시작한다.
겉표지를 벗기면 바로 ’마키훈(돌돌 감긴 똥 모양) 공원’에서 찍은 타무라의 사진이 나온다. 이 책 덕분에 유명해진 공원을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타무라는 한 달 정도 저 응가미끄럼틀에서 살았다. 잠자리를 사수하기 위해 동네 악동들에게 똥귀신으로 불리며 대치한다. 먹을 게 없어 자판기 바닥에 떨어진 동전을 찾아 헤매거나, 배고픔에 공원의 풀을 씹어 먹는다. 표지에 나온 것처럼 골판지를 물에 불려 씹으며 배고픔을 잊기도 했다. 비가 오면 그 빗속에서 목욕을 했고, 빨래를 해서 철봉에 널었다가 녹이 묻어 버리는 시행착오를 거치며 생존비법을 터득해 갔다. 풀밭에 볼일을 보다가 똥개와 기싸움을 벌이기도 했고, 빨아 널은 빨래가 바람에 날려 자기가 싼 똥 위에 떨어지는 황당함도 경험했다. 비둘기 먹이로 주는 식빵가장자리를 얻어 ’감사히 먹겠습니다!’소리치고 먹는 배짱도 가졌다. 공원생활은 철부지 소년을 강하게 만들었다.
공원생활을 한달 쯤 견딘 타무라는 우연히 길에서 만난 친구 요시야에게 부탁한다. "사정이 좀 있어서 집이 없어졌어... 지금 엄청 배가 고픈데 밥 좀 주면 안 될까?" 처음 만난 요시야 가족은 친절했다. 타무라의 사정을 듣고 같이 살자고 받아주었고, 형제들도 부르라고 할만큼 따뜻한 분들이었다. 그 후 이웃들과 힘을 모아 삼남매가 살 수 있도록 집을 마련해 주었다. 세상은 이렇게 사랑을 베푸는 이웃이 있기에 살만한 곳이다.
타무라는 5학년 때 엄마가 직장암으로 돌아가셨지만 죽음의 실체를 몰랐다. 언젠가는 엄마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는 엄마를 만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죽어서 엄마를 만날 수 있다면 죽는게 훨씬 낫다고 생각할 만큼 삶의 의욕을 잃었다. 학교에 지각하기 일쑤였고, 모든 일에 흥미를 잃어 고등학교 진학도 포기했다. 하지만 엄마를 볼 낯이 없으니 고등학교까진 졸업해달라는 형의 간청과 특훈으로 고등학교에 들어갔다. 아버지가 해산을 선언하면서 포기한 아버지 역할을 형이 감당했고, 돌아가신 엄마 역할을 누나가 했다.
타무라는 따뜻한 이웃 뿐 아니라 좋은 선생님을 만났다. 그 중에 고1때 담임이었던 쿠도씨는 삶의 의미와 목표를 잃은 타무라의 마음을 열었다. "15년으로 충분하다. 인생에는 괴로운 일이 더 많다. 이제 아무것도 경험하고 싶지 않다" 는 타무라의 말을 듣고 편지를 보냈다. 진심이 담긴 선생님의 편지를 읽고 타무라는 울었다. 나를 좋아한다고 말해주는 사람, 내 존재가치를 발견하고 말로 표현해 준 사람이 있어 살고 싶었다. 삶의 의미와 목표를 되찾았고, 무엇보다 자신이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삼남매는 계속 도움을 받으면 나중에 갚을 빚이 많다고 지원을 사양하고 궁핍생활에 돌입했다. 그동안 형이 주는 용돈 2천엔을 다 써버리고 저축할 생각도 못했던 타무라는 하루 300엔으로 살며 수돗물로 배를 채운다. 배고픔을 견디느라 터득한 삼남매의 ’맛의 저편’은 사실 눈물겨운 이야기인데도 웃게 된다. 나도 밥을 계속 씹어서 그 맛을 경험하려 했지만 50번쯤 씹으면 다 넘어가고 입안에 남는 것이 없었다.^^
자신의 청춘을 절반쯤 버리고 동생을 돌봐준 형과 누나 덕분에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개그맨 양성소(NSC)의 훈련 과정을 마쳤다. 형과 누나의 동생이면서 아들이기도 했던 타무라는 형제의 보살핌과 엄마와 함께 했던 따뜻한 추억으로 성장했다. 엄마를 칭찬할 수 있을 만큼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과 그동안 사랑을 베풀어준 고마운 분들께 감사하며 글을 마친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긍정 마인드와 배려심에서 나온 행동은 좋은 결과를 낳는다는 걸 배웠다. 이 책이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며 만화와 영화로 만들어지고 250만부나 팔렸다는 건, 일본인의 마음을 울리고 공감을 얻었다는 증거다. 거품경제가 꺼진 일본에도 소득격차와 빈곤의 악순환으로 굶주리는 이들이 있다는 건 우리와 다르지 않다.
타무라가 가족 해체의 위기에서 바르게 자라 성공한 인생의 모델이지만, 누군가의 도움과 보살핌이 없었다면 이뤄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우리는 자녀를 너무 온실 속의 화초처럼 키우지 않는가 돌아봐야 하리라. 어떤 상황에서도 이겨낼 수 있는 강한 정신과 삶의 지혜를 터득할 수 있도록 좀 내돌릴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내 자녀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거나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키워내는 것, 부모가 해야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