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튀기는 속상해 - 제8회 '우리나라 좋은 동시문학상' 수상작, 3학년 2학년 국어교과서 국어활동 3-2(가) 수록도서 시읽는 가족 9
한상순 지음, 임수진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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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집을 꾸준히 내는 푸른책들의 '시읽는가족' 아홉번째 책이다. 한상순 시인은 수간호사로 병원에 근무하며, 마음 속에 간직한 '동심'이란 옹달샘에서 시를 길어올린다. 언제나 맑은 물 퍼올려 자신을 시들지 않게 한다는 옹달샘 하나 가진 시인은 참 행복한 사람이다. 이 동시집은 시인이 그렇게 하나씩 퍼올린 시 51편을 4부로 나누어 싣고 있다.  

제1부 어떤 벌일까? 에서는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작은 것들을 시인의 눈으로 발견하여 생명을 불어 넣은 시가 소개되었다. 표제작인 '뻥튀기는 속상해'는 웃음이 나면서도 공감된다. 뻥이라는 말이 부정적으로만 쓰이니 정말 뻥튀기는 속상하겠다. ^^

 뻥튀기는 속상해  - 한상순-

사실 난,
고소하고 달콤한 

입 안에서 살살 녹는
뻥튀기인데요 

딱딱한 곡식 낱알로 있다가
깜깜한 기계 안에서 

뜨거운 거 꾸욱 견뎌 내고
뻥이요! 하고 태어났는데요 

왜 내 이름을 갖다
아무 데나 쓰는 거죠? 

-선생님, 그거 뻥 아니죠?
-민수 걔 뻥쟁이야
-너, 그 말 뻥이지?
-야! 뻥치지 마 

정말 
이래도 되는 겁니까?
  



엄마가 퇴근길에 통닭을 사오신대서 기다릴때는 느릿느릿 가는 시계, 하지만 동생이랑 장난치다 꽃병을 깨뜨려, 엄마가 늦게 오라고 주문을 외우지만 빨리 빨리 가버린 청개구리 시계는 아이의 마음을 잘 그려냈다. 엄마의 파리채에 발딱 뒤집혀 꼼짝 못하고 손발 싹싹 비비는 바퀴벌레조차도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제2부 요놈, 바로 너구나! 에서는 늘 만나는 것들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돋보인다. 역시 시인은 새롭게, 혹은 낯설게 보기로 시적이미지를 잡아내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구나, 새삼 깨닫게 된다. 수두로 학교에 안 와도 결석이 아니지만, 골목대장 박장수한테 딱 걸렸단다. 핸드폰을 갖게 된 이후로 박대받는 학교의 공중전화, 입이 있어도 누굴 흉보거나 아무 때나 입을 열지 않는다는 빨래집게는 살짝 부끄러움을 갖게 한다.  

제3부 발씻기 숙제는 가족이야기로 특히 엄마를 그려낸 시가 뭉클하게 울린다. 육교가 헐리면 장사할 곳이 없어지는 엄마, 새벽 네 시면 문을 여는 김밥집을 하는 곱사등이 엄마의 혹을 내려놓고 하루만이라도 푹 주무시게 하고 싶다는 고백은 눈시울을 적신다. 

제4부 잠자리의 잠자리는 시인이 발견한 자연의 모습이 아기자기 그려진다. 아파트 15층 베란다의 군자란 꽃대를 쑤욱 쑥 올리는 키 큰 봄은 신선한 발견이다. 사계절의 자연을 봄과 비, 반딧불이, 분꽃, 까치, 딱따구리, 맛조개, 잠자리와 고구마 순까지 온갖 것에 담아내었다. 

 키 큰 봄  -한상순-

봄은 
참 키도 크다 

아파트 15층
우리 집 베란다 

거기까지
찬찬히 들여다보고 

군자란 꽃대
쑤욱 쑥 올리는 것 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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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4-05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들이 곱고 맑고 따뜻해요. 가끔씩 이렇게 시를 읽으며 눈과 마음을 정화시켜 주어야 해요. 고운 시 보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져요.^^

순오기 2009-04-06 10:12   좋아요 0 | URL
푸른책들 덕분에 동시집은 매달 받아보는 거 같아요.
동심으로 정화시키며 또 살아가는 거지요.^^

2009-04-06 1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9-04-06 13:26   좋아요 0 | URL
리뷰 2,000편이라니 상 받아야 해요.^^
바로 주문합니다~~
대박 적립금 다 쓰고 딱 책 하나 살 거 남았어요.ㅋㅋㅋ

쟈니 2009-04-06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뻥튀기. 맞아요. 저두 뻥튀기 보이면 늘 사서 먹는데. 정말 귀여운 시에요. ^^

순오기 2009-04-06 17:47   좋아요 0 | URL
뻥튀기가 속상하겠죠.ㅋㅋ 님 서재에 댕겨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