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똥과 전쟁 - 세계의 그림책 005 세계의 그림책 5
에릭 바튀 지음, 양진희 옮김 / 함께자람(교학사)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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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01년 프랑스문인협회 대상 수상작이라고 한다. 에릭 바튀의 책을 많이 읽지는 못했지만, 한 작가의 책에서 느끼는 공통점보단 책마다 특징이 확연히 다르다고 느꼈다. 또한 그의 책에 담긴 철학적 사유는 어린이 책이라고 얕잡아 볼 일이 아니다. 짧고 단순한 이야기에 담겨진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 책은 더구나 전쟁을 소재로 했기에 허허 웃어 넘기기엔 걸리는 게 많다. 



평화롭게 지내던 빨강나라와 파랑나라는 임금님이나 백성들이나 서로 마음이 잘 통했다. 어른들은 물론이요 아이들도 서로 친하게 지냈다. 그런데, 어느 날 하늘을 날아가던 새가 두 임금님의 콧등에 똥을 쌌다. 두 임금은 서로 웃다가 눈이 마주쳤고, 자신의 코에 묻은 새똥을 보고 웃었다고 벌컥 화를 냈다. 드디어 두 임금은 전쟁을 선포했으니, 속마음을 숨긴 채 이미 전쟁을 하려고 꾸며 놓고 그럴듯한 명분을 찾았는지도 모른다. 웃기는 이유로 시작된 두 나라의 전쟁은 결코 웃을 수 없다. 명분이 그럴 듯해도 전쟁에서 죽어나가는 건 백성이다.  

 

빨간나라 성을 공격한 파란나라도, 파란나라 성을 공격한 빨간나라도 성에 쳐들어가진 못한다. 공격하는 쪽이나 방어하는 쪽이나 죽어라 전쟁을 하기 때문이다. 지치고 힘든 백성들은 눈물을 흘렸지만 두 나라 임금은 전쟁을 끝내지 않았다. 임금들은 시작도 그랬지만 전쟁을 끝내면서도 명분을 찾고 있는 것일까? 어쩔 수없이 전쟁은 계속 됐다. 



두 나라 사람들은 기가 막힌 작전을 생각해내 아침부터 저녁까지 땅을 팠다. 모두 자기 나라가 이길거라고 굳게 믿으며... 마침내 상대편의 성에 도달했다. 파란나라는 빨간 성에, 빨간나라는 파란성에 입성했으니, 성의 주인이 서로 바뀐 것이다.



다시 땅에서 전쟁을 하기로 하고 병사를 모아 마주했는데, 아~ 이 일을 어쩐다냐? 



사랑하는 아이들이 적진에 있는 거다. 파란 나라 아이들은 빨간 나라 편에, 빨간 나라 아이들은 파란 나라편에 있으니 이 노릇을 어쩔거나? 어른들은 전쟁에 빠져 소중한 아이들을 잊고 있었다. 임금이나 백성들은 망연자실, 할 말을 잃었다.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 



하지만, 아이들은 서로 달려나가 어울려 놀기 시작했다. 백성들은 천천히 창과 깃발을 내려 놓았고... 아이들은 싸우지 않고 어울려 놀고, 백성들은 평화를 원하지만 두 임금은 평화를 바라지 않는 듯 서로 노려보고만 있다. 백성들은 두 임금에게 장기판을 마련해 주어 그곳에서 전쟁을 계속 하게 했다.ㅋㅋㅋ 전쟁을 끝낼 명분이 없다면 싸우는 수밖에, 비록 장기판의 전쟁일지라도 두 임금은 전쟁을 계속하고 있는 중이다. 



이제 싸우던 기억을 잊어버린 어른들은 빨간 나라 파란 나라가 서로 섞여 사이좋게 살았다. 집들도 빨강 파랑, 알록달록 어우러져 행복하게 살았다. 명분을 내세운 어리석은 전쟁을 통렬하게 비웃는 에릭 바튀의 마음을 독자들도 느낄 수 있다.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운 어떤 전쟁도 결국 국민을 내몰아 죽게하는 전쟁일 뿐이다. 생명을 앗아가고 재산을 파괴하며 자연을 죽게 하는 어떤 전쟁에도 그럴 듯한 명분이란 통하지 않는다. 세상은 평화를 원하는데 일부를 위한 명분에 죽어가는 것이다. 사심도 욕심도 없는 아이들처럼 서로 어울려 평화롭게 사는 일이 사람과 자연을 이롭게 하는 것이다. 어린이 그림책이지만 전쟁의 허상을 보여주는 통렬한 풍자에 어른들은 결코 웃지 못한다. 나는 전쟁을 싫어하고 평화를 꿈꾸는 사람인가 돌이켜보게 된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전쟁의 명분보다는 모두가 공존하는 평화를 유지하는 지혜를 깨닫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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