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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수의 오리 ㅣ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26
한정아 지음, 박의식 그림 / 마루벌 / 2001년 4월
평점 :
절판
우리의 창작그림책으로 높은 점수를 줄 만한 책이다. 신라와 백제가 아리수(한강의 옛이름) 강가의 금물벌을 더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벌일 때, 알을 품고 있는 오리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잠시 전쟁을 멈추었다는 감동적인 이야기다. 무채색의 군사 갑옷과 말 그림 덕분에 주제가 더 살아난 듯하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14960143434645.jpg)
전쟁이 일어나면 사람 뿐 아니라 생명있는 모든 것들이 해를 입게 된다. 말발굽 소리에 놀란 물새, 들새들도 푸드덕 날아오른다. 하지만 적진으로 달리던 말을 멈추게 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바로 들판 한 가운데 알을 품고 있는 오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영문을 알게 된 병사들은 뒤뚱뒤뚱 오리 흉내를 내며 쫒아보려 하지만 엄마 오리는 꼼짝하지 않는다. 책을 읽으며 아이들이 가장 즐거워하는 장면이다.^^ 점잖은 영소장군과 무둑뚝한 우두기 장군도 웃을 수밖에 없었다는 바로 그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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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성 본능에 충실한 엄마 오리는 꿈쩍하지 않는다. 몇 날 며칠 알만 품고 있는 엄마오리는 마침내 신라와 백제를 휴전하게 만든다. 들판엔 평화가 찾아왔다. 엄마 오리는 아는지 모르는 낮이나 밤이나 알만 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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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동적인 군사 그림에서 느껴지는 힘과 평화롭게 알을 품고 있는 들판의 오리는 좋은 대조를 이루며 전쟁과 평화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휴전 중인 병사들은 통성명을 하며 서로 이웃이라는 걸 발견한다. 단지 신라와 백제가 서로 뺏고 뺏기면서 네 땅이 됐다 내 땅이 됐다 하는 운명의 장난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러는 와중에 드디어 새끼 오리들이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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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오리가 태어나기를 함께 기다리며 친해진 병사들은 마침내 조금씩 양보하면 전쟁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깨닫고 각자 말머리를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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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인간의 전쟁을 끝내게 한 자연의 생존방식을 따르는 여덟 마리 아기 오리들은 엄마 오리 뒤를 따른다. 2차 대전 중 크리스마스 휴전을 했다는 이야기처럼, 엄마 오리의 모성은 신라와 백제의 전쟁도 멈추게 했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로 만들어 낸 한정아 작가에게 고마움이 일었다.
실제 이런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어린 독자들도 전쟁의 폐해를 깨닫고 평화를 지켜야 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좋은 그림책이다. 오늘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전쟁이나 테러는 인간의 어리석은 욕심이 불러오는 재앙이고, 그 욕심을 버린다면 자연과 더불어 평화롭게 살 수 있음을 왜 모르는지 안타까운 일이다.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