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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백 탈출 사건 - 제6회 푸른문학상 동화집 ㅣ 책읽는 가족 61
황현진 외 지음, 임수진 외 그림 / 푸른책들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여섯번째 푸른문학상 수상작인 '조태백 탈출 사건'은 기대 이상이다. 6회 수상작 다섯 편과 역대수상작가의 작품 두 편 모두 높은 점수를 줄만하다. 316편의 응모작에서 가려낸 당선작이다. 수상작들은 아이들이 겪었을 만한 이야기와 한번쯤은 상상했을 것이라 공감하며 유쾌하게 읽었고, 한 두편은 짠한 마음으로 현실을 돌아보게 된다. 소재의 다양성과 풍부한 상상력에 살짝 감동하는 즐거운 독서였다. 어린이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동화집으로 한 호흡에 좌르르 읽는 단편의 매력을 아는 초등 고학년들이 즐겨 읽을만 하다.
<구경만 하기 수백번> 조향미 작품은 교실에서 일어날 왕따 문제를 관찰자 입장에서 서술했다. 아이들이 건드려도 꿈틀하지 않는 지렁이와 대비시켜 이야기를 진행한다. 가해자가 아니기 때문에 죄의식이 전혀 없는 시현이는, 태준이 패거리에게 집적당하면서 반발하지 않는 진우가 바보처럼 생각된다. 그러나 시현이는 어떤 행동도 하지 않고 관찰만 한다. 하지만 진우는 자기를 괴롭히는 패거리보다 구경하는 시현이에게 분노를 폭발한다. 우리도 가해자가 아니라고 구경만 하는 방관자가 된 적은 없는지 돌아보게 한다.
<상후, 그 녀석> 공수경의 작품으로 중학교 1학년인 상후와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녀석이 주인공이다. 성적 상위 5%에 만족하지 않고 1%를 요구하는 상후 엄마에 내 모습이 겹쳐진다. 엄마의 닥달에 쌓인 스트레스를 풀 수없는 상후. 졸음을 쫒기 위해 나갔던 베란다에서 우연히 앞동에서 틀어 논 'BB 뮤직 비디오'에 필이 꽃힌다. 날마다 11시 50분이면 뮤직비디오를 틀고 힙합을 추는 그 녀석은 누굴까...... 베란다에 쓰러져 잠이 든 상후를 발견한 엄마는 놀라고, 의사선생님의 말씀에 충격받는다. 아~ 학생과 부모는 영원히 성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단 말인가!
<조태백 탈출 사건> 황현진의 작품으로 표제작이다. 바쁜 엄마와 아빠에게 숙제장 살 돈을 받지 못한 태백이는 깐깐하게 숙제장만 인정해주는 담임선생님이 원망스럽다. 사흘째 숙제장을 못 가져간 태백이는 집에 두고 왔다는 거짓말을 하고, 선생님은 집에 가서 가져오라고 한다. 있지도 않은 숙제장을 가지러 온 태백이, 집에 든 도둑에게 잡혔다 탈출했다며 112에 덜컥 신고를 한다. 초등생들이 꾸중을 피하기 위해 해봤을 듯한 상상에 웃음이 절로 난다. 눈하나 깜짝 않고 진술하고 인터뷰 하는 태백이 녀석 배짱 한번 좋다. 방송까지 나오고 문제는 점점 커져 담임선생님의 다크서클은 깊어만 간다. 동시를 쓰는 교장선생님께 저도 모르게 불어버린 태백이, 제아무리 배짱 좋은 녀석이라도 애는 애구나.^^ 거짓말한 태백이에게 내리는 교장선생님의 벌이 멋지다. 태백아~ 이 다음 추리소설 작가가 되면 사인본 하나 부탁한다.
<누구 없어요?> 김현실 작품으로 우리 현실에서 부딪힐 법한 이웃 이야기다. 부모의 이혼으로 아빠와 살다가 갑작스런 사고로 아빠가 돌아가시고 혼자 남겨진 열두 살 아이. 이웃엔 기러기 아빠가 살며 외로움을 달래느라 개를 키운다. 하지만 아토피가 심한 내게 이웃의 애완동물은 절대 안된다. 아빠는 개를 키우지 말라고 부탁하려다 말도 못하고 돌아가시고...... 이웃 아저씨는 시골에 개를 보내고 돌아와 '누구 없어요?' 두드리며 찾는다. 슬픔과 배고픔에 쓰러진 나는 몸을 움직일수조차 없다. 수록된 작품 중에 가장 가슴 시린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웃 아저씨와 서로 의지가 될 거라는 암시로 마무리 되어 다행이다. 서로 잘 지내고 있을까? 뒷 이야기가 궁금하다.
<엄마의 정원> 김화순의 작품으로 식물인간이 된 엄마를 되돌려 받고 싶은 하나의 이야기다. 눈오는 날 병원 옥상에서 본 정원은 가히 환상적이다. 하나가 제일 먼저 만진 나무가 사람이 된다는 걸 알고, 엄마 나무를 찾으려 환상과 현실을 꿈꾸듯 오가는 하나의 마음이 짠하다. 아빠의 바람을 알면서도 그 사랑을 돌리기 위해 장미나무가 되고 싶었던 엄마 마음을 알 것 같다. 어린이 동화에 어른들의 '바람' 얘기가 나와 입맛 씁쓸하지만, 이것 또한 현실이기에 외면할 수 없는 문제이긴 하다. 부모들은 자녀를 생각해서라도 가정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해야할 듯히다.
<낯선 사람> 역대 푸른문학상 수상작가인 김일옥의 작품이다. 교회를 다니는 척 접근해 진우 집까지 들어온 낯선 아저씨, 시원한 물을 달라며 집을 둘러본다. 두려움에 도망친 진우는 경비실로 달려가 도움을 청한다. 나중에 도둑이 잡혔다는 소리를 들은 진우는, 문득 강이가 자기 아버지가 도둑일지 모른다고 했던 비밀얘기에 불안해진다. 강이 아빠가 도둑이라 잡혀간다면 강이는 혼자 어떻게 살까? 걱정이 태산이다. 사람들은 물건을 잃어버리지만 그 아들은 아빠를 잃어버리는 것~ 맞는 말이다. 비록 도둑일지라도 가장 소중한 자기 자식을 잃지 않도록 손 씻어야 하리라.
<마니의 결혼> 이혜다의 작품으로 딸을 많이 낳아 '마니'라는 이름이 붙은 마니의 이야기다. 언니가 셋이나 되는 마니는 집도 좁고 먹을 것도 경쟁해야 되는 환경이 싫다. 외동이로 자란 성준이는 복잡거리는 마니가 부럽다. 둘이 결혼하면 마니는 복잡한 집을 떠나고 성준이는 외롭지 않을거라고 의기투합한다. 이야기를 들은 부모님은 흔쾌히 허락한다. 둘은 결혼을 준비하면서 문제에 부딪혀 결국은 결혼하지 않기로 한다. 불평과 불만이 있어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족사랑을 깨닫도록 한 재치있는 교육법이 은근 부러워진다. 뻔히 그럴 줄 알지만 초등생의 결혼을 소재로 유쾌한 결말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