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고양이와 문제아 - 제6회 푸른문학상 동시집 시읽는 가족 7
김정신 외 지음, 성영란 외 그림 / 푸른책들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제6회 푸른문학상 수상작을 모은 동시집이다. 수상자인 곽해룡, 김정신 시인의 작품을 1, 2부에 담았고, 3, 4부는 이미 푸른문학상을 받은 시인들의 초대작품이다. 몇 몇 유명한 시인을 제외하면 동시집이 뜨기 어려운 현실에서도 꾸준히 시인을 발굴하고 동시집을 출판하는 푸른책들이 고맙다. 덕분에 몇몇 시인은 이름만 들어도 그의 시가 떠오른다. 동시집을 자주 접하면 우리네 감성도 동시적으로 전환되는 것 같아 즐겁다.

나도 이런 적 있었는데 공감의 즐거움과, 어쩜 이런 세심한 것까지 잡아 냈을까 감탄도 나온다. 어른이 썼지만 어린이 마음을 그대로 베껴온 듯, 어린 독자들도 충분히 공감하는 시가 많았다. 학교에 가져간지 20일쯤 된 시집은 구김이 많아서 사랑받은 흔적을 갖고 있다. 아이들이 공감하는 시와 내가 좋다고 생각한 동시가 일치하기도 했지만 조금 다르기도 했다. 아이들이 최고로 꼽은 동시를 감상해 보자.^^

게임에게 따지다     -한선자-

널 몰라야 했어
널 아는 그 순간부터
내 인생은 금이 가기 시작한 거야
내가 널 몰랐던들
공부할 시간에 이러고 있겠니?
책이라도 한 장 더 보는 건데
문제집이라도 하나 더 푸는 건데
자전거라도 한 번 더 타는 건데
엄마 심부름이라도 해 드리는 건데
너 때문에
나는 이제 그런 일을 다 잊고 살아
말 안 듣는 아이가 되었어
지지리도 속 썩이는 아이가 되었지
틈만 나면 너를 붙들고 살아
아니 너만 생각해
이거 확실히 병 아니니?
나 어떡할래?
책일질 거야?

뭐, 내 잘못이라고?

아이들은 게임을 안 하고 싶은데 자꾸만 하게 된다며 굉장히 공감했다. 따져 물어도 끝내 '내 잘못이라'는 대답에 속수무책인 자기네 심정과 딱 맞는다고 좋아했다. 1학년 우진이는 게임하느라 학원시간이 지나버렸던 경험을 토대로 멋진 글을 쓰기도 했다. '텔레비전만 말한다'와 '중독가족'도 아이들의 호응을 얻은 시였다. 가족간의 대화보다는 TV나 컴퓨터에 빼앗기는 일이 많은 풍경화를 그대로 보여준 동시라 할 수 있다. 자기 엄마는 시간만 나면 컴퓨터 고스톱을 즐긴다는 아이도 있었다.ㅜㅜ

동생에겐 관대한 엄마를 그려낸 '나만 미워하는 엄마'는 애들에겐 일상처럼 된 일이라 그러려니 한다는 반응에 놀랐다. 아무래도 엄마들이 맏이에겐 엄하고 동생에겐 관대한 보편화된 태도를 수정해야 될 거 같다. 이런 부모를 그냥 모른척 받아주는 아이들이 오히려 더 어른스러웠지만, 그렇다고 엄마에게 서운한 감정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생활 속에서 발견한 소소한 일상과 아름다운 마음을 담은 동시들이 독자와 시인의 마음을 이어준다. 나도 이런 시를 쓸 수 있어, 만만한 생각이 들었는지 아이들은 시를 쓴다며 끄적거렸다. 시인은 천재이거나 시를 쓰는 건 천재들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내게는 그저 부럽기만 하던데... 역시, 아이들은 타고난 시인의 감성을 잃지 않은 듯하다. 아이들이 시적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동시집을 자주 접하게 하는 것도 어른들이 할 일이다.

아이들이 공감하기는 어려워도 이런 것까지 마음 써야 한다는 걸 알려주는 동시도 많았다. 표제작인 '도둑고양이와 문제아'나 뇌성마미 '막내 고모'. 연변에서 온 '면발 뽑는 아저씨'등은 함께 사는 세상에 우리가 잃지 않아야 할 따뜻한 마음을 담고 있어 잔잔한 감동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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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30 07: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11-30 13:28   좋아요 0 | URL
무슨 그런 말씀을~ 쓸 때마다 어찌 써야 될지 막막하다고요.ㅜㅜ
그래서 내가 느낀대로 솔직히~~~ 라는 컨셉으로 쓸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