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이 된 할아버지
킴 푸브 오케손 글, 김영선 옮김, 에바 에릭손 그림 / 한길사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어제는 친정아버지 기일이었다. 토요일이라 다들 고향에 계신 아버지 산소에 찾아가 살피고 추도하는 것으로 대신한다고 했다. 뭐 음식을 차린들 돌아가신 분이 와서 드시는 것도 아니고 산 사람 먹자고 하는 일이니까~ 차라리 땅 속에 묻혔지만 아버지 계신 산소에서 절하든지 기도하면 그것으로 족하리라. 아침에 전화해보니 아버지도 잘 계시고 잘들 다녀왔단다. '아버지 제사에 온다고는 장담 못해요' 라면서 살아계실때 한번이라도 더 오르내렸던지라 산소에 못가서 마음 아프지는 않지만 잠시 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려 본다.

우리 애들이 중2, 초5, 초3일때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지만, 왜 그땐 애들을 데려가야 한다는 생각을 못했는지, 새벽 첫차로 나혼자 올라가느라 정신 없었다. 나중에 오는 남편한테 애들을 태우고 오라면 됐는데, 그땐 아무 생각도 안 났다. 유난히 애들을 이뻐하신 친정아버지는 손주들과 눈높이로 놀아주는 할아버지였는데, 애들이 외할아버지와 작별할 기회를 주지 못한 게 두고두고 후회됐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나를 눈물나게 한다. 하지만 결코 어둡거나 슬프지 않다. 밝고 따뜻하고 즐거운 감동으로 할아버지와 작별하는 모습에 가슴이 따뜻해진다. 아이가 슬프지 않게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따뜻한 그림동화를 만들어 준 것이 고맙다.

에스본은 할아버지와 단짝 친구였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길을 가다 갑자기 심장병으로 돌아가셨다. 에스본은 슬퍼서 엉엉 울었고, 할아버지는 천사가 되어 하늘로 갔다는 엄마의 말도 위로가 되지 못했다. 교회 장례식에서 할아버지가 걱정된 에스본은 땅속으로 들어가 흙이 될거라는 아빠의 말을 들었지만 그것 역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그날 밤, 할아버지는 에스본을 찾아왔고 유령이 되었냐는 물음에 벽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아침 식탁에서, 어젯밤 유령이 된 할아버지랑 밤새 같이 지냈다는 말에 엄마아빠는 유치원에 가지 말고 쉬라고 한다. 그날 밤에도 다시 찾아온 할아버지는 유령이 되어 벽을 마음대로 드나들고 우후후후 소리도 낼 수 있지만, 세상에서 뭔가 완전히 끝내지 못하고 죽은 사람이 유령이 된다는 걸 알아냈다. 할아버지가 무얼 빠트려서 유령이 됐는지 둘이 찾아 나선다. 할아버지는 벽으로 에스본은 창문으로~ ^^



할아버지가 살던 집으로 가서 이 방 저 방 둘러보지만 무얼 빠뜨렸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그저 옛날 일이 생각날 뿐이다. 할머니와 만나 사랑을 하고 에스본의 아빠를 낳고 행복했던 일과, 에스본과 함께 했던 일들~



할아버지와 축제에 갔다 멀미가 나도록 놀이기구를 탄 일, 재미없는 영화를 보다가 둘 다 잠들어 버린 일, 모래성을 쌓고 낚시 가서 물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했던 일, 할아버지가 간지럼을 태우는 바람에 사탕이 목에 걸려 숨이 막힐 뻔한 일까지...... 할아버지는 비로소 손자와 작별인사를 나누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고, 둘은 서로 껴안고 잠깐 같이 울었다.ㅜㅜ

할아버지는 에스본에게 착한 아이가 되라고 한다. 물론 지나치게 착할 필요는 없다며 가끔은 서로 생각하자고 약속했다. 에스본의 귓 속에 바람을 훅~ 불어주고는 할머니를 만나러 가셨다. 할아버지가 빠뜨렸던 손자 에스본과 작별인사를 마치고 벽을 뚫고 마당을 지나 큰길로 나갔다. 에스본은 창가에 서서 할아버지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내일은 유치원에 가야겠지!^^

사랑은 이렇게 아름다운 추억으로 산자의 가슴에 남는다. 아이들이 할머니 할아버지와 좋은 추억을 가질 수 있도록 시간을 내주는 일에도 너무 늦기 전에 마음을 써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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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11-16 16: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눈물 나요ㅠ.ㅠ 빠뜨린 그 하나가 손자와의 작별인사라니. 울 아부지 돌아가시던 날, 집에 도착하던 순간 숨이 꼴딱 넘어가셨어요. 작별인사, 못 나눴어요. 내가 도착할 때까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버텨준 것만으로도 고마웠죠. 투병기간은 두달 정도였는데, 정말 그렇게 헤어진다는 실감이 나질 않았어요. 아무 것도 드시지 못하고, 말씀도 하지 못했는데, 그런데도 그렇게 영영이별이라는 것을 생각지 못했어요. 지금도, 아빠를 떠올리면 늘 눈물부터 앞서요. 좋았던 추억이 있었음에도 늘 아픈 것만 떠오르죠. 아마도, 그때 제때에 작별하지 못했던 탓에 지금도 안녕이 되지 않나봐요. 십년도 더 지났는데 말이에요. 살아 효도를 다했어도 모자란 마음 뿐일 텐데, 살아계신 엄마께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이 드네요. 좋은 리뷰 감사해요.

순오기 2008-11-16 16:57   좋아요 1 | URL
할아버지가 빠뜨린 게 손자와의 작별 인사라는 걸 얘기할 때 정말 눈물이 나요~~ 그리고 둘이 잠깐 껴안고 엉엉 울었다는 것도... 살아계실 때 잘해드려야죠.^^

besttopkmj 2021-01-13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만큼이나 뭉클한 후기예요.. 글쓴 분의 친정 아버님의 명복을 빕니다.. 에스본의 할아버님도 이제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