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7-14 오후 5:37:33  숨조차 쉴 수 없는 긴장감
(지역영화관 홈페이지에 올렸던 걸 옮겨와 갈무리)

금요일 밤 9시, 편안한 주말이 시작되는 시간 아줌마들 넷이 검은집 탐험에 나섰다. 황정민도 보고, 적당한 긴장감으로 공포를 즐기려는 다부진 마음을 가지고......

어리버리 신입사원으로 나타난 전준오(황정민 분)는 상당자의 금지사항을 무시하고 위험을 자초한다. 그리된 것은 동생의 죽음에 따른 죄의식이다. 많은 사람이 성장기의 경험에 따라 의식이든 무의식이든 그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종종 발견한다. 초등학교 내 추억의 갈피에도 박충배처럼 '저 애는 심성이 아주 못 됐어'라고 단정한 녀석이 있었다. 30년 후 동창회에서 들어보니, 여전히 못 되게 살고 있었다. 내가 어린 나이에도 통찰력이 있었던 건지... 좀 씁쓸했다. 하여간에 우리야 어찌됐든 커나가는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갖도록 해주는 것도 부모의 한 몫이다.

내리는 빗줄기가 이렇게 무서워보긴 또 처음이다. 드르륵 열리는 문소리에도 오소소 소름이 돋고, 컴컴한 등 뒤에서 뭔가 나타날 것 같은 긴장감에 숨조차 쉴 수 없었다. 복선이 깔린 것을 미처 눈치채지 못하고 반전에 당하며 꺅~~~소리치고 옆사람 손을 꼭 틀어잡고 영화를 보기는 그 옛날, '13일의 금요일' 본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악~~~ 헉~~~~ 휴~~~ 여기저기서 터지는 비명소리... 하남점 5관의 분위기는 엄청 썰렁했다.

인간적인 감정을 갖지 못한 사이코패스가 그 사람이 아니라고?
질질 끌지 않는 빠른 전개와 극적인 상황 연출이 좋다. 끔찍한 장면을 정면으로 들이밀며 보기를 요구하지만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었다. 싸늘한 박충배(강신일 분), 악마같은 신이화(유선 분)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나 리얼해서 관객의 공포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자기 눈 앞에서 사람이 죽어가는 것을 더 이상 볼 수 없는 우리의 주인공, 끝까지 인간적인 맛을 물씬 풍기며 당차게 맞선다. 사이코패스를 아무리 감정없는 괴물이라고 말해도, 끝까지 사람으로 대하며 목숨을 구하려는 그의 인간미가 아름답다. 그래서 숨조차 쉴 수 없는 극도의 긴장과 공포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일본 원작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도 그 따뜻함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공중에 떠오른 그네타는 그림...... 우리가 모르는 세상, 어느 구석에서 사이코패스로 자라는 아이들이 있다는 전율은, 꿈자리 뒤숭숭할 것 같은 뒷 맛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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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금욜엔 '아내가 결혼했다'를 봤는데 생각했던 것보단 손예진 연기가 괜찮았다.
노덕훈으로 분한 김주혁의 속말에 100배 공감했고, 그래서 더 재밌었던 영화.^^
시대를 앞서간다는 문학에서 이런 얘기를 다뤘으니 곧 현실이 될거라 생각하며
그때 충격을 줄이려면 미리 영화나 책을 봐 둬야 할 것 같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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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08-11-10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은집> 저는 아직 못 본 영화인데 한번 찾아 보고 싶군요.^^
저는 엊그제 동생이랑 <아내가 결혼했다> 봤는데 생각했던 것 보다 좋던데요.^^
손예진의 귀여운 연기와 김주혁의 속말에 아주 많이 웃었어요.^^
잘~ 지내시죠?

순오기 2008-11-10 23:18   좋아요 0 | URL
ㅎㅎㅎ재미있지요~~
주인아씨가 워낙 완벽한 두집 살림을 잘하고 있어 좀 설득력이 떨어지긴 하지만...김주혁 혼잣말은 정말 공감가지요~ㅋㅋㅋ
오늘 맘마미아 또 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