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지금 하인리히 거리에 산다 아이세움 그림책 저학년 4
베레나 발하우스 그림, 네레 마어 글, 이지연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줄 때, 이혼이나 입양을 소재로 한 책은 다루기가 조심스럽다. 누군가 부모의 이혼으로 상처를 갖고 있거나 현재 진행중인 가정도 있을거란 걸 염두에 두어야 한다. 가급적 이런 책은 읽어주기 보다 아이들 스스로 보도록 놓아만 둔다. 그런데 부모의 이혼을 얘기할 기회가 있어 이 책을 읽어주었다. 만약 부모님이 이혼한다면 어떻게 할지 이야기를 나눴는데, 한 두명 빼고는 모두 이혼을 말리고 자기가 죽어버린다는 유서를 써서라도 막겠다는 녀석도 둘이나 있었다. 물론 바람직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그만큼 아이들이 부모의 이혼으로 받는 상처가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책은 1989년 독일 청소년 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다. 그림동화로 유치원기 아이들부터 누구나 읽어도 이해할 수 있다. 주인공 베른트는 보보와 도도라는 곰돌이 인형을 가지고 논다. 행복한 가정생활을 연출하는 인형놀이는 베른트가 행복한 가정에서 잘 자라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부부싸움 후 침묵하는 엄마 아빠를 못 견딘 베른트는 자기 방에서 보보와 도도를 집어던지며 싸움을 시킨다.ㅜㅜ



한가지 부모가 기억해야 될 것은, 아이들은 부모의 이혼이 자기 잘못 때문이라는 죄의식을 갖는다는 것, 이 책의 베른트 역시 아빠에게 그런 질문을 하고 아빠는 결단코 네 탓이 아니라고 대답한다. 오직 엄마 아빠의 문제로 따로 살지만, 언제까지나 네 엄마 아빠로 사랑한다고 말한다. 아빠의 짐을 빼간 썰렁한 집안 분위기에 베른트는 악몽을 꾼다. 아이가 부모의 이혼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아빠의 집에 다녀 온 베른트는 엄마 아빠에게 심통이 나서 심술을 부린다. 말썽쟁이가 된 것이다. 자신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 시위하는 것이다. 그렇게 아끼고 사랑하던 보보와 도도를 창밖으로 집어 던지며 아빠가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하지만, 이제 아빠는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혼이 그들 인생에 좋든 나쁘든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이지만, 어떤 이유든 자녀에게는 잘못하는 것이다. 베른트도 조심스럽게 부모의 재결합을 꿈꾸지만 이루어지지 않고 아빠 집에도 베른트의 침대를 들여 놓아 적응해야 된다는 걸 보여준다. 부모가 선택한 또 다른 방식에 적응하기 위해 베른트는 보보와 도도를 두 집에 있는 자기 침대에 놓아 둔다. 베른트는 엄마랑 살면서 주말엔 아빠와 같이 시간을 보내며 성장할 것이다. 가슴 속에 상처는 남겠지만 부모의 이혼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것으로 이야기는 마무리 된다. 이것이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이혼가정의 환경일 것이다.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변하는 것이 사람이다. 만남과 헤어짐은 자기 인생뿐 아니라 자녀 삶에도 책임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 책을 읽고 2학년 아이가 쓴 편지에, 엄마 아빠가 헤어지면 아빠랑 같이 살고 싶다며 엄마를 야단만 치는 마녀로 묘사했기에 이야기를 나눴다. 아빠는 에버랜드에 근무해 한달에 한번 오시니까 항상 그립고 잘해주는 아빠로 기억하고, 미용실하는 엄마는 아무래도 야단치고 잔소리를 많이 하니까 싫어하는 아이의 감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아이들 성장기에 부부가 함께 사는 환경도 중요하다는 걸 또 한번 실감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