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만난 이금이샘이 혼자 통영에 가신다기에 따라 붙고 싶었다.
분명 박경리 선생 묘소에도 가실 텐데~
하지만 혼자 사색에 잠길 선생님을 방해하면 안될거 같아서 접었다.
통영에서 어디를 가셨는지도 궁금하고~
오늘 자락자락 내리는 비를 보며 통영출신 정공채 시인의
'선생님 비에 젖읍시다'가 생각난다.
정공채 시인은 금년 4월 30일 폐암으로 돌아가셨다. 향년 75세로~
낭송테잎과 같이 출판된 책에 수록된 시여서
내 청춘기 비가 내리는 날이면 으레히 귀에 달라붙던 시였다.
님들도 한번 감상해 보세요~~
혼자 분위기 잡아가며 읊어보셔도 좋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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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비에 젖읍시다 -정공채-
옛날같은 통정(通情)위로
비가 줄줄이, 줄줄이 비가 내리는군요
허벅지가 흰
나직하고 부드러운 가수를 찾습니다.
비가 통정해 오는 이런 날,
당신을 만나야 합니다.
선생님, 비에 젖읍시다.
지나가버리면 먼 언덕입니다.
꽃잎도 흩어지며 지는 것, 아닐까요
햇살을 머리 위에 받으며
종이소리를 매일 바스락거리는 메마른 당신,
저 치차(齒車)는 우리들의 일상(日常)이 되었습니다.
이런 세상일수록
선생님, 함께 비에 젖읍시다.
잃어버리며 굳어져가는 낡은 잿빛의 벽
당신과 나의 도시가
사람을 찾습니다.
저토록 쾌락과 부에 잠겨 있는
눈을 못뜨는 무덤과 감정은 동행 중입니다.
부재(不在)의 매끄러운 거리에서 소리가 죽는
선생님
그 참비에 젖읍시다.
--------------------이분의 시집과 저작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