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만난 이금이샘이 혼자 통영에 가신다기에 따라 붙고 싶었다.
분명 박경리 선생 묘소에도 가실 텐데~
하지만 혼자 사색에 잠길 선생님을 방해하면 안될거 같아서 접었다.

통영에서 어디를 가셨는지도 궁금하고~
오늘 자락자락 내리는 비를 보며 통영출신 정공채 시인의
'선생님 비에 젖읍시다'가 생각난다.
정공채 시인은 금년 4월 30일 폐암으로 돌아가셨다. 향년 75세로~

낭송테잎과 같이 출판된 책에 수록된 시여서
내 청춘기 비가 내리는 날이면 으레히 귀에 달라붙던 시였다.
님들도 한번 감상해 보세요~~
혼자 분위기 잡아가며 읊어보셔도 좋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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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비에 젖읍시다      -정공채-

  옛날같은 통정(通情)위로
  비가 줄줄이, 줄줄이 비가 내리는군요
  허벅지가 흰
  나직하고 부드러운 가수를 찾습니다.
  비가 통정해 오는 이런 날,
  당신을 만나야 합니다.
  선생님, 비에 젖읍시다.
 
  지나가버리면 먼 언덕입니다.
  꽃잎도 흩어지며 지는 것, 아닐까요
  햇살을 머리 위에 받으며
  종이소리를 매일 바스락거리는 메마른 당신,
  저 치차(齒車)는 우리들의 일상(日常)이 되었습니다.
  이런 세상일수록
  선생님, 함께 비에 젖읍시다.
 
  잃어버리며 굳어져가는 낡은 잿빛의 벽
  당신과 나의 도시가
  사람을 찾습니다.
  저토록 쾌락과 부에 잠겨 있는
  눈을 못뜨는 무덤과 감정은 동행 중입니다.
  부재(不在)의 매끄러운 거리에서 소리가 죽는
  선생님
  그 참비에 젖읍시다.

 

--------------------이분의 시집과 저작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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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헨 2008-10-22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제 생각났네요. 전혜린 평전 쓰신분...
오늘 비가 온다하였는데 기상청은 오늘도 오보일듯...

순오기 2008-10-22 20:12   좋아요 0 | URL
여기 광주는 가랑비 내리듯 거의 왼종일 왔어요.
님이 사는 곳엔 안 왔나 보군요~~ ㅜㅜ
정공채 시을 많이 알지는 못해요.
'선생님, 비에 젖읍시다' 낭송시가 좋아서 즐겨 들었거든요.^^

글샘 2008-10-22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산은 오늘 비가 촐촐히 오는데요... 참 기분 좋네요.
마음은 비에 젖는데... 몸이 좀 피곤해서... 쐬주 한잔도 하지 못할 듯...
담에, 비가 촐촐 오는 날... 통영에서 쐬주 한잔 합시다.
통영시장 죽이지 않나요?
참, 정공채 시인의 간이역 생각나네요...

순오기 2008-10-22 20:20   좋아요 0 | URL
아~ 글샘님을 부산이 아닌 통영에서 만나는 것도 멋지겠네요. 좋은 곳 안내해 주시렵니까? 통영은 '김약국의 딸'로 접했을 뿐이지 가보질 않아서 몰라요. 남편친구가 거기서 병원하고 있어 오기만 하면 근사하게 쏜다는데 이상하게 일정이 안 맞아서 못 갔어요.ㅜㅜ

지나치고 나면 그 도정에 간이역 하나 있었던가
간이역 하나가 꽃과 같이 있었던가

노이에자이트 2008-10-22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사가 정두수 씨가 이 분의 동생이더라구요.저는 초한지를 읽었어요.소설도 쓰시더라구요.

순오기 2008-10-22 20:21   좋아요 0 | URL
작사가 정두수씨가 동생이었군요.
예전에 웬만한 히트곡은 거의 정두수 작사 김영광 작곡~ 이랬던거 같아요.^^

2008-10-22 2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0-22 2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08-10-24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가 넘 좋아요^^ 이곳도 비가 내렸으면 좋겠는데...가을 햇살이 따갑습니다. 그런데 이 시를 읽고 보니 갑자기 제 스승님이 생각이 나는군요. 초등학교 때 맺어진 인연이 지금까지 벌써 26년이나 되니....선생님과 함께 한 추억이 주마등처럼 떠오릅니다^^

순오기 2008-10-24 10:16   좋아요 0 | URL
빛고을 광주도 햇살이 눈부십니다~~ ^^
좋은 인연은 좋은 추억으로 남지요~ 26년이라~~
저도 초등때 담임샘과 맺은 인연이 벌써 35년이 되었는데 그분은 지금 60이니 곧 정년퇴임...교장 취임때도 전국에서 모인 친구들과 축하를 했는데 퇴임때도 친구들이 모여야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