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나무 빤스  -손택수-

아내의 빤스에 구멍이 난 걸 알게 된 건
단풍나무 때문이다
단풍나무가 아내의 꽃무늬 빤스를 입고
볼을 붉혔기 때문이다.

열어놓은 베란다 창문을 넘어
아파트 화단 아래 떨어진
아내의 속옷,
나뭇가지에 척 걸쳐져 속옷 한 벌 사준 적 없는
속없는 지아비를 빤히 올려다보는 빤스

누가 볼까 얼른 한달음에 뛰어내려가
단풍나무를 기어올랐다 나는
첫날밤처럼 구멍 난 단풍나무 빤스를 벗기며 내내
볼이 화끈거렸다

그 이후부터다, 단풍나무만 보면
단풍보다 내 볼이 더 바알개지는 것은

 
   

손택수 시인의 '목련전차' 64쪽에 실린 시다.

난, 이 시가 좋다,
아내에게 속옷 하나 사주지 못한 남편의 고백이 좋고
여늬 부부도 다들 이렇게 사는거려니 위안이 되어서 좋다.

난, 손택수 시인의 이 시를 읽고부터
단풍나무만 보면 시가 떠올라 얼굴이 발개진다.
 
집 뒤 공원과 학교길 단풍나무가 물들어 가면
나도 덩달아 얼굴 붉힐 일이 많겠다.^^

바람구두님이 손시인을 인천에 오라했다는데
언제 인천에 오는지 나도 가서 만나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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