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글이 있음을 감사하며 읽을 책 '뚜깐뎐'
내 방귀 실컷 먹어라 뿡야 신나는 책읽기 16
이용포 지음, 노인경 그림 / 창비 / 2008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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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이용포작가님과 우리 민경의 특별한 인연으로 선물 받았다. 작가에게 사인본을 받는 기쁨을 무엇에 비길 수 있을까? ^^ 아이들에겐 너도 이 다음에 '사인'을 해주는 사람이 되라면서 엄마는 사인본에 흡족한 아줌마일 뿐이다.ㅋㅋㅋ

민경이는 중간고사가 끝나고 학부모독서회 문학기행으로 '소록도'에 끌려(?) 갔다 온 스트레스를 푼다면서 이 책을 유쾌하게 읽었다. 창비의 '초등1.2.3학년을 위한 신나는 책읽기' 시리즈니까 저학년들이 재밌게 볼 수 있는 책이다. 책 제목에 나오는 '뿡야'라는 말을 나는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처음 만났다. 번역자가 그렇게 붙였겠지만, 스티븐의 유년기 보모가 아주 뚱뚱한 여자였는데 어찌나 방귀를 뀌어댔는지 그 황당한 얘기를 펼쳐 놓을 때 나온다. 이 제목을 보면서 그 생각이 나서 웃었다.

이 책이 도착한 날, 엄마가 먼저 읽었는데 아주 맛났다. 냠냠~ '내 방귀 실컷 먹어라 뿡야'는 부모의 잔소리와 학원을 뺑뺑이 도는 초등생들의 비애와 탈출 욕구가 잘 드러난 동화로 재미있었다. 어른들이 말 안듣는 아이에게 써먹던 협박(?)성 '망태 할아버지가 잡아간다'는 말을 소재로, 어른들도 일독하면 올챙이 시절을 잊고 있던 유년기 정서를 흔들어 깨울 듯하다. 그런데 내가 자란 충청도에선 '망태 할아버지가 잡아간다'는 말을 하지 않았고, 내 고향에서 '행구엄마가 잡아 간다'는 말을 했다. 행구엄마는 온 몸에 옷을 줄레줄레 걸치고 다니는 정신이 온전치 못한 아줌마였다. 나는 어렸을 때 엄마를 따라 당진장에 갔다가 실제 행구엄마를 본 적이 있어, 그 말을 들으면 공포감이 온몸을 휘감았었다. 그래서 나는 범생이로 컸다는 믿지 못할 전설(?)이 전해진다. ^^

중1 민경이가 쓴 독후감으로 맛보시기를~~~

일단 제목을 봤을 때 든 첫 생각은 ‘뭐야, 이거?’였다. 좀 황당했지만 내용이 궁금하기는 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내가 처음 이용포 작가님을 보았을 때는 조금(?) 수줍고, 조용하신 분이었는데 책을 보면 첫인상과는 전혀 다르다. 머리말에 보면 망태 할아버지가 자신을 찾아와 자기 얘기를 써달라고 했다는데, 아무리 봐도 거짓말인 이 얘기에 ‘난 거짓말은 코딱지만큼도 할 줄 모른다’라고 배짱 있게 써 놨다. 이용포 선생님은 어렸을 때 ‘말썽 부리면 망태 할아버지가 잡아 간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난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지만..

망태 할아버지는 나쁜 짓 한 애들만 잡아 간다고 했는데, 이 책의 주인공 ‘수’는 말썽을 부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불량식품 먹지 말라, 쓰레기 함부로 버리지 말라는 엄마 아빠 말을 철썩같이 믿고, 덕배처럼 시골에서 오고 불량식품이나 먹는 아이는 한심하게 바라보는 조금은 얄미운 샌님이다. 한 사흘 신나게 놀고 싶어 하는 아이를 찾는 망태 할아버지를 유괴범이라고 생각하는 현실적인 아이이기도 하다. 망태 속에 뭐가 있을까 궁금해 살짝 들여다봤는데, 꾸울꺽! 망태가 수를 삼켜 버렸다!!

정신을 차려보니 우스꽝스러운 건물이 늘어서 있는 ‘망태 동산’이다. 게다가 망태 할아버지를 보기 전에 먹고 있었던 꿈틀이는 커다란 괴물로 변해버렸다. 식당은 난장판이고, 아이들 사이의 별명은 ‘사마귀뒤꿈치’, ‘개미발바닥티눈’처럼 예의 없고 무례한 별명이다. 게다가 아이들 사이의 인사는 ‘내 방귀 실컷 먹어라 뿡야’다. 음, 망태동산에는 남자아이들 밖에 없나? 아무리 신나게 놀고 싶어 하는 여자애라도 이런 별명을 받고 좋아할 애는 없다. 방귀도 그렇고. 여자아이들만을 위한 망태동산이 따로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수는 망태동산을 싫어하다 결국 도망치는데, 괴물들이 있는 곳이다. 답답한 새장으로 들어오라 하는 괴물은 자세히 보니 엄마다. 사실 ‘수’도 학원으로 돌고 착하게 굴어야 하는 게 답답했던 모양이다. 들어가기 싫다고 반항하다 꿈틀이에 의해 구해진다. 다시 망태 동산으로 돌아오고,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지나 현실로 돌아온다.

요즘엔 아이들을 너무 빨리 어른으로 만들려 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너무 조숙한 아이는 귀여운 맛이 없는 법이다. 정말로 망태 할아버지가 있었으면 좋겠다. 가끔은 아무 신경 쓰지 말고 신나게 놀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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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08-10-14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이 책 이용포 작가님 책이군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한 번 찾아 읽어볼게요.^^

순오기 2008-10-15 06:04   좋아요 0 | URL
재미있어요~ 이용포 작가님도 은근 재미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