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문화원 주최로 '용아 박용철 문학축제의 밤'이 열렸다. 절친한 분이 항상 사회를 보기 때문에 이웃들과 함께 6시 30분 집을 나섰다. 작년까지 우리 동장으로 계시던 분이 구청 문헌정보팀장이 되어 이번 행사를 주관하기 때문에 양쪽에서 전화를 받았던지라 사람들을 '동원'하는 차원에서도 움직여야 했다. 내가 번개를 치면 이유를 불문하고 빠지지 않는 몇 사람은 꼭 있다. 택시로 10분 거리, 요금은 3,500원 정도^^ 우리 디카가 아무리 시간을 조정해도 항상 15분 정도 빠르니까, 빼기15분.

진입로가 복잡할까봐 큰도로에서 택시를 내렸다. 길가에 붙은 현수막은 완전 흔들려서 못 올렸다. 생가 입구 안내판, 솔뫼골 골목으로 접어드니 청사초롱은 아니어도 빨간불 파란불 꼬마전구로 불 밝혔다.

입구에서 손님을 맞던 정보팀장님과 반가움의 포옹을 나누고~ 시화전이 같이 열렸지만 잘 살펴보지 못했다. 장소는 좁고 어둡고 사람은 장사진을 이루고...작은 액자 눈여겨 볼수도 없었다. 그래도 입구 담벼락부터 졸졸이 붙어 있었는데 사진이라도 찍을 걸~ㅜㅜ 행사가 시작되어 복잡하기 전에 사회를 맡은 교수님도 미리 한 컷 찍어두고...

문화원 행사때마다 봉사를 하는 지인들을 만나 기념촬영도 하고~

사랑채 마당에서, 문화원 동아리 발표때 최우수상을 받은 '임방울 풍물패'가 신나게 막을 열었다.



흥겨운 소리를 들으며 생가의 이곳 저곳 축제 분위기를 카메라에 담았다. 본채 앞 장독대 옆 우물가 함지박의 막걸리~~ 저걸 누가 다 먹누? 이번엔 먹거리 장을 성대하게 열지 않아서 그랬는지 엄청 남았더라~^^

생가는 어두워서 잘 나오지 않아 인터넷에서 옮겼다. 용아생가는 지방기념물 제13호로 지정되었다. 용아선생의 고조부가 19세기 후반 지었으니 200년이나 되고 본채, 사랑채, 행랑채, 사당에 서재까지 갖춘 주택으로 복원하지 않고 원형대로 이만큼 보존된 것도 없을 것이라 했다.

본채 왼쪽 끝 마루엔 원불교의 정녀들이 단아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용아선생의 부인 임정희 여사가 원불교였다든가~ 행사때마다 많은 분들이 와서 구경도 하고 봉사도 한다. 현재 생가에 살고 계신 분이 용아선생 집안 사람으로 그분과 잘 알기 때문에 방문했다며 촬영을 허락하셨다.^^



본채 옆으로 어사화 나무가 제법 큰데 컴컴해서 잘 안나왔다. 6월이면 그 꽃이 만개해 정말 장관인데~ 암행어사 사모 앞으로 두줄 늘어진 그 꽃이 바로 어사화다. 예전에 꽃 페이퍼에 올렸었는데~ 안채 마당에 휘장도 펼쳐 놓았다. 다들 사랑채 마당에 공연을 보느라 찾는 사람 없어 휑하다.

대문 앞 입구엔 상감초가 높이 자라 반긴다. 상감청자를 떠올리듯 초록잎에 테두리가 하얗다.
꽃꽂이할 때 소재로는 써봤어도 실제는 못 봤는데 광주에 오니까 시골집들은 거의 다 있었다.
발안톨케이트를 빠져 '제암리 기념관'에 갔을 때 그 화단에서 상감초를 발견하고 반가웠었다.^^

대문 왼쪽으로 보이는 담장, 초가지붕을 이고 행랑채까지 죽 이어졌다.



담장안에 있는 감나무엔 감이 빨갛게 익어가고 있었다.

대문에서 이어진 담장이 끝나면 행랑채가 나온다.

행랑채~~ 대문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사랑채로 들어가는 문이 있다.



입구에서 접수를 받고 문화원에서 발행한 책을 하나씩 주었다. '떠나가는 배 2008년 4호'
행사때마다 박용철문학회에서 책을 만들어내고 내방객한테 한 권씩 준다. ^^

드디어 본 행사가 시작되어 전갑길 구청장의 축사~

용아선생의 큰 아들이신 박종달 선생, 송정동초를 나와 전남대 의대에서 순환기내과 공부하고 하버드에서 보건학 석사~ 현재는 은퇴하고 결핵협회 부회장으로 북한 결핵퇴치사업에 힘쓴다. 용아선생이 35세의 나이로 후두결핵으로 돌아가셨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단다. 둘째는 법률을 공부하고 국회도서관장을 지냈다는 박종일(?)씨는 8년전 사망, 셋째(종률)는 공학을 공부하고 대한석유공사 사장을 역임했다는데 이번에 불참, 형제분의 사진은 4년전 탄생100주년 행사때 찍은 것.

탄생 100주년 행사때 순서지에 받은 두분의 사인, 
그 속의 사진은 생가 안채와 송정공원에 있는 떠나가는 배 시비, 따로 찍은 사진이 있지만 찾아 올리려면 복잡하니 대충 요걸로 감상하세요.^^

축사하는 조선대 명예교수 문병란 시인, 오른쪽은 4년 전 100주년 행사때 사진. 문병란 시인은 김원중이 부른 '직녀에게'를 썼고, 80년대 저항시를 많이 썼다. 기억나는 건 '코카콜라' 



제1부 광산구청장의 '떠나가는 배' 낭송으로 시작, 사회를 맡은 교수님께 배웠다고 하더니 꽤 잘했다는 반응이었다. 우리 지역 김정희 시인의 낭송'돌아오는 배'가 이어졌다.



용아백일장 제15회 16회 초등부 운문부 최우상을 받은 안휘원, 김선진 어린이의 자작시 낭송이 있었다. 자작시니까 안보고 해도 되겠드만, 떨린다고 둘이 다 보고 낭송했다. 보고 하는 건 엄밀히 말해 낭송이 아니지만 어쩌겠누~ ㅜㅜ

역시 프로는 다르다~ 전문 낭송인들의 낭송, '밤 기차에 그대를 보내고'와 '기원'

두 분의 젊은 대학교수가 선보인 단소와 해금 연주, 가을과 시와 어울리는 우리 소리~

용아선생 처남인 임병무 교수와 친구라서 맺어진 인연으로 용아선생을 알고, 친구가 가져온 용아선생의 책에서 30년대의 시를 접하고 충격을 받았으며 그 영향으로 습작했고 50년간 시의 길을 걸었노라는 민영 시인 ...용아 시 '고향'을 낭송했다.

내가 사회교육원에서 시를 배울때 민영, 최원식, 최두석의 한국현대 대표시선을 참고로 했기 때문에 더 반가웠다. 끝나고 살짝 사인도 받았다.



용아생가 사랑채 마당 앞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던 초등생들은 많이 돌아가고, 주민들은 밤이 깊어도 자리를 지켰다. 초등생들이 어찌나 시끄럽던지 초반에 분위기를 좀 망쳤다~ 녀석들 가고 나니 조용하드만~ 그래도 시인을 꿈꾸는 꿈나무들이고 그 중에 천재시인이 있을 줄 어찌 알겠누?^^



잠간 대담 시간이 있어, 큰아드님은 아주 어려서 아버지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할아버지의 훈육을 받았고, 여름이 끝날 무렵 해마다 할아버지가 무등산 수박을 보내주어 무등산 수박 구경도 못한 서울사람들과 나눠 먹었다는 말씀도 있었다. 앞으로 용아문학관 건립을 계획하고 있으며 가지고 있는 유물과 진필원고 등 자료가 풍부하기 때문에 문학관을 세워도 전시물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쑥대머리'로 유명한 임방울 명창처럼 쑥대머리와 판소리 한 절을 불러준 김인원 광산구의원, 역시 호남이다~ 아주 후련하게 토해내는 판소리에 모두들 가슴까지 시원했다.

잠시 민영 시인과도 대담의 시간을 가졌고, 민영 시인의 '방울새에게'를 낭송했다.

마지막 순서는 참가자와 지역주민들이 다같이 '떠나가는 배'를 낭송하고 막을 내렸다.

모든 순서가 끝나 본채 마당으로 가보니, 본채 마루에서 아들 박종달 선생과 처남인 임영무 교수가 대담방송을 촬영하고 있었다. 어디 방송이지~ 광산구 인터넷 방송인가?





순오기 기자의 리포트는 여기까지~~ 그리고 밧데리가 급사망~ 그래도 제 할일은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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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남중 작가 초청강연회 현장 스케치
    from 엄마는 독서중 2010-06-10 09:10 
    2007년 11월 30일 광주대에서 있었던 이금이 작가 강연회에서, 김남중 작가(뒷줄 오른쪽 두번째)를 처음 뵈었다. 내가 쓴 '주먹곰을 지켜라' 리뷰에 무등산을 거론했었는데 그걸 기억하고 있어, 그때 잠간 나눈 이야기 덕분에 중학교독서회 '작가와의 만남'에 초청하게 되었다.   >> 접힌 부분 펼치기 >>
 
 
노이에자이트 2008-10-01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가집 이쁘네요.그 시인이 광산구 출신이었군요.
저런 행사도 하고...멋있어요.

순오기 2008-10-02 05:36   좋아요 0 | URL
광산구가 내세우는 인물이죠. 임방울선생과 더불어~ ^^
용아생가에 한번 가 보세요~~~ 보존이 잘 되어 흐뭇하실 겁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10-02 12:32   좋아요 0 | URL
어릴 때 홍성군 광천에서 잠시 살았는데 그때 초가집이었어요.이엉을 가는데 굼벵이가 와글와글...꼬물꼬물...저는 주워서 요모조모 관찰했지요.

순오기 2008-10-03 12:19   좋아요 0 | URL
으~ 초가지붕의 굼벵이 저도 알지요.ㅜㅜ
우린 새마을운동 덕분에 초가집을 개량했으니까~ ㅎㅎㅎ

노이에자이트 2008-10-03 22:39   좋아요 0 | URL
대화가 영 농촌스럽네요.초가집 굼벵이...굼벵이는 몇년 전 길거리에서 약으로 팔려고 어떤 남자가 벌려 놓은 걸 봤어요.정력에 좋다고 선전하는데...우리나라는 무슨 음식이든 여자의 피부미용에 좋고 다이어트 식품이며 남자 정력에 좋다고 하니까요.

마노아 2008-10-02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월도 알차고 바쁘게, 그리고 의미있게 시작하셨군요. 장렬하게 사망한 밧데리, 그래도 제 역할 다해주니 고맙네요^^

순오기 2008-10-02 05:38   좋아요 0 | URL
알차고 바쁘게~~~ 장렬하게 사망한 밧데리처럼 순오기도 늙었나봐요.ㅠㅠ
하루 날새서 후유증이 며칠은 간다는거~~~ㅎㅎㅎ 옛날엔 이틀을 새고도 끄덕 없었는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