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문학기행을 갔을 때, 양철북 사장님이 이 책을 가져오셔서 '태양의 아이 보육원'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에서 펼쳐 보았다. 게다가 여행 가기 전, 알라딘에서 이 책의 '서평단'을 부탁한다는 메일이 들어와 흔쾌히 승락했기에 관심이 깊은 책이었다. 검색해보니, 양철북에서 2002년에 펴낸 '야누슈 코르착의 아이들'이란 책도 있었다. 기회가 되면 살펴볼 목록에 추가한다.^^

 

내가 잘 알지 못했던 야누슈 코르착이란 분의 생애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 이타적인 삶을 산 위인들을 접할 때마다 한없이 작아져 쥐구멍으로 쏘옥~ 들어갈 것 같은 나를 추스리는 독서는 편치 않지만, 그래도 이런 배움과 깨우침이 있기에 책을 읽는 것이리라 위안을 삼는다.

초등저학년들에게 분량도 많고 어려운 듯하지만, 이렇게 남을 위해 살다 간 분들이 있어 세상이 점점 좋아지고 있음을 믿기에 소개하려는 마음으로 읽어주었다. 생각보다 집중도 잘했고 몰입하는 아이도 있어 즐거웠다. 그리고 각자가 원하는 형식의 독후활동을 했는데, 편지글이 많았다. 아이들은 편지형식에 맞춰 길게 썼지만, 나를 감동시킨 부분을 발췌해 옮기니 아이들의 솔직함이 묻어나는 편지를 감상하세요.^^

1학년 정수지 - '너희들은 착한 마음씨를 가진 고아들이구나. 다른 고아들이 와도 환영해주는 너희들 마음 알 수 있겠어. 너희들의 꿈을 못 이뤄서 정말 안됐구나. 나는 커서 병원 사장(?)이 돼서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줄거야. (어쩌면 병원은 이미 기업이 되어 사장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1학년 양우진 - 할아버지는 왜 아이들을 먹여 살릴려고 의사를 그만두셨어요? 의사도 좋잖아요. 돈도 많이 벌고 좋잖아요. 그래도 아이들을 구한게 더 좋아요. 그리고 할아버지는 같이 살고 같이 죽고, 같이 살았다는 게 너무 훌륭한 것 같아요.

2학년 백송이 - 저는 의사가 되고 싶어요. 제가 왜 의사가 되고 싶냐면, 다른 사람들이 아플 때 치료를 해주고 싶기 때문이에요. 저는 할아버지가 분명히 하늘 나라에서 보고 있다는 걸 믿고 열심히 할 거에요.

2학년 정인선 - 여긴 너무 더워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 야누슈 코르착 할아버지는 너희들을 안 버린다고 약속했어. 할아버지가 여름 소풍을 간다고 했지만, 기차를 타면 죽음의 가스실에서 너희들과 할아버지는 죽을 거야. 난 안가고 집에 있을 건데...... 너희들은 겁을 내지 말고 할아버지를 잘 따라가. 그리고 너네들은 진짜 천사가 될거야. 코르착 할아버지랑 같이 하늘나라로 갔으니까.

2학년 이선우 - 저는 코르착 할아버지가 아이들을 끝까지 보살펴 주신게 정말 정의로웠어요. 저도 치과의사가 되면 번 돈으로 불쌍한 아이들을 보살펴 주고 치아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치료하고 도와줄 거에요. 아픈 사람이 없도록 말이에요. 저는 그 죽음의 기차에 안 탈 거에요.

2학년 최나람 - 할아버지는 대단해요. 거지와 바보가 봐도 대단하다고 생각할 거에요. 제가 만약 코르착 할아버지라면 저도 할아버지처럼 죽을 거에요. 왜냐하면 아이들을 버리지 않고 약속을 지켜서 아이들과 함께 죽으면 천국에 가니까요. 또 같이 죽지 않으면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나중에 지옥에 가야 하니까요. 전 할아버지가 자랑스러워요.

2학년 안주영 - 의사를 그만두고 고아원을 지었다는 게 대단해요. 할아버지가 고아들을 도우니까 저도 커서 고아들을 돌볼 거에요. 전 죽는 것은 끔찍해요. 수술하는 것도 무서워요. 그래서 저 혼자 살아남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할아버지 때문에 성실한 사람이 되기로 했어요. 저도 죽으면 할아버지를 만날게요.

5학년 배아영 - 코르착 할아버지의 삶이 존경스럽고 대단하다고 인정하지만, 나는 그렇게는 못 살것 같아요. 그냥 평범하게 살면서 남들을 조금씩 도우며 살거에요.

5학년 오한영 - 나는 경찰이 되고 싶은데, 내가 좋아하는 경찰일을 하면서 도둑도 잡고 사람들을 도울거에요. 그리고 코르착 할아버지처럼 남을 위해 죽지는 못하지만, 절대 나쁜 짓하는 경찰은 되지 않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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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8-15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실히 아이들도 의사가 돈 많이 벌고 영향력 있는 직업이라는 것을 제대로 꿰뚫고 있군요...;;;;
저렇게 헌신적인 삶은 자신 없어도 열심히 살겠다는 마음들이 예뻐요.

순오기 2008-08-16 11:54   좋아요 0 | URL
어른들이 하는 소리나 텔레비전을 통해 알겠죠~
그래도 솔직함은 역시 아이들이죠~ ^^

bookJourney 2008-08-15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의 글에서 현실에 대한 인식, 진지함, 정직하고 바른 자세가 보여요.
'나도 야누슈 코르착처럼 ...'라고 쓴 글보다 훨씬 마음에 다가오네요.

순오기 2008-08-16 11:56   좋아요 0 | URL
그래도 많은 아이들이 야누슈 코르착처럼 의사가 돼서 고아들을 돌보겠다고 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