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달려라 하이타니 겐지로의 시골 이야기 4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김종도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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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타니 겐지로의 시골이야기 네번째 책이다. 리뷰를 쓰면서 다카유키를 비롯한 등장인물의 별명을 거론하지 않았는데 이번엔 그냥 지나칠 수 없겠다. 다카유키의 별명은 '땅콩땅'이다. 정확하게는 '땅콩땅 콩땅콩'이지만 그냥 '땅콩땅'으로 불린다. 왜 그런 별명이 붙었는지는 설명하지 않아 잘 모르겠다. 땅콩땅의 친구들 별명도 만만치 않아, 맹꽁이(가츠지), 넙죽이(긴야), 남자자염(레이코), 도코짱(도코에)과 그냥 후타로 불리는 엄청난 먹보 후타와 긴타(꽃집 휴일 아저씨 아들)가 또래 친구로 등장한다.

어른친구들의 별명도 돈지갑아저씨(서점주인), 여자장면 아저씨(남자장면 아빠로 중국집 주인), 팬티아저씨(옷가게 주인으로 늘어진 팬티고무줄처럼 건들거리는 아저씨), 휴일아저씨(꽃집주인, 맘에 안 드는 손님이 오면 '오늘은 휴일입니다'라고 해서 붙여진 별명), 정의의 사자 아저씨(마음씨 좋은 어부로 언제나 아이들 편), 하루 할머니와 이웃의 농사선생님인 다케조씨와 기시모토 선생님. 4편에 처음 등장하는 고로아저씨(아빠의 친구로 마라톤 코치)가 나온다.

전편에서도 이 많은 사람들이 어울려 엮어내는 삶의 현장이 감동이었지만, 4편 '맨발로 달리다'에서는 마라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웃들의 이야기가 더 감동스럽다. 갈수록 끈끈한 우정과 사랑이 찐하게 느껴졌다. 이런 친구와 이웃들이 있다면 세상은 정말 살만하지 않은가! 절로 감동과 감탄이 나왔다. 사람이라면 이렇게 어울려 살아야 하는데, 요즘 사람들 특히 도시에서 이웃들과 네것 내것 따지지 않는 무조건적인 어울림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이들이 부러웠고, 이렇게 살고 싶은 동경까지 생겨났다.

가출해서 친구집에서 지내는 누나 가나코의 문제로 엄마와 아빠의 갈등이 살짝 비치며, 자기만의 삶의 방식을 만들고 가족이 서로 동의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아이들은 누나의 친구들과 함께 어우러져 음식만들기에 도전하며 삶의 지혜도 배우고 자신감과 즐거움을 얻는다. 누나는 부모에게 반항할 줄 모르는 인간은 글러먹은 인간이라며, 별 이유없이 반항하는 건 나쁘지만 삶의 방식이 달라서 부모와 부딪치는 건 절대 나쁜 일이 아니라며 동생에게 훈수한다.

시골을 찾아온 아빠 친구인 시로아저씨의 도움으로 자연스레 마라톤 가족이 된다. 몸과 마음이 서로 대화를 나누며 달리는 것이지 빨리 달리기 위해 경쟁하지 말고 천천히 즐기면서 하는 것임을 배운다. 땅콩땅은 시로 아저씨의 도움과 지도를 받아 친구들과 달리기 연습을 하고, 마침내 바닷물마라톤대회 하프에 출전한다. 물론 12세 미만 아이들은 동반자가 있어야 한다. 자연스레 아빠 엄마와 누나, 료코 누나와 미짱 누나, 정의의 사자 아저씨와 기시모토 선생님이 동반자가 되어 아이들과 달린다. 둘씩 짝이 되어 달리고 이웃들이 모두 나와서 응원하는 모습은 감동의 눈물까지 글썽이게 만들었다. 마라톤의 힘든 과정을 이겨내는 아이들도 자랑스럽지만, 항상 아이들 편이 되어 응원하고 지지하는 어른들도 멋지다.

땅콩땅 다카유키와 친구들은 꿋꿋한 사람으로 잘 자랄거라는 희망과 믿음이 생긴다. 서로의 사랑과 배려로 아름답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조목조목 보여주며 생각케 하신 하이타니 선생님께 감사하는 행복한 독서였다. 이제 5권 '생명은 서로 기대어 살지요'를 읽고 이틀 후엔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그리고 시골이야기의 배경지인 아와지 섬을 둘러보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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