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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시골로 간다 ㅣ 하이타니 겐지로의 시골 이야기 1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김종도 그림 / 양철북 / 2004년 10월
평점 :
품절
이번 주말, 하이타니 겐지로의 작품배경지를 중심으로 한 일본문학기행을 앞두고 부랴부랴 읽었다. 일정 둘째날 시골이야기 배경지인 아와지섬을 찾아 하이타니 선생이 살던 집도 방문하고 선생이 자주 가시던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이런 꿈같은 일정을 앞두고 작품을 읽는 건 기본이고 예의라 생각한다.
나는 충청도 시골에서 15세까지 살았다. 농사철에 어리면 어린대로 일손을 돕느라 학교 갔다와서 놀 시간이 별로 없었다. 추수철엔 고양이 손도 빌린다 하지 않던가! 뙤약볕에서 일하는 게 싫어서 시골생활이라면 지금도 진저리가 난다. 콩밭 매느라 낑낑댔는데 비만 오면 풀이 마구 마구 자라서 내 수고를 헛되게 하던 그 좌절감은 아직도 써늘한 기억이다. 내게 농촌생활은 도시인이 꿈꾸는 전원생활이 아니고 치열한 삶의 현장이었기에, 나이 들면 돌아가야지 하는 마음은 눈꼽만큼도 들지 않는다.
하이타니 선생은 교편생활을 접고 아와지 섬에서 농사짓고 살았고, 그 경험을 살려낸 작품이라 공감되었다. 도시에 살던 화가 아빠는 오랫동안 꿈꿔온 시골로 살러 간다. 도시인이 꿈꾸는 환상이 아닌 현실의 가족을 그린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헤어지기 싫고, 어른들이 결정하고 무조건 따르라는 건 폭력이라고 거부하며 갈등을 겪는다. 여름방학에 맞춰 시골로 이사하고 농사를 짓는다. 지렁이와 뱀에 놀라고 왕지네에 물리는 공포의 시골생활에 자신감을 잃어갈 때, 시장어른들과 친구들이 찾아와 나무와 꽃을 심으며 다시 기운을 차리게 된다. 따뜻한 정이 넘치는 이웃과 친구들의 우정이 감동스럽다.
나(다카유키)와 누나는 시골 학교로 전학하지 않고 2시간이상 걸리지만 통학을 한다. 버스와 배를 타고 가느라 새벽에 일어나지만, 스스로 선택한 일이라 졸린 눈을 부비면서도 감당해낸다. 아빠를 존경하고 존중하지만 자기 삶의 방식대로 살겠다는 중2 누나가 야무지다. 우리 큰딸과 맞아 떨어지는 캐릭터라 좋게 보여진다.^^
자연의 소중함과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이 귀하다는 걸 자연스레 배우는 시골생활에도 아쉬움은 있다. 예전의 시골이 아니고 많이 변화된 모습이다. 친구집에서 유정란 열두 개와 오리알 일곱 개를 얻어와 부화기에 넣는다. 온도와 습도를 맞추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위치를 바꿔주며 온갖 정성을 들인다. 드디어 21일이 지나 병아리가 깨어나는 순간, 생명이 탄생하는 건 목숨을 건 일이다. 죽을 힘을 다해서 알을 깨고 나오는 병아리의 탄생이 경이롭다.
하루 종일 굶어 다리가 후들거렸던 후타를 집으로 데려와 지낼때, 아버지는 배고파도 도둑질하지 않은 후타가 대단하다고 칭찬한다. 자신은 어린시절 굶주림으로 형과 같이 옥수수를 훔치러 갔던 고백으로 모두의 눈시울을 적시며, 기어이 눈물 한방울 떨구게 했다. 아버지는 먹을거리의 소중함과, 숨쉬고 땀흘리는 사람과 똑같이 땅도 살아 있음을 가르친다. 씨앗을 뿌려 생명을 키워내는 일이 얼마나 장한 일인지, 체험을 통해 배우고 깨달아가는 다카유카 가족의 시골이야기는 2편으로 계속된다.
하이타니 선생이 살았고 다카유키 가족이 살던 시골을 찾아 흔적을 더듬어 볼 기대에 가슴 설레는 독서였다. 이 책은 우리 어린 시절 읽었던 책처럼, 앞장에 캐릭터를 보여주는 인물소개가 반가웠고, 시골 풍경 삽화도 포근한 고향처럼 정겨웠다. 초등 3학년 정도면 읽을만 하겠다. 시리즈가 5권인데 2권 읽었고 나머지는 오늘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