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가 들썩들썩>에 실린
'우리 동네 전설' 전문입니다.^^
우리 동네 전설 - 신형건 -
우리 동네엔 한때 ‘개조심 씨’가 살았다고 한다.
엄마가 얘기해 준 전설에 따르면
그 집 문 앞에 서서 “개조심 씨! 개조심 씨!” 하고
목청껏 부르니까 느닷없이 “으르렁 컹컹! 컹컹컹!” 하고
검둥이 개 한 마리가 달려 나와 반기는 바람에
노랑머리 선교사는 걸음아 나 살려라, 십 리 밖으로 달아났대나.
‘개조심 씨’는 이 집 저 집 옮겨 다니며 살았다는데
요즘은 어디 사는지 좀처럼 문패를 찾을 수가 없다.
그 대신 ‘신’ 씬지 ‘신문’ 씬지 하는 성을 가진 누군가가
제 이름을 써서 이 집 저 집 대문에 붙인 걸 심심찮게 본다.
‘신문사절’, ‘신문절대사절’ -대개는 이렇게 두 가지 이름이지만
때로는 ‘신문절대넣지마시오’ -이렇게 긴 이름도 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요즈음 우리 동네에
가장 많이 사는 사람은 ‘주차금지 씨’이다.
이 사람이 누군지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대문짝만한 문패를 아무 데나 거는 참 이상한 사람이다.
대문 앞이건 담벼락 앞이건 쓰레기통 옆이건
가리지 않고 골목마다 제 이름을 내세우는 이 사람이
어느 집에 사는 지 정말 궁금하다.
아무리 땅 투기가 심한 세상이라지만 제멋대로
골목을 차지하며, 이마를 맞대고 사는 이웃들을 서로
눈 흘기게 만드는 이 사람을 얼른 찾아 내야겠다.
그 옛날 코쟁이 선교사가 ‘개조심 씨’를 부르던 것처럼
“주차금지 씨! 주차금지 씨!” 하고 목청껏 부르면
“우르릉 땅땅! 우르르릉 땅땅땅!” 하며 달려나와
나를 반기려나. 그래서, 그래서 또 하나의 전설로 남아
길이길이 후세에 전해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