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의 정기를 받은 산왕 부루 1
-
-
산왕부루 2 ㅣ 책읽는 가족 36
박윤규 지음, 이선주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1편을 올리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누군가 이 책을 구입하면서 땡스투를 눌러주셨기에 2편을 기대하시라고 마무리했던 1편 말미에 책임을 느껴 2편을 뒤늦게 올린다. ^^
우리의 국시가 '통일'이 아닌 '반공'을 부르짖던 시대도 지났고, 이제는 공산주의 사상도 빛바랜 유행처럼 이데올로기 대립의 시대도 아니다. 그러나 우리 민족적 과제는 '통일'이고, 우리의 소원이 '통일'임에는 변함이 없어야 한다. 분단의 세월이 길어질수록 6.25로 명명했던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도, 이산의 아픔을 겪은 세대들은 이미 많은 분들이 고인이 되셨다. 분단 60년이 훌쩍 넘고, 이제는 우리끼리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인지라 '통일'도 마다하는 세대가 판을 친다. 더구나 국가의 수반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엄청나게 달라지는 세상이다. 아무도 통일을 얘기하지 않는다면, 우린 영원히 분단된 채로 살아야 하는 건가? 참으로 절망스럽고 참담하다.
그러나, 문학이나 예술이 끊임없이 '통일'을 얘기한다면 아직은 희망을 버릴때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굉장히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백두대간의 정기를 받은 호랑이 '산왕 부루'를 주인공으로 한반도의 통일을 얘기하는 작품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1편에선 지리산에서 태어난 부루가 우여곡절을 거쳐 한라산에서 큰 깨달음을 얻고, 진정한 산왕이 되기 위해 짝을 구하러 백두산을 향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2편에선 백두산으로 가기 위해 온갖 어려움을 겪는 과정이 그려진다. 김정호의 '대동여지전도'를 앞면에 넣어 백두대간의 줄기를 알 수 있게 배려했다. 부루는 여전히 얼음눈과 돌쇠박이의 공격을 받지만, 아버지 고시리와 두 번이나 맞대매를 벌었던 푸른목도리(늑대)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난다. 읽어나가면 푸른목도리가 왜 부루를 도왔는지 알 수 있다. 부루를 진정한 산왕으로 만들기 위한 아버지 고시리의 계획은 철저했다. 서울대공원에 갇힐뻔한 소동을 겪으며 달리는 화물열차에도 오르고 ... 온갖 우여곡절을 거쳐 설악산에 이르러 진돌이와 옛주인이었던 아이와 조우하는 장면은 감동적이다.
날카로운 가시와 칼날이 달려 있는 높이 4미터의 철책선이 2미터쯤의 폭을 두고 이중으로 되어 있다고 묘사한 벼락가시골은 독자의 가슴을 섬뜩하게 한다. 남쪽과 북쪽에서 철책선을 친 한강보다 더 넓은 사이의 벼락가시골은, 이미 땅의 기운을 잃었고 모든 묵숨붙이들을 고통스럽게 한다. 끊어진 대두대간, 허리 잘린 금수 강산에서 부루도 울부짖는다. 그래도 독자의 염원을 담은 부루는 경비대의 총에 맞으며 가시철책선을 뛰어 넘는다. 북쪽땅에 떨어진 부루는 벼락가시골의 터줏대감인 구리송곳니(멧돼지)의 치료를 받고 그곳에서 그냥 머물고 싶었지만,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백두산으로 간다. 드디어 비로봉에서 '솔나'를 만난 부루는 짝을 찾았음을 감지한다.
솔나와 함께 지리산으로 돌아온 부루는 늑대들을 몰아내고 진정한 산왕의 자리에 오른다. 산왕이 되어 맞대매를 벌이기로 했던 푸른목도리는 끝내 숨을 거두고....... 하지만, 푸른목도리는 부루가 아닌 아버지 고시리와의 약속을 지킨 것이었음이 밝혀지는 반전의 마무리는 감동적이다. 새끼 호랑이를 지켜보는 솔나와 부루의 행복한 결말은, 독자들에게 '통일'을 잊지말라는 의무를 지워주는 느낌이다.
초등 고학년이상 청소년들이 읽으며, 나라 사랑의 큰 뜻을 세울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촛불들의 소리없는 외침을 외면하는 집권자들을 보면서 진정한 애국이 무엇이고, 국민에게 봉사하는 것이 무엇인지 새삼 생각케 하는 작품이다. 자신의 이익이나 명예, 일신의 영달을 꿈꾸지 않는 '산왕 부루'같은 진정한 지도자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