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겹의 의도
장 자끄 상뻬 지음, 윤정임 옮김 / 미메시스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장자크 상페의 팬을 자처하는 우리 가족은 그의 글과 그림에 열광한다. 르네 고시니와 짝을 이룬 '꼬마 니콜라'시리즈를 비롯해, '돌아온 니콜라' 시리즈까지 열독했고, '얼굴 빨개지는 아이'나 '속 깊은 이성 친구'에도 후한 점수를 주었다. 마치 우리집을 들여다 본 듯 생일선물로 장자크 상페를 보내준 그녀에게 감사하며 즐겁게 빠져들 수 있었다.

이 책은 글이 많지 않다. 짧게는 한두 줄, 보통은 서너 줄이고 길어야 대여섯 줄의 글이 들어갔을 뿐이다. 그러나 글보다는 그림이 더 많은 말을 담고 있을지도... 그 글과 그림만으로 작가가 배치한 '겹겹의 의도'를 알아채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청소년들이라면. 물론 이 책은 어른을 위한 그림동화로 분류되었지만, 우리 중3 아들의 반응은 별로였다. 도대체 상페가 아무 생각없이 막 그린 것 같다고 투덜거렸다.^^ 네가 겹겹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해서 그런 것 아닐까? 라고 해도 시큰둥이다. 내용상 청소년이 이해하기엔 무리일 수 있다. 적어도 연애를 경험했거나 결혼생활을 해 본 성인이 공감할 소재니까... ^^



장자크 상페가 깔아 논 '겹겹의 의도'를 충분히 감지하려면, 어느 날 갑자기 배우자의 발뒷꿈치도 보기 싫었던 경험이 있어야만 이해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당신마저 막무가내로 부숴 버리는 그런 행복'을 청소년이 어찌 알겠냐고요!ㅎㅎㅎ



상페는 이렇게 중요한 얘기를 힘 하나 들이지 않고(?) 술렁술렁 그린 듯한 삽화와 곁들여, 우리네 인생의 순간들을 잘 포착해냈다. 겹겹의 의도를 잔뜩 깔고서 말이지... ^^ 삶이 지루하거나 짜증날 때, 혹은 그 사람이 너무너무 미워서 미치고 팔짝 뛸 것 같은 순간에 들여다본다면 흐흐흐~~~ 웃으며 금방 즐거워지지 않을까? 어쩌면 고갈된 사랑도 퐁퐁 솟아날 것 같다. 상페의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독자가 발견한 의도는 행복지수를 높이는데 기여하리라 본다. ^^

*책 판형이 작아 그림이 좀 작다는게 아쉽다. '속 깊은 이성 친구' 같은 크기만 됐어도...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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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6-27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 깊은 이성 친구가 판형 큰게 있어요? 전 그 책을 판형 작은 걸로 갖고 있어요. 대신 겹겹의 의도는 판형 큰 걸로 갖고...;;;; 역시 상뻬의 그림은 큰 걸로 봐야 더 맛이 나요. 급 공감하면서 막 미안해지고 있어요. 우헤헷^^;;;

순오기 2008-06-27 18:22   좋아요 0 | URL
ㅋㅋ 우리가 두 책을 서로 다른 사이즈로 갖고 있군요.^^ 미안해하지 마세용~ 마노아님께 고마워하고 있다고요.^^

bookJourney 2008-06-28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뻬의 그림도, 두 분의 우정도 감동이에요 ~ ^^

순오기 2008-06-28 14:40   좋아요 0 | URL
ㅎㅎ 우린 알라딘 공식 애인이니까 우정이 아니라 애정이라고욧!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