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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운하, 축복일까 재앙일까
박진섭.장지영 지음 / 오마이뉴스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어머니독서회 6월 토론도서라서, 어제 열띤 토론을 벌였다. 그러나 경부운하 찬반 토론을 벌인게 아니라, ’경부운하가 얼마나 웃기는 짬뽕’인가를 성토하는 편파적인 토론이었다. ㅎㅎ독서회원들과 4월에 ’식코’를 감상하고 의료보험 민영화의 허상을 알았다면, 이 책을 통해서는 우리나라에서 운하를 만든다는게 가당치도 않다는 걸 새삼 확인했다.
이 책을 토론도서로 선정한 이유는 세상사에 민감한 촉수를 갖지 못한 평범한 주부들이 눈을 열고, 경부운하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반대하자는 의도였다. 그야말로 조중동 주장처럼 2MB가 당선돼야 경부운하도 만들며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 창출한다는 말에 동의했다면, 이제는 그 허상을 보는 눈도 생겼을거라 믿는다. 이 책을 읽고 경부운하가 추진되면 절대 안된다는 사실을 확실히 깨달았다. 며칠전 발표한 '경부운하 안한다'는 대통령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는다면, 다시 2MB를 성토하는데 핏대를 올려야 하리라.
자~ 책 속으로 들어가서 내용보다 편집에 딴지를 걸자면, 책은 보통보다 큰 사이즈인데 글자가 작아서 읽기가 힘들었다. 또한 사진이나 자료를 설명하는 글자는 더 작고 연파랑이라 알아보기 엄청 힘들었다. 나처럼 눈이 침침해질 연배라면 포인트 작은 글씨가 '쥐약'이라는 걸 알리라.^^ 그래서 별 하나 감점이다. 또한 조목조목 짚으면서도 앞에 거론한 이야기가 자꾸 반복되어, 확실히 인식하는 장점은 있었지만 또야? 하는 약간의 짜증도 묻어났다. 풍부한 자료 사진이나 도표와 지도가 도움되었지만, 필요 이상으로 삽입되어 친절한 금자씨(?)가 된 느낌이라 별하나 더 감점했다가, 경부운하의 허상을 조목조목 짚어준 책이라 별하나는 기분 좋게 돌려줬다.^^


경부운하는 내륙주운(강이나 호수 운하 등을 이용하여 화물을 운반하는 것)으로 일정한 수심을 유지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강은 상고하저라 하천의 물이 빠르게 바다로 흘러들어 가고, 산악지대에서 발원하여 구불구불 구비쳐 흐르기 때문에 강폭이나 수심이 일정치 않다. 따라서 주운의 역할을 하려면 인공으로 수심 6~9미터를 유지하고 가급적 직선코스로 만들어야 한다. 결론은 우리나라는 기후조건과 하천의 특성상 연중 일정한 수량확보와 수심유지가 기본조건인 내륙주운에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조건을 갖추지 못한 하천에 운하를 만들려면 강과 하천을 인공적으로 개조해야 되고,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생태계가 살아있는 강이 아니게 된다. 강의 생태적 기능은 사라지고 배만 다니는 수로의 기능만 남게 된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무수히 저지른 폭력의 결과를 새만금이나 시화호, 청계천을 통해 알면서도 전국을 들쑤셔 환경을 파괴한다는 발상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거기다 시설을 건설하는 비용은 물론이고 유지관리하는데 드는 비용도 감당할 수 없다.
그들이 주장한 불류비용 절감을 위해 측정한 물동량도 맞지 않고, 설사 물동량이 많다 해도 가장 빠른 운송을 원하는 화주들이 한시간 30노트 미만의 주운에 맡길리가 없다. 그리고 운송비용을 절감한다는 근거로 제시한 자료가 화물을 싣고 내리는 비용을 제외한 주운 운송비만 산출했기에 현실적으로 절약도 아니다. 물동량과 교통혼잡 비용은 과다하게 부풀렸고, 물류비 절감효과의 경제성도 과대포장된 것이다. 그들도 이런 사실을 아는지라 은근슬쩍 화물운송이 아닌 관광코스로 개발하려는 것이다.
최고 웃기는 짬뽕은 골재를 팔은 8조 3천억의 수익금과 민자로 운하를 건설한다면서, 골재가 팔리지 않으면 직접 나서서 수출하겠다니 소가 웃을 일이다. 아마 정말 골재를 수출한다면 기네스북에 오르는 대통령이 될거라나?ㅎㅎㅎ 골재의 부존량을 조사해 부존량의 1/2 수준만 개발할 수 있고, 개발된 골재가 다 경제성이 있는 것도 아니며, 생산지에서 30킬로만 벗어나도 경제성이 없다는데 해외로 수출한다는 말은 논쟁의 가치도 없다고 밝히고 있다.
골재채취와 강바닥의 수심을 유지하기 위한 준설도 생태계에 심각한 위협을 주며, 수위차를 해결하기 위해 설치되는 수중보도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물의 흐름이 차단되기 때문에 수온이 상승하고 용존산소가 감소하며, 자연하천에서 보이는 세찬 물 흐름의 저하나 차단으로 퇴적물과 영양물질이동을 방해하고 오염물질에 대한 자연정화기능을 현저히 저하시킨다. 또한 어류및 수중생물의 상.하류 이동을 저해, 단절시켜 전반적으로 하천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홍수와 집중호우식 수해피해를 가중시킨다고 한다.
그들이 내세우는 독일운하도 경제성이 떨어져, 부두는 텅 비었고 도로나 철도 운송이 주류를 이루기에 점점 운하를 폐쇄하고 있단다. 또한 네덜란드 운하도 해수유통을 하지 않으므로 수질이 현저하게 떨어져 문제가 심각하다. 그가 우습게 여기는 무식한 국민의 한 사람인 나도 이 책을 읽으니 그들의 주장이 얼마나 웃기는 짬뽕인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정말 그는 이런 오류를 몰라서 고집하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 잘못된 정책이란 걸 알면서도 순 오기로 밀어부치려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 2MB 밖에 안돼서 도저히 깨닫지 못하는 것일까? 그의 뇌를 해부하고 싶다는 말이 공감되는 독서였다.
거두절미하고 경제의 논리로 따지기 이전에 강은 국민의 생명수다. 인류가 집단생활을 시작하면서 하천 주변에 생활 터전을 잡아, 그 물을 마시고 농사를 지었다. 강은 인류의 시작과 더불어 문명의 발상지가 되고 생명의 근원이 된 것이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높은데서 낮은 곳으로 흐르며 만물을 고르게 이롭게 한다. 그 생명의 강이 잠시 정권을 위임받은 자에 의해 파헤쳐지고 파괴된다면 자연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생명의 강은 자연 그대로 구비구비 흘러야 한다.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