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워 온 아이인가 봐 - 생활 유물 우리 유물 나들이 4
박지훈 그림, 정유나 지음, 김광언 감수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오호~ 이런 책이 있었어? 놀라운 발견이다. 초판이 2004년 6월이니 나온지가 제법 오래 되었구만 이제야 눈에 띄다니! 그래 이제라도 발견했으니 다행이지 뭐야!ㅎㅎ우리 생활 곳곳에 쓰이던 도구들이 현대사회에선 유물로 취급받는다. 생활박물관이나 가야 볼 수 있는 물건들, 그런 생활 유물들이 나들이를 나왔다. 바로 한 편의 이야기가 되어 우리와 만난다.

'엄마는 나만 미워해, 난 주워왔나봐!' 쉬가 급해 옷에다 싸버린 남동생을 쥐어 박았다고 엄마에게 혼이 나는 누나. 남아선호사상이 남아 있던 시대는 저런 풍경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마치 내 얘기 같은 풍경이 솔깃 끌어당긴다. 특별히 아들 딸을 차별하진 않으셨지만, 우리 작은아버지가 나를 놀려먹을 때,
"순순이, 넌 다리 밑에서 주워왔어. 저번 장에 느이 엄마가 찾더라. 다음 장엔 데려다 줘야지."
하셨다. 진짜가 아닐거라 생각하면서도 순간 순간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시달렸던 기억이 있다.^^

 

엄마에게 혼나고 괜히 병아리 송아지가 부러운 누나는 스을쩍 밖으로 나간다. 산에 가는 언니들을 따라가 산딸기도 따먹고, 논에서 일하시는 아버지도 보인다. 아버지는 참새 쫒으러 나오지 않는다고 투덜거리시니, 또 나만 일 시키고 미워한다고 아주 삐쳤다.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는 아이들도 구경하고, 진짜 우리 엄마 아빠 찾아달라고 부탁도 한다. ^^ 그래도 어두워졌으니 엄마가 걱정하는가 살피러 집으로 돌아갔는데, 엄마는 눈을 흘기며,
"너 좋아하는 달걀 부쳐 놨다. 밥 먹게 어서 씻고 와."
이제 엄마의 사랑을 확인했으니, 엄마 찾으러 나가지 않아도 되겠네! ^^

단순한 생활 이야기지만, 한때 부모의 사랑에 확신이 없었던 어른이라면 향수에 젖을 수 있다. 한번이라도 동생 때문에 억울하게 혼이 난 어린이라면 충분히 공감대가 형성되겠다. 이런 누나를 따라 곳곳의 풍경을 멋진 수채화로 담아내고, 한 면에는 생활유물 사진과 정보를 담았다. 사진의 생활 유물이 수채화 속에 들어 있어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어린 시절에 쓰던 물건인데도 이제는 접하지 않으니 이름을 까먹은 것도 많다. 사진을 보며 새록 새록 떠올라 이름도 새겨본다.

 

뒷간에서 볼일 볼때 쓰였던 밑씨개, 요새 애들 이런거로 처리하라면 기절할 거고...ㅎㅎㅎ 똥장군이란 말을 쓰면서도 어떻게 생긴 건지 모르는 사람들은 사진을 보면 되겠다. 달걀꾸러미를 보기는 했을까? 닭둥우리, 닭어리, 달걀망태기는 내게도 추억의 물건이다. 농경사회에서 큰 재산이었던 소. 코뚜레, 워낭, 멍에를 소에 걸고 씌우고 이랴 이랴~ 워워 밭을 갈았던 풍경이 떠오른다. 이렇게 생활에 쓰인 유물들이 이야기의 진행에 따라 여덟가지로 분류되어 실려 자료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책이다. 이야기와 만난 유물들이 어떻게 쓰였는지 이해하기 좋은 구성이다. 맨 뒤에는 그림 속에 나왔던 유물들의 사진을 모아 놓고 쓰임을 설명해서 이중으로 학습이 된다.

 

벌써 옛날이 되어 버린, 내 어린 시절에 쓰이던 물건들이 유물이란 이름으로 박물관에 전시되고. 이렇게 책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사실이 어쩐지 씁쓸하다. 과학의 발전이 좋은 점도 있지만 뒷전으로 밀려난 이런 물건들을 대하니 아쉬운 마음이다. 옛날에는 이런 걸로 농사 짓고 밥해 먹고 살았단다~ 얘들아! ^^ 2편, 3편까지 나왔다니 찾아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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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8-06-09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절이 바뀌니 사용하는 물건도 바뀌는군요~
초등학교 3학년 사회 시간, 요즘 사용하는 물건과 옛날(?)에 사용하던 물건을 비교하는 단원을 배울 때 보면 도움이 되겠네요. 물론, 그냥 봐도 재미있겠고요~ ^^

순오기 2008-06-10 05:05   좋아요 0 | URL
옛날이란 기준이 엄청 가까워진듯한 느낌, 난 옛날 사람이 된듯한 기분! ㅎㅎ

자의맘 2008-09-20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저도 보고 갑니다.
민속박물관갔다와서 그런지 사회시간에 재미나게 수업하고 있는 딸
다시한번 보여주면 좋겠네요.
다음에 사야지..

순오기 2008-09-20 11:29   좋아요 0 | URL
이젠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게 되었어요~~ 학교에서 배울 때 내가 아는 것 나오면 정말 신나는 그 맘 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