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노래 - 노래를 통해 어머니는 詩이고 철학이고 종교가 된다!
고진하 외 지음 / 시작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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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머니'라는 부름만으로 우리의 눈시울을 젖게 하는 어머니는 영원한 눈물샘의 원천이다. 내 살아 온 일생을 책으로 쓰면 소설 몇 권은 되리라고 말씀하시던 우리들의 어머니. 자식을 위해서라면 당신 몸을 다 바쳐서 끝없이 퍼주기만 하시던 어머니. 우리에게 아로새겨진 어머니가 바로 이 책에 나오는 어머니들의 한결같은 모습이다. 누구 어머니라고 조금 덜하거나 더할 것없이 모성애의 표본이신 이땅의 어머니들이 여기 계시다.

삶의 질곡에서 위로를 받고자 흥얼거렸던 어머니의 노래, 끝내 가슴에 묻어야만 했던 아픈 사연을 대신하던 그 노래들이 어머니의 기도였고 한이었음을 깨닫는다. 우아하게 가곡을 부르거나 돌아오라 쏘렌토로나 매기의 추억이 아니어도 좋은, 우리의 트롯트를 부르시던 어머니. 동백아가씨, 섬마을 선생님, 단장의 미아리고개나 성주풀이면 어떠리~ 그 어떤 노래든지 어머니의 시가 되고 기도가 되어, 당신의 한을 달래주고 어루만지며 삶의 힘을 얻었으면 족하리라.

주말이면 아들 딸, 며느리 사위와 어울려 남한산성을 오르며 막걸리 한 사발에 기분이 좋아, "발끼이를 돌리려고 바람 부는 대로 걸어도 돌아써어지 안는 거어쓴 미련인가 아씨움인가아...... " 부르시던 소설가 서하진님의 시어머니 사연은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그래도 당신이 끝내 발길을 돌리지 않았기에 노년에 자손들과 행복하게 사시는 모습으로 위로가 되었다.

진주 시장통에서 지짐이를 부치며 혼자 웅얼거리는 '군담'으로 마음을 풀어낸, 아기공룡 둘리의 만화가 김수정님의 어머니. 한밤중 자식들의 다리를 쓰다듬으며 "이놈들아 어서 빨리 커라, 언제 클래, 어서 커라 어서"라고 중얼거리신 그 모습에 촉촉이 눈시울이 젖었다. 

'와도 그만 가도 그만 방랑의 길은 먼데 충청도 아줌마가 한사코 길을 막네~' 충청도 아줌마를 즐겨 불렀다는 개그맨 이홍렬님의 어머니. 바느질로 밤을 새우며 자식들 거두어야 했던 그 어머니의 고단한 삶이 내 어머니와 겹쳐져 기어이 왈칵 눈물을 쏟았다. 그런 어머니가 계셨기에 성실하게 살아낸 자식이 존재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부끄럼이 많아 사람을 두려워 한다고 생각하신 어머니가, 친척들의 부추김에도 노래 한자리 못 부르는 자식에게 용기를 주려고, 오직 할 수 있는 구절이란 '아모레 아모레 아모레 아모레 미오~'뿐인 노래를 부르셨던 소설가 김다은님의 어머니도 뭉클한 감동이었다.  

감정의 절제와 조절이 가능한 고단수 화술로 아들 며느리를 제압하는 이바구의 달인이셨다는, 극작 연출가이신 이윤택님의 어머니. '누가 뭐래도 너는 이율곡 같은 선생님 될 수 있다'는 흔들리지 않는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믿음이, 함부로 살지 않도록 지탱한 의식의 힘이었다고 고백한다. 아들이 쉰이 넘도록 끊임없이 읊어대는 어머니의 잔소리가 자신을 키운 어머니의 노래였다는 멋적은 고백도 공감이 됐다.

수녀가 된 두 딸을 위해 늘 선물을 챙기고 편지를 쓰신 어머니가 '작은 하느님'이었다고 고백하는 이해인 수녀님의 사연도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엄마가 안 계신 세상 쓸쓸해서 눈물겹지만 그래도 엄마를 부르면 안 계셔도 계신 엄마, 사랑합니다...... 그립습니다" 라는 고백은, 바로 나의 고백이 되기 전에 한번이라도 더 뵙고 잘 해드려야겠다 다짐하게 했다.

내가 아는 분을 먼저 찾아 읽으면 좋을, 스물 다섯 분의 명사들이 풀어내는(아주 짧았던 두세 편 빼고) 어머니의 노래가 깊은 울림으로 남는다.  나는 내 어머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어머니 돌아가시기 전에 내 어머니 삶의 한 자락을 담은 노래와 사연을 기록하겠단 생각이 절로 들었다. 6월 21일이면 일흔일곱이 되시는 어머니의 생신도 거리가 멀다 핑계대고 안 가려고 했는데, 이 책을 덮으며 어찌나 부끄럽고 송구하던지...... 앞으로 몇 번의 생신을 더 맞이할지 모르는데 고속버스에 몸을 싣고 다녀오리라 마음 먹었다.

어머니, 내 눈물샘의 원천이신 어머니~~ 당신에게 바치는 시 한수 쓰고 싶었던 30년 전 내 마음 사그라지기 전에 기어이 시 한수 지어 당신께 바치렵니다. 충청도 시골 고된 밭농사에도 밤마다 성업중인 우리집 노래방에서 소리 높여 불렀던 어머니의 18번, '알뜰한 당신, 아내의 노래, 단장의 미아리 고개'를 이번 생신엔 제가 당신께 불러 드리렵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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