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들마루의 깨비 작은도서관 12
이금이 지음, 김재홍 그림 / 푸른책들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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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이 작가의 블로그에서 청소년소설 '벼랑' 출간 기념 이벤트를 하고 있다. 6월 1일부터 10일까지라 참여하려면 빨리 서둘러야 하리라. 나는 2005년에 이금이 작가의 블로그 '밤티마을'을 알았다. 그해 '유진과 유진'을 읽고 감동 받은 문장 댓글 달기 이벤트에 뽑혔고, 작가의 친필 사인이 든 '도들마루의 깨비'를 받았다. 내가 신청했던 책으로 175쪽이나 되는 동화로는 도톰한 책이다. 이렇게 시작된 인연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 이제는 작가의 사인이 든 책이 대여섯 권이나 된다. ^^

이 책은, 어린 시절 동네마다 하나쯤은 있었을 법한 모질이 '깨비'형과 은우가 나눈 따뜻한 사랑 얘기다. 마을 사람들은 모자란 깨비형을 데려다 일을 시키고 먹을 건 주지만, 자기 아이들이 어울려 노는 건 싫어했다. 그런 중에도 은우 할머니는 따뜻하게 감싼다. 할머니 말씀은 내 고향에서 듣던 말투처럼 정겨웠다. 내가 자란 충청도 시골에도 이런 모질이가 있었기에 마치 우리 동네 풍경화를 보는 듯했고, 작가의 고향이 충청도니까 자연스런 충청도 말이 귀에 감기듯이 들어왔다. 

지금은 잘 쓰이지 않는 예쁜 우리말이 많았고,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주는 구절이 많아 밑줄을 긋거나 동그라미를 쳐가며 읽었다. 어쩌면 이렇게도 묘사를 잘하는지 역시 작가구나, 감탄했다. 1999년 초판이 나왔으니 벌써 10년 전에 쓴 책이지만, 2004년 8월 김재홍 화가의 그림으로 새단장을 했다. 진짜 만난다는 건 서로의 마음과 마음 사이에 길을 내는 거라며, 남을 업신여기거나 자신의 욕심만 채리면 마음의 길이 열리지 않는다는 걸 알려준다. 깨비형은 세상의 모든 것과 마음의 길을 내느라 사람 사이에 길을 내는 게 좀 늦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소통이 단절되어 분노를 담아내는 국민의 함성이 하늘을 찌르는 시국을 보며, 모자라지만 겸손하게 마음의 길을 열어가던 깨비형이 그립다. 차라리 오만 방자한 사람보다는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사람이 아름답지 않은가!

맞춤법을 괴물처럼 여기는 은우가 이해되었고, 여간해선 남을 나쁘게 말하지 않는 할머니와 깨비형의 마음 속에 있는 저울이 부러웠다. 깨비형이 돌탑을 쌓아 놓고 갖고 싶은 소원이 '어,엄.마!' 라고 했을땐 정말 가슴이 저렸다. 엉덩이의 종기를 꼬리가 나는 줄 알고 거짓말한 피노키오처럼 전전긍긍하는 은우의 모습에 배시시 웃음이 났다.

"우리 과수원의 사과나무들이 꽃구름 잔치를 벌이던 무렵...한꺼번에 사과꽃이 피면 과수원은 꽃구름 상을 차려 놓은 잔치집 같았다... 내겐 엄마가 꽃구름이었다"

"진짜 만난다는 건 서로의 사이에 마음의 길을 내는 것... 마음의 나이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친구가 될 수 있기에 깨비형에게로 난 마음의 길에 환한 등불을 내걸었다. 겨울잠 자던 사과나무를 깨우는 건 새들도 바람도 아니고, 겨우내 애썼다고 사과나무를 어루만지고 겨드랑이를 간지럽히는 햇살이었다."

아주 예쁘게 묘사된 문장들이 많아서 즐거웠고, 사과나무들이 간지럽다고 옴찔거리는 걸 볼 수 있는 작가, 이렇게 멋진 문장을 그려내는 작가가 부러웠다! ^*^

작가들은 작품을 세상에 내놓고 나면 가슴 속에 새로운 이야기를 담아야 하니까, 그 이야기를 그만 잊으려고 한단다. 나중에 그 책을 읽어보면 내가 언제 이런 생각을 해서 썼을까, 새로운 느낌이 든다고 한다. 이금이 작가는 '도들마루의 깨비'를 드물게 술술 풀어냈던 이야기로, 누가 대신 써주는 것처럼 어려움보다는 즐거움을 느끼며 썼다고 말했다. 작가가 은우로 사는 동안 행복해서 그런가 보다고 덧붙였다. 이금이 작가는 작품 구상할 때 메모하기 보단, 마음 속에 이야기 방을 하나씩 만들어 놓고 이야기를 숙성시킨다고 했다. 작가의 마음 속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 방이 만들어져 있는지 그 마음 속을 들여다 보고 싶었다. ^^ 하지만, 그 마음 속을 들여다 보는 길은 작품을 읽는 것이라 생각하고 오늘도 작품을 통해 마음의 길을 열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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