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아이 카르페디엠 3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오석윤 옮김 / 양철북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2002년 겨울 책따세 추천도서였고, 하이타니 겐지로 작품으로 두말이 필요없을 책인데 따끈따끈한 개정판이다. 특히 교단에 서거나 선생님이 될 사람들의 필독서로 꼽히는 하이타니 작품에선, 선생님은 어떠해야 하는지 다짐과 반성도 하게 된다. 태양의 아이 후짱(오미네 후유코)의 눈과 말로 풀어내는 오키나와 사람들 이야기는, 그들 하나 하나가 바로 따뜻함이 넘치는 태양같은 사람들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오키나와를 광주와 동일선상에 놓고 이해하려 애썼다. 역사적으로 당한 시련과 사람들에 의한 손가락질이 그렇다. '오키나와 놈들에게 좋은 것이란 하나도 없다'고 소리칠 때는, 광주나 전라도 사람들도 그런 치부를 받기에 울컥함이 더했다. 오월 광주가 그랬듯이 오키나와 역사가 안겨준 개인의 상처가 너무나 안쓰러워 눈물났다. 누군가의 욕심을 채우고 다수의 안전을 위해 버려져야 했던 땅 오키나와와 광주. 그곳에서 삶을 일구던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누가 대신할 수 있으며, 그런 희생을 치르고도 존중받지 못하고 손가락질과 멸시받은 이들의 아픔을 누가 갚아줄 수 있는가?

2차대전에서 패한 일본은, 본토인들의 안전을 위해 오키나와를 내주었다. 미군의 공격으로 일본에서 유일한 지상전을 치룬 곳으로 주민의 3분의 1인 15만 명이 죽어나갔다. 북쪽 가장 끝자락 섬인 오키나와는 과거 1602년까지 '류쿠'라는 독립왕국이었고, 지리적으로 중국에 가까워 본토인들과는 언어도 통하지 않고 문화적으로도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고 한다. 1878년에 오키나와현이 되었지만, 1945년 미군에 점령되어 27년간 미국의 통치를 받았다. 1972년 일본에 반환되었던 역사적 굴곡과 본토인들의 지역적 차별이 오랜 기간 지속되어 분노의 앙금이 씻겨지지 않았다고, 옮긴이의 말로 전하고 있다.

그들은 살기 위해 고향을 떠나야 했고, 외지로 돌며 이방인처럼 뜨내기로 살며 어찌 뿌리 내릴 수 있었겠나? 부초처럼 떠돌다 모여든 곳, 데다노후아 오키나와정에서 서로의 상처를 싸매고 보듬으며 뿌리 내리려 애쓰는 그들이 눈물겹다. 오키나와의 자랑을 갖지 못한 사람들, 쓰리고 아픈 상처만 갖고 떠났던 사람들은 고향을 잊고 싶었으리라. 두번 다시 기억하거나 떠올리고 싶지 않은 그 잔혹한 참상을 떼어내지 못한 그들은 병들었다. 몸과 마음이 병들어 치유되지 못할 고통으로 사는 사람들에게, 소녀 후짱은 태양으로 다가든다. 따뜻함과 밝은 빛으로 다가드는 후짱을 통해 그들은 비로소 안식과 평화를 누리게 될까? 

5~6학년으로 분류되었지만, 과연 어린이들이 이런 아픔을 이해하고 겪어낼 수 있을까 걱정스럽다. 후짱이 오키나와의 참상을 담은 사진첩을 보고 구역질한 것처럼 어린 독자들의 반응도 저렇지 않을까 심란해 중학생 때 읽어야 좋을 것 같다. 하지만, 과거의 일이거나 나이가 어리다고 외면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문제다. 하이타니 선생님은 그런 의미에서 어린이들도 읽고 알 수 있도록 동화로 풀어냈다고 생각된다. 이야기로 접근하고 더 상세한 것은 역사로 배우기를 바라는 마음일거라 짐작해본다. 

오키나와 식당인 후짱네 '데다노후아 오키나와정'에 모여든 사람들- 할아버지와 기천천, 로쿠 아저씨와 깅아저씨, 고로야 아저씨 등 모두에게 사랑받는 아이 후짱을 중심으로 정신병을 앓고 있는 후짱의 아버지와 기요시의 상처가 한 축을 이룬다. 그들의 아픔과 고통에 오키나와 사람들이 보여주는 사랑에, 진정 사람다움의 아름다움을 진하게 느낀다. 진짜공부를 하자는 가야지마 선생님의 제안으로 비로소 후짱은 아빠를 비롯한 사람들의 아픔인 오키나와 문제에 파고 든다. 바로 하이타니 겐지로의 분신같은 후짱을 통해 오키나와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오키나와의 아름다움과 자랑스러움도 발견하고 자부심도 갖게 된다. 아주 무겁고 어두운 쓰린 아픔이지만 사람들의 따뜻함으로 치유되기에 결코 어둡거나 무겁게 마무리되지 않는다.

가야지마 선생님이 진짜 선생다운 선생이 되리라 다짐하는 계기를 준 도키코의 편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랑받을 만한 아이는 당연히 사랑하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에게도 좋은 선생님인지 교사라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다. 끝내 후짱의 아버지는 돌아가시지만 기요시가 마음을 열고 엄마와 화해하며 세상과 화합하니 좋았다. 세상은 이렇게 상처를 보듬고 다독여주는 사람들이 있어 살만하지 않겠는가! 태양의 아이 후짱과 같이 우리가 만들어갈 세상도 이렇게 따뜻한 세상일거라고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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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5-24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개정판인가요? 표지는 예전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우리와 안녕하려면에서도 오키나와 이야기가 나왔는데 짠합니다. 더군다나 전라도 사람들과 같은 맥락에서 다가가니 더더욱이요.

순오기 2008-05-24 16:44   좋아요 0 | URL
5월에 개정판이 나왔나봐요. 저도 개정판은 못 봤지만 예전 책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오키나와와 광주 닮은꼴이 있지요.

bookJourney 2008-05-25 0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픈 역사를 담은 책들은 아이에게 권할 떄 한번씩 더 망설이게 됩니다.
이 책을 아이가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지만, '엄마인 난 과연 올바르게 살고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누나의 오월>>과 함께 <<태양의 아이>>도 담아갑니다.

순오기 2008-05-25 07:43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럼 나는 옳게 살았는가? 라는 반문에 항상 자신 없으니까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