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출신의 시인이 많다~~  그 중에 광주의 5월을 노래한 기념비적인 시를 쓰 두 시인, 김준태와 김남주도 해남 출신이다. 거의 같은 시기에 광주에서 공부했다. 김남주는 전남대 영문과, 김준태는 조선대 독문과 출신으로 김남주 시인이 두 살 위지만, 시를 먼저 쓴 건 김준태 시인이다.

김남주 시인은 1980년대 5월, 남민전 사건으로 무기징역 언도를 받고 광주 교도소에 수감되어 광주의 학살을 다룬 '학살1.2'를 썼다. 전남고에서 독일어를 가르치던 김준태 시인은 광주의 시위 현장을 보고 <광주일보>에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라는 시를 쓰고 수사기관에 끌려가 고초를 당하고 학교에서 떨려났다. 두 편의 시로,  5.18 민주화운동 28주년을 기념한다.

학살 2     -김남주-

오월 어느 날이었다
80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80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 12시 나는 보았다
경찰이 전투경찰로 교체되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전투경찰이 군인으로 대체되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미국 민간인들이 도시를 빠져나가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도시로 들어오는 모든 차량들이 차단되는 것을

아 얼마나 음산한 밤 12였던가
아 얼마나 계획적인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 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 12시 나는 보았다
총검으로 무장한 일단의 군인들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야만족의 침략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악마의 화신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아 얼마나 무서운 밤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노골적인 밤 12시였단가

-학살2- 부분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     -김준태-

아아, 광주여 무등산이여
죽음과 죽음 사이에
피눈물을 흘리는
우리들의 영원한 청춘의 도시여
우리들의 아버지는 어디로 갔나
우리들의 어머니는 어디서 쓰러졌나
우리들의 아들은
어디에서 죽어 어디에 파묻혔나
우리들의 귀여운 딸은
또 어디에서 입을 벌린 채 누워있나
우리들의 혼백은 또 어디에서
찢어져 산산이 조각나 버렸나

하느님도 새떼들도
떠나가버린 광주여
그러나 사람다운 사람들만이
아침 저녁으로 살아남아
쓰러지고, 엎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우리들의 피투성이 도시여
죽음으로써 죽음을 물리치고
죽음으로써 삶을 찾으려 했던
아아 통곡뿐인 남도의
불사조여 불사조여 불사조여

해와 달이 곤두박질 치고
이 시대의 모든 산맥들이
엉터리로 우뚝 솟아 있을 때
그러나 그 누구도 찢을 수 없고
빼앗을 수 없는
아아, 자유의 깃발이여
살과 뼈로 응어리진 깃발이여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 부분

*위 내용은 '시인을 찾아서 2'에서 발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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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8-05-18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그 때의 아픔을 느낍니다. 의롭게 가신 분들이나 남아 있는 유족, 그리고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진실어린 사과와 제대로 된 규명이 낱낱히 밝혀지길 바랍니다.

순오기 2008-05-19 01:59   좋아요 0 | URL
지금은 많이 잊혀진 듯한 5월 정신과 아픔...
가해자들이 떵떵거리며 사는 현실은 아직도 갈 길이 멀었음을 시시합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