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반양장) ㅣ 반올림 1
이경혜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2004년 여름방학 책따세 추천도서였다. 중학교 1학년부터 읽을 수 있는 책인데, 제목이 주는 섬뜩함 때문에 손에 잡기가 망설여지지만, 한번 잡으면 그 자리에서 좌르르~ 읽게 된다. 독서 속도가 빠르면 한 시간, 정독해도 두 시간 안에 읽을 수 있다. 우리 애들은 이 책을 읽고, 마치 인터넷 소설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참신한 구성과 내용이 중학생들의 정서와 심리에 맞도록 잘 쓴 작품이다. 우리 아이들은 다 읽었지만, 중1 막내의 학급문고로 넣기 위해 중고샵에서 구입했다.
이번에 2박 3일의 수련회를 갔다 온 아이는, 매직기와 고데기를 가져와 머리를 만지고 엄마들처럼 온갖 화장을 하는 친구들을 보고 놀라워했다. 중학교 1학년도 중2~3과 다를바가 없다는 것이다. 중학생을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하는데, 아직은 개념없이 그저 멋있고 좋아보이면 따라하는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참 씁쓸한 기분이었다.
이 책은 그런 중학생이 주인공이다. 유미가 선물한 바다빛 파란색 일기장에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내 죽음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로 시작되는 재준이가 미리 쓴 일기, 성적은 그저 그랬지만 말썽부리지 않고 범생이 같던 재준이가 오토바이 사고로 벚꽃처럼 흩뿌려지던 그 전까지의 기록이다. 마치 시체놀이를 즐기듯, 자신이 죽었다고 가정하고 써 나간 일기를 친구인 유미가 읽어나가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죽음의 의미를 찾으려던 재준은 뜻하지 않은 사고로 죽고, 남겨진 유미가 그 의미를 찾아나가는 형식이다. 작가는 후기에서 2001년 9월 9일 한 소년의 어이없는 죽음에 통곡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써야겠다 다짐하고 2년 후 그 약속을 완성했다고 밝힌다.
10대 청소년들이 겪는 첫사랑의 아픔, 부모와의 갈등, 선생님과의 갈등, 친구와의 갈등과 우정이 담겨 있다. 가정과 학교와 사회에서 소통하지 못하는 10대들의 아픔을 담았으면서 그리 무겁지 않은 느낌이다. 생기 넘치는 그들의 재치에 웃을 수 있는 가벼움이 좋다. 작가가 많은 중학생들에게 읽혀보고 그들이 지적하고 요구하는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에서 다 고쳤다는 후기를 보고 학생들이 공감하는 이유가 짐작됐다. 이런 과정을 거쳤기에 남의 얘기가 아닌 자신들의 이야기로 읽히는 것이다.
재준이의 죽음을 충격적으로 던져 놓고 그 의미를 풀어가는 형식이 신선해서 읽기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가슴이 철렁~ 아프고 가슴 무거운 부분도 있다. 재준이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재준이 엄마 마음이 내 마음 같아 안타까웠다. 유미가 재준이 일기 읽기를 미루고 미루다 찬찬히 읽어가며 함께 했던 추억을 더듬어 가는데 울컥~ 하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재준이의 죽음이 유미에게 또 다른 삶의 의미를 준다.
질풍노도의 십대들이 읽으며 죽음의 의미를 생각한다면 개념없이 마구 살지는 않을거라 생각한다. 내가 죽었다면 오늘 타인의 삶이 내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학급문고로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눈시울을 붉힌다면, 학창시절을 알차게 의미있게 보내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