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담양에서 태어났다는 손택수 시인은 나와는 10년 차이다. 내가 10년 아래인지 위인지는 모르지만... 어쩜 시들이 이렇게 내마음을 사로잡는지, 오늘도 콧날이 시큰거렸다. 우리 눈물샘의 원천인 어머니가 생각나서. 지난 달 25일에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셨던 친정엄니가 그제 퇴원하셨다. 내 딸 챙기느라 당신 딸노릇은 뒷전이었기에 영 마음 아프다. 그래도 두 며느리의 정성어린 간호를 받는 우리 엄니는 행복한 노인이다.
오늘 2층에 방 보러 오셨던 할아버지가, 토욜날 서울 사는 아들이 내려와 보고 계약한다며 10만원을 가계약금으로 주고 가셨다. 할머니는 석달 전 돌아가셨고, 혼자 사실 모양이다. 여든다섯이나 되셨다는 노인에게 냄새는 좀 났지만, 시아버님 모셔오면 두분이 약주도 들면서 친구되겠다 싶어 선뜻 승낙했다. 가끔 내려오셔 따순 밥이라도 들게 해야겠다고 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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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발 -손택수-
삼계탕에 닭발을 넣는 건 어머니의 비법이다
가까운 동네 시장 따로 두고
멀리 구포장까지 가서
대추며 삼, 밤을 구해오신 당신
몸도 성치 않은 분이 버스값에다 들인 시간까지 하면
삼값 다 빠지고도 남겠다고
번번이 볼멘소리를 하지만
어머니의 맛이 발에서 나온다는 걸
몇푼이라도 더 싸고 질 좋은 재료를 얻기 위해
시장을 돌아다닌 발품에서 나온 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젊어서는 소금장수로, 보험설계사로
쉰이 넘고 나선 화장품 방문판매원으로
무던히도 부르텄던 발
뒤꿈치가 쩍쩍 갈라졌던 발
고깃점은 아들놈에게 다 몰아주고
흐물흐물 녹은 닭발을 뜯으며 들려주신다
진국은 닭발에서 우러나온다고
닭발이 맹숭한 탕국에 맛을 더해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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