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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의 소원 -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7 ㅣ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7
하이디 홀더 글.그림, 이명희 옮김 / 마루벌 / 199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까마귀의 소원'은 교훈적(?)인 내용이라 그런지 아이들이 열광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어른들이 좋아해서 동화구연 선생님이나 독서지도사들이 추천하는 책이다. 너무 교훈을 드러내는 책은 재미가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다.
이 책은 내용보다는 그림이 마음에 쏙 든다. 유아기에 접하는 에니메이션이 화려한 원색이 주조를 이룬다면, 초등 저학년에 걸맞을 이 책은 파스텔톤의 색감이 침착함과 안정감을 주어서 좋다. 거기에 까마귀나 개구리 들쥐를 비롯한 동물과 나무 하나 풀꽃 하나도 세심한 묘사로 감탄을 자아낸다. 잘 보일지 모르지만 그림을 한번 감상하시죠.^^
반짝이는 것을 주워 모으는 까마귀의 특성에 맞게 잘 묘사한 방이다. 온갖 잡동사니를 모아 필요할 때 찾아 쓰기 좋게 정리해 두었다. 까마귀의 깃털이나 나뭇잎, 화면 아래 꽃들까지 세심한 묘사로 사실화의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림이 섬세하고 색깔이 눈부시지 않아 안정감이 듬뿍 묻어난다. 한 면을 다 차지한 그림과, 다른 쪽엔 꽉 채우지 않은 작은 그림에 몇 줄의 글만 넣어 여백의 미와 공간의 여유를 주는 편집이 좋다.
늙은 까마귀가 덫에 걸린 백조를 구해주고 받은 별가루는, 자기 전 베개 밑에 조금 뿌리고 소원을 빌면 아침에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마법같은 환상을 보여준다. 아이들이 부러워하는 마법같은 소원빌기... ^^ 까마귀는 주머니쥐의 생일초대에 짧은 꼬리로 갈 수 없어 슬퍼하는 생쥐에게 별가루를 준다. 또 선물 살 돈이 없어 슬픈 청개구리에게도 나누어 준다. 생일잔치에 같이 갈 친구가 없어 슬픈 토끼에게도 소원을 이룰 수 있도록 나눠준다. 모두 생일잔치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도 까마귀는 몰래 숨어 혼자 외롭게 구경한다.
지친 까마귀는 집으로 돌아와 이제는 늙어서 반짝이는 것들을 주워 올 수 없어 슬퍼한다. '나도 예전엔 젊고 멋있었는데...... 나도 소원을 빌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는데 반짝 달빛에 별가루 하나가 보인다. '아~ 다시 젊고 활기찬 새로 만들어 주렴.' 다음 날 아침, 까마귀는 힘찬 날개로 하늘을 날아오르며 소원을 이루었을까?
자기 소원보다는 슬퍼하는 이웃에게 별가루를 나누어 준 착한 까마귀가, 자신의 소원도 이루어 힘차게 날아오르는 걸 잘 이해하지 못했다. 늙은 까마귀를 다시 젊은 까마귀로 되돌린 마무리가, 마치 노인을 존중하지 않는 것 같아 내맘에는 썩 내키지 않았다. 열심히 살아 온 늙은 까마귀에게 도움받은 이웃들이, 잔치에 초대해 위로했다면 더 뻔한 이야기일까? ㅎㅎ
하여간 이야기는 별하나 감점이지만, 그림에 높은 점수를 줄만한 책이라 추천한다. 아이들은 그림에서 본 장면과 색감을 자기도 모르게 모방하므로, 좋은 그림책을 많이 보는 것이 그림 솜씨를 키우는 방법도 된다. 내용이 교훈적이라 재미는 덜하지라도 뭔가 의미를 찾아 생각에 잠길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