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9일 호적상 생일날에 지역영화관인 콜롬버스시네마의 덕을 톡톡히 봤다.
MVP에게 주어지는 생일날 동반 1인까지 무료로 영화볼 수 있는 혜택이 있어도 이용하지 못했는데, 올해는 기필코 ... 날짜를 꼽아가며 기다렸고, 일찍 퇴근한 남편과 단 둘이서 저녁도 먹고 영화도 봤다. 외식이든 영화든 항상 아이들과 같이 했는데, 이번엔 정말 우리만의 시간이었다. 큰애가 세살일 때, 캐빈고스트너의 '늑대와 함께 춤을' 본 이후로 둘이서만 영화를 본 건 15년만이었나~~싶다. 왜 그렇게 살았는지 모르지만... ^^
보고 싶은 영화는 대부분 봤기에 '세븐데이즈'를 선택했고, 무료로 주는 팝콘과 음료까지 받아들고 입장했다. ㅎㅎ 장어구이에 소주를 두병이나 마신 남편은, 영화가 시작되기 전 열심히 팝콘을 먹었다. "배 안 불러?" 물어보니, 그냥 자기도 애들처럼 이렇게 해보고 싶었단다! ㅎㅎㅎ
영화는 장면을 눈에 담을새도 없이, 상당히 빠르게 휙휙 지나쳤다. 스크린의 빠르기와 긴장감이 맞먹으며 진행되는 동안, 나름대로 범인을 추정하는 내 머릿속도 바빴다. 김윤진의 연기가 좋다고 찬사를 보내는데, 난 이상하게 김윤진의 발음 때문인지 그녀에게 항상 약간의 어눌함을 느낀다. 이 영화는 오히려 그런게 엄마의 안타까움을 드러내는 것 같아 좋았지만... 아이를 유괴하면서까지 일을 꾸며야 했던가? 모성이 모성에 기대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 방법밖에 없었을까 안타까웠다. 극적인 반전으로 전모가 드러나는 결말, 음~~ 좋았다. 내가 엄마라도 저렇게 응징하고 싶었을거라 공감하며, 아들이든 딸이든 반듯하게 키워야 부모의 사랑도 제대로 빛을 내는거라 생각됐다. 뒤틀린 부모의 사랑이 자식을 망치는 길이기도 하니까... 잘 짜여진 플롯이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게 했고, 빛나는 조연들의 연기도 한몫 단단히 한 영화다.
아이를 생각하며 정성껏 아침상을 차리는 장면에서 기어코 눈물샘이 출렁였고, 이제는 자글자글한 눈가의 주름과 나이듬을 피할 수 없는 손을 가진 김미숙이 얼굴을 덮고 우는 장면... 아~~~~ 모성을 저렇게도 보여줄 수 있구나! 감독의 연출에 진하게 감동했다.
멋진 반전, 녹음기에 담긴 음성을 증거물로 제시하며 던지는 한 마디,
'사람이 늙어갈수록 추하더라고!'
이 말을 기억하며 추하게 늙어가지 않도록 나를 다듬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