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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을 훔치는 마녀 ㅣ 비룡소 창작그림책 21
이문영 글, 이현정 그림 / 비룡소 / 2004년 12월
평점 :
색깔의 비밀, 우리가 학창시절 익숙하게 들었던 색의 삼원색과 빛의 삼원색... 이것을 유치원기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알려주는 책이다. 표지의 하늘빛만 보면 별 호감가지 않는 색감이지만, 알록달록 자연의 색을 빼앗는다는 설정은 꽤 그럴 듯하다. 우리 창작동화에 대한 애정으로 시비를 걸자면, 서양의 전유물 같은 마녀 캐릭터보다 도깨비였다면 훨씬 좋았을거라 생각한다. 괜히 어설프게 남의 흉내를 낸 느낌이다. 도깨비는 우리 애들이 좋아하니까 옛날 이야기에만 사는 게 아니고, 현대 창작물에서도 주인공이 된다면 더 친근할텐데 아쉽다는 말이다. 역시 '우리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처럼, 우리의 도깨비가 색깔을 훔쳐내는 것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어른의 생각으로 캐릭터에 딴지를 걸었지만, 애들은 뭐 마녀나 요정도 다 소화할 수 있으니까 큰 문제는 없다. 하얀색밖에 없는 마녀가 마술봉으로 사과의 빨강, 바나나의 노랑, 초록색 나뭇잎 등 닥치는대로 색깔을 빼앗는 욕심쟁이라서 아이들은 충분히 몰입한다. 마술봉을 가지고 자기 맘대로 하는 마녀를 엄청 부러워하면서... ^^ 색깔을 다 빼앗겨 모두 하얘지고만 숲을 보는 아이들은 충격이다. 하지만, 그렇게 욕심부리다 완전히 새까매진 마녀를 보면서 '내 그럴 줄 알았어!' 깔깔대게 된다. 욕심부리면 벌 받는다는 자연스런 결과에 동의하면서도 안타까움을 느낀다. '어떻게 도와줘야 하지?' 걱정될 때, 코끼리가 나타나 색깔을 모두 돌려주라는 해결책에 안심하는 아이들의 정서가 잘 반영된 책이다. 비로소 알록달록 색깔을 회복한 자연을 보며 '휴ㅡ 다행이다!'아이들은 가슴을 쓸어내린다. 이게 다라면 별 재미없겠죠? ^^
자~ 이번에는 해님의 색깔을 다 가졌는데도 여전히 하얀색뿐인 마녀... 어쩌나? ㅎㅎ 여기에 또 친절한 코끼리 등장, '땅의 색깔을 모으면 까맣게 되지만, 빛의 색깔을 모으면 하얗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 정도면 아이들도 충분히 눈치를 채게 된다. 욕심을 버려야 아름다운 색깔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코끼리가 물을 뿌려줘서 온통 하얗던 마녀가 무지개빛을 갖게 되는 결말에 안심하며 즐거워 하는 아이들, 역시 아이들은 착하다!
이 책은 자연스레 색깔공부와 미술활동을 유도한다. 혼자서 크레파스를 몽땅 칠해 검은색을 얻어낸 아이들은 마녀처럼 새까매진 자기 그림에 당황스럽다. 이때 뾰족한 것으로 긁어내기를 한다면 일석이조의 기쁨을 맛볼수 있다. ㅎㅎ 이 책을 읽고 자연스레 물감놀이나 색종이 활동으로 이어지는 아이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면, 멋쟁이 엄마의 센스가 더욱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