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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아 찧는 호랑이 - 우리 옛이야기 ㅣ 곧은나무 그림책 19
서정오 지음, 이춘길 그림 / 곧은나무(삼성출판사)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방아 찧는 호랑이'를 맛깔나는 입말로 살려내신 서정오선생님은 우리 옛이야기를 살려내고 보급하는 일에 앞장서는 분이시다. 작년 6월 우리 지역 학부모독서회 초청으로 오셔서, 우리 옛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전해야 하는 당위성을 역설하셨다. 정서적으로 메마를 수밖에 없는 경쟁사회에 부모조차 공부하라고 아이들을 내몰고 있으니, 아이들은 정서적인 허기를 느낀다. 더 늦기 전에 우리 이야기문화를 되살려야 한다고 하셨다. 할머니가 부재하다면 엄마의 무릎학교를 시작하자. 그 때 들려주신 말씀중에 고정된 이야기에 매이지 말고 아이들 반응에 따라 즉흥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주는 몇가지 원칙을 말씀하셨다.
<불친절하라>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아야 상상의 즐거움을 가질 수 있다. <무책임하라> 옛이야기의 맛이 살아나게 '정말이예요? 진짜예요?" 라고 물어도 "나도 몰라" 하면서 무책임한 태도를 보여라. <뻔뻔하라> 혹시 이야기를 잊어버렸을 때 당황하지 말고 지어내거나 다른 이야기를 붙이라는 것이다.
한 주일에 한두 번 초등 저학년에게 책을 읽어주다 보면 아이들 반응에 따라 이야기를 지어내거나 '나도 몰라~'라고 대답하게 된다. 서정오 선생님의 말씀처럼 뻔뻔하고 불친절함이 그들의 상상력을 부추긴다면 그도 좋은 일이라 자족하며 웃는다.
이 책은 전체가 갈색톤의 그림으로 되어 있어 아주 안정감이 느껴진다. 게다가 구수하게 들려주는 입말로 되어 있어 조금만 감정을 살려 읽어도 아이들이 좋아한다. 마치 자기들이 욕심많고 어리석은 호랑이를 골려주는 남매가 된듯 옛이야기에 흠뻑 빠져버린다. 조금 아쉬운 것은 아이들이 초가집이나 구들장을 책이나 박물관에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림을 그려 구들장과 굴뚝의 관계를 설명하니, 호랑이 이야기를 이해했다. 3학년 김승갑 어린이가 간추린 이야기를 옮긴다.
호랑이는 배가 고프다.그런데 오누이만 남은 집에 왔다. 호랑이는 오누이도 잡아먹고 감자도 먹을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이 호랑이는 성격도 급하다. 호랑이는 방문으로 들어가려다 아이들이 던지 바늘에 콕콕 찔린다. 이번엔 아궁이로 들어가서 구들장을 뚫고 방으로 들어가려다가, 오누이가 물에 적신 짚단을 아궁이에 때는 바람에 매워서 굴뚝으로 나와버린다.
지붕으로 올라간 호랑이는 감자를 구워먹는 오누이를 잡아먹으려 뒷발부터 방바닥으로 내렸다. 오누이는 호랑이 발밑에 뜨거운 감자를 놓아 호랑이가 "앗, 뜨거워!" 발을 들었다 놓았다 하게 만들었다. 오누이는 발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호랑이를 보고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바로 발밑에 뜨거운 좁쌀을 놓아 종일토록 호랑이가 방아를 찧게 했다. 호랑이는 결국 힘이 빠져 지붕에서 축 늘어져 잡혔다.
나는 호랑이도 겁내지 않고 꾀를 낸 오누이가 부럽기도 했지만 무섭기도 했다. 나도 호랑이처럼 하루 종일은 아니지만 방아를 찧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