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어머니독서회원과의 가을여행, 16일 독서모임, 17일 중학교 시험감독... 마음과 몸이 분주해 알라딘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짬나면 살포시 들어와 글을 읽어보고 댓을 달았으니... 자칭 알라딘 폐인이고 알라딘 중독이라는 걸 느낀다.

15일까지 올려야 했던 '천사 같은 우리 애들 왜 이렇게 싸울까?'를 일주일에 걸쳐 읽으며 이제 막 끝냈다. '엎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이왕 늦었으니 서평은 심야에 차분히 정리하기로 하고, 간단히 나의 소감을 끄적여본다.

 큰딸과 네살 터울인 둘째 녀석 아들이 있고, 그 아래로 두 살 터울인 막내를 키우며 특별히 아이들이 많이 싸우거나 큰소리 치며 키우지는 않았다. 정말 천사 같이 잘 놀았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자기들끼리 큰소리 치거나 의견 대립으로 심한 다툼을 벌이지는 않는다.

문제는 엄마가 성숙하지 못해서 사춘기를 맞는 큰딸과 싸우기 시작했고, 둘째와도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한번씩은 심하게 '그럴려면 나가서 니 맘대로 살아!'라고 고함을 치며 감정의 골이 깊게 파인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200쪽이 넘어간 후반부 '과거와 화해하기'에서 나의 누선이 자극되었다. 돌아보니 내 형제자매와는 한 핏줄이라 쉽게 이해하고 화해하고 용서하며 살았던 거 같은데, 남편이나 시누이 시아버지께는 아직도 감정의 골이 깊어 용서하지 못할 일들이 있어 편치 않았다. 그들이 내 맘을 알아주지 않고 팔이 안으로 굽는 처신을 했기에 용서하지 못하는 내 오기를 발견했다.

이름값 하는건지 자신에게는 관대함으로 긍정적인 '오기'를 적용하는데, 타인에게는 가차없는 오기를 발동하여 '결코 용서하지 않을거야!'라면서 살고 있는 내가 훤히 보이게 한 책이다. 그래서 눈물이 났고, 난 눈물나며 감동이 돼야 '이 책 참 좋은 책이다!'라는 분류에 집어 넣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이 자녀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우미 책으로 읽힌게 아니라, 내 문제를 해결하는 지침서였음을 고백한다.

눈물의 감동이 마르기 전에 정을 주었던 세월만큼이나 마음의 골이 패인 큰시누이에게 전화 한통이라도 해야겠다. 가까이 살면서도 애경사에나 만난다면 남과 무엇이 다를까? 어쩌면 남보다 못한 사이인지도 모르겠다. 표면적으론 크게 문제되지 않는데도 마음으로 용서가 되지 않으니 관계가 소원해졌다. 지천명이 낼 모렌데 아직도 오기로 똘똘 뭉쳐 사는 내가 참으로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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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10-18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글 읽으며 반성해 봅니다. 요새 잔뜩 삐져있는 언니에게 맛난 저녁이라도 사줘야겠어요. ^^

순오기 2007-10-19 18:44   좋아요 0 | URL
참, 반성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줘요!
맛난 저녁은 드셨나요~~ 언니가 있다는게 얼마나 축복인지... 감사하죠!!
전 언니 있는 게 너무 좋아서 딸 혼자면 짠하더군요.
그러니까 딸 둘 낳은 건 너무 잘했다고 울 딸들에게 공치사 엄청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