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에 개봉됐지만, 우리나라에선 이제 상영하게 된 '카핑 베토벤'이 콜롬버스에 안 걸릴까봐 엄청 가슴 졸였다. 10월 13일 토요일 아침 조조를 보려고 하남점까지 20분 거리를 9분만에 달렸다~~ 영화속의 그녀 안나도 황량한 거리를 마차로 달리고 있었다. 베토벤의 임종을 지키려고...... 내면의 침묵으로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를 듣게 된 그녀는 베토벤을 자연으로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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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베토벤(에드 해리스 분)은 청각을 잃어가면서 괴팍한 성격으로 변한 것으로 그려진다. 베토벤은 자신의 악보를 정서해 줄 카피라이터로 만난 안나 홀츠(다이안 크루거 분)를 단박에 인정하지만 그녀의 표현대로 무례하고 거칠게 대하는 괴팍한 노인이다. 하지만, 그 모습이 오히려 인간적이지 싶었다. 우리가 베토벤의 초상화로 익숙한, 너무나 베토벤스러운 그가 영화속에 있었다.
영화 '불멸의 연인'이 베토벤의 유서에 '나의 천사이자 나의 모든 것이며 나의 분신인 불멸의 연인에게 바친다'라고 남긴 그녀를 찾아가며 베토벤의 생애를 다시 조명하는 것이었다면, '카핑 베토벤'은 불멸의 연인일것 같은 안나 홀츠가 청각을 잃은 베토벤의 말년에 그의 음악을 카피하고, 베토벤은 눈으로 그녀를 카피하여 교향곡 9번을 초연한다는 설정이 감동적이다. 하지만, 여기 나오는 모든 것이 실화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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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연인' 보다 '카핑 베토벤'의 에드 해리스가 더 베토벤스러웠고, 안나 역의 다이안 크루거도 당당하게 귀엽다. 그들이 주고 받은 대사 하나하나를 다 기억하고 싶었다.
"공기의 떨림이 신의 숨결이다. 우린 그것을 읽고 신을 찬양하는 사람을 낳고... 그게 아니라면 우린 아무것도 아니다."
"내 머릿속은 소리로 가득 차 있어~ 그것을 악보에 적을 때 빼고는..."
"신은 나를 귀머거리로 만들었어. 나를 빼고는 모두 내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한 그가 친구냐고!"
"이제 음악은 역사가 바뀔거야~~ "
절망스러운 상황에서도 자만하듯 자신만만하게 신을 찬양하기 위해 신의 소리를 옮겼다는 천재 음악가 베토벤에게
"당신은 선택받은 분이죠. 제가 도울게요. 박자를 정확하게 보여 드릴게요." 라고 말하며 오케스트라 속에 쪼그리고 앉아 베토벤을 카피하는 그녀 안나 홀츠를 보며 눈으로 지휘하는 베토벤이 내 가슴에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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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성가대할 때 이 영화에 나오는 모짤트의 레퀴엠이나 대관식미사, 베토벤의 장엄미사나 환희의 송가도 불러봤다. 합창단을 두 시간이나 세워 놓는게 미쳤다고 말하는 걸 이해할 수 있다. 정말,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으며 가만히 서 있는거 장난 아니다~~~~ 영화속에서 교향곡 9번이 울려퍼질때 전율하며 눈물이 흘러나왔다. 아~~이 떨림과 이 감동을~~~~ 다시 맛보고 싶다. 이 장면 때문이라도 두번, 세번 보고 싶어지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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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영화적인 아쉬움이 있지만, 교향곡 9번의 전율 때문에 말하고 싶지 않다. 그냥 음악을 사랑하는 분이라면, 교향곡 9번을 감상할 수 있는것 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