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 현상 - 5학년 2학년 국어교과서 국어활동(가) 수록도서 책읽는 가족 50
이금이 지음, 김재홍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2006년 9월 30일 초판으로 나온 이금이작가의 '금단현상'은 2006년 4분기 우수문학도서였으며, 2007년 제39회 소천아동문학상 수상작으로도 선정됐다.  ‘금단현상’은 아이들의 눈높이와 아이들의 마음밭에서 아이들의 살아있는 말로 글을 쓰는 작가의 개성이 돋보인다는 심사평을 받았다. (한겨레, 경향신문 기사)

금단현상에 실린 다섯편의 단편에서 작가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벌어지는 사건마다 섬세한 심리묘사로 독자의 공감을 자아낸다. 결코 길지 않은 분량에도 웃음과 눈물을 담았고, 깔끔한 반전으로 멋지게 마무리하는 솜씨가 돋보였다. 아이들 학교나 우리집에서도 일어날 별것 아닌 소소한 일상에서 어쩜 저렇게 멋진 작품을 건져내는지 작가의 시선이 부럽기만 하다.

삽입된 김재홍 화가의 그림은 부드러운 색감으로 이야기를 한결 진지하게 보여주어 좋았다. 김재홍 화가는 동화집이든 시집이든 그림이 삽입된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화가로, 이금이 작가의 작품에도 많은 그림을 그렸다.

표제작이 된 '금단현상'은 인터넷 사용 금지로 컴퓨터 대신 전화중독에 빠져 든 효은이를 따라가면서 공감하는 나를 발견한다. 다시 성규에게 전화 거는 효은이가 내 모습은 아닐런지...... '꽃이 진 자리'는 외국에 나가 있는 손녀가 보고 싶어 스웨터를 떴다 풀었다 하는 할머니가 가슴을 아프게 했다. 끝내 전해주지 못하고 가신 할머니 때문에 벚꽃이 꽃비처럼 내리던 날, 현실의 노인문제를 생각하게 했다.

'촌놈과 떡장수'는 사내녀석들의 심리와 우정을 느낄 수 있었고, '나의 마니또'는 내숭떠는 혜주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내 어릴 적 추억이 떠올라 배시시 웃었다. '십자수'는 남아선호 사상이 남녀평등으로 나아가며, 초등 실과에서 다루는 스킬이나 십자수, 뜨개질을 하게 된 고학년들이 충분히 공감할 소재였다.  

엄마는 잔잔한 추억 속 이야기를 끌어올린 감동으로 '역시 이금이 선생님이야!' 행복한 미소를 떠 올리며, 우리 애들은 어떻게 느꼈는지 작년에 고2, 초등 5학년이던 두 딸과 이야기를 나눴다.

엄마: "애들아, 금단현상이란 제목을 봤을 때 어떤 생각 들었어?"
막내: '뭐, 약물중독에서 벗어난 얘긴가 생각했지."
큰딸: "엄마 의도에 동참할 만큼 내가 순수하지 않은것 같은데..ㅎㅎ"
엄마: "엄마 의도가 그렇게 다 읽혀지니?"
큰딸: "엄마, 서평 쓰려고 우리 감상이 궁금한 거잖아!"
엄마: "응, 엄마는 너희도 이 책에 나온 아이들에 공감하는지 궁금해서..."
막내: "엄마, 요새 애들 그 책에 나오는 애들처럼 순진하지 않아."
엄마: "그래? 너는 읽고 그렇게 생각했어?"
막내: "여기 아이들 얘기는 어른들이 생각하는 아이들이야."
큰딸: "그건 '아이들은 순수하다'라는 명제에 세뇌된 어른들이 설정하고
         그려내는 어른들만이 공감하는 애들이야."
막내: "맞아, 난 동화를 읽으면 이런 애들은 동화속에만 산다고 느껴."
큰딸: "그건 캐릭터속에 나와 닮은 구석을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야.
         내게 감춰진 악의성이 맞다며 손뼉칠 꺼리가 없다는 거지."
엄마: "엄마는, 나도 이랬어~ 바로 이런 마음이었지. 공감되는데... "
막내: "그러니까 엄마들만 공감하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얘기지."
큰딸: '그래서 애들이 동화를 안 읽어. 물론 내가 너무 커 버렸지만,
         어른들 설정에 따라 움직이는 아이들 얘기라 식상해. "
엄마: "그래도 전혀 공감이 없는 건 아니겠지? 내용도 중요하지만,
         작가가 말하려는 의도를 발견하는 게 독서의 참맛이잖아?"
큰딸: "엄마는 이금이선생님 왕팬이고, 글 쓰는 사람 무조건 동경하니까.
         문장 하나에도 밑줄 그어가며 감탄하고 순수하게 감동받는 거야."
막내: "내가 경험한 우리 반 애들은 이렇게 착하지 않아, 순수하지도 않고..."
큰딸: "야, 넌 5학년이 벌써 그렇게 생각하냐?  넌 정말 순수성을 잃었다. 
        언니는 중학교 가서 알았고, 고등학생 되니까 정말 기가 막히더라"
엄마: "얘들아, 세상이 험하고 어린이의 순수성이 사라졌다 해도
         작가는 세상이 아름답고 따뜻해서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어린이의 순진함과 순수성을  발견해 내는 사람이야."
큰딸: "그래, 문학의 보편적인 가치가 거기 있다는 거 인정해.  
         그래서 나도 고전을 읽고, 인간군상들의 모습에서 나를 발견해.
         많은 애들이 가벼운 연애소설이나 읽는걸 보면 나도 안타깝다고!"
막내: "교실에서 애들이 만화나 읽고, 도서관 책도 그런것만 대출하잖아."
엄마: '금단현상' 감상이 궁금했는데... 그거에 대해 할 말은 없어?"
막내: '소재는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어 인터넷 중독, 마니또, 십자수도.
         하지만 애들이 너무 착해서 우리들 얘기란 실감이 안나."
큰딸: "어른들은 자신의 추억속 동심에 갇혀 애들은 이럴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요새 애들은 어른들의 그런 동심과는 확실하게 달라."

두 딸과 진지한 독서토론을 했는데, 우리 두 딸이 너무 현실적인 세계에 성큼 빠진거 같아 안타까웠다. 어느새 저런 마음을 갖고 있으니, 엄마가 유치하고 순진해 뵈기도 하겠다. 하지만, 우리애들이 특별히 닳아빠진 영악한 아이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주 솔직한 요새 애들이 어른들은 공감하는 동화속 얘기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말은 동화작가들이 조금은 귀담아 들어야 할 것 같다는 나의 서평에 이금이 작가는 이렇게 댓글을 남겼다.

^^;; 열띤 토론의 현장에 함께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군요. 두 따님의 이야기에 마음이 뜨끔합니다. 사실은 우리 딸이 제게 종종 하는 말입니다. "엄마 동화에는 너무 범생이들만 나와. 그래서 잘 공감이 안 가." 알면서도 자기만큼 밖에 못쓰는 것이 이금이라는 작가의 한계이자 특성이라고 생각해주세요.(따님들에게도 전해주세요.*^^*)

저는 물론, 동화의 주된 독자인 어린이들에게, 영합하지 않으면서 공감을 얻어내는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계속 치열하게 고민할 것입니다. 두 따님이 동화에서 멀어지기 전에 그런 글을 써야할텐데... 덕분에 저도 저의 동화에 대해 더욱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됐습니다. 고맙습니다.^^

*작가의 겸손한 댓글에 우리 딸들과 엄마는 미안해 하면서 그 후에 나온 작품도 다 읽어서, 이금이작가의 작품 27권 중에 23권을 읽었다. 금년까지 나머지 작품도 다 읽으려 작정...... 동화 모임의 10월 토론도서라 다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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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서 2007-10-03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작가가 직접 댓글을 달아준건가요?
좋은 경험이었겠네요.

아이들과 함께 하는 대화 수준이 상당하네요.
큰 아이가 고2정도 되면 저런 말도 서슴없이 나오나봐요.
저도 아이들과 이야기를 진지하게 나누고 싶은데
제가 워낙 노는 분위기라 잘 안됩니다.
부러워요.

순오기 2007-10-03 10:13   좋아요 0 | URL
너무 길어서~죄송 ^*^
아이들과 대화내용을 빼려다가 이금이 작가의 댓글을 넣으려면 꼭 있어야겠기에, 작년에 올렸던 출판사 사이트에 남겨준 작가의 댓글이에요.
큰딸은 고3이라 가끔 집에 오면 가볍게 훑어보는 정도의 독서만 합니다.
집에 오는 책은 거의 다 독파하는 막내가 우리집의 문자중독 소녀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