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하늘말나리야 - 아동용,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책읽는 가족 1
이금이 글, 송진헌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현재 27권의 책을 낸 이금이작가는 동화계의 지존이요 대모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올 1월 출판사 모임에서 실제 작가를 뵈니까 정말 소탈한 우리 이웃의 아줌마와 다를바 없었다. 실제 작가의 블러그(밤티마을)에 소소한 일상을 풀어내는 걸 봐도 우리 주부들과 다르지 않다. 일반적인 주부와 다르다면 소소한 일상의 체험을 따뜻하고 감동적인 작품으로 빚어내는 탁월함이 다를 것이다. 그의 작품중 23권 읽었고 실제 만나보니 작품과 삶에 괴리가 많지 않은 작가라는 느낌이 들었다. 작가의 작품에서 느끼는 따뜻함과 희망이 그에게서도 묻어났다. 초판이 나온지 10년이 지나도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30만부를 돌파했다는 기록은, 그가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는 작가임을 증명하고도 남는다.

이 책은 초등학교 6학년 2학기 읽기에 '소희의 일기장'이라는 제목으로, 2부 소희의 이야기 첫 부분인 '혼자만의 얼굴을 본 사람이 가져야 하는 아주 작은 예의'가 수록되어 있다. 6학년인 '미르, 소희, 바우' 라는 세 주인공 이야기를 또래 독자들은 어떻게 이해하는지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작가의 말에서도 밝혔듯이 작가의 가슴에 담겨진 느티나무가 '너도 하늘말나리야'로 나오기까지 오랜 기간 숙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나름대로 한 가지의 상처를 가진 세 아이가 아픔을 드러내는 방식이나, 상처가 치유되기까지의 소통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미르, 소희, 바우 세 아이를 화자로 하여 같은 상황도 자기 입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각하는지 잘 보여준다. 자신의 문제를 꽁꽁 담아두고 아파하는 아이들을 우리 어른들이 이해하고 기다려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버지와 이혼하고 달밭의 보건소장으로 내려온 엄마가 미워 심통을 부리는 미르는, 마치 가시를 세운 엉겅퀴처럼 누구도 다가오지 못하게 사나운 척 하고 있었다. 그런 아픔을 이해하고 스스로 가시를 내릴 때까지 기다려주는 소희와 바우가 대견하다. 또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의 재혼으로 할머니와 단 둘이 살게 된 소희의 어른스러움은 독자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마음은 어른만큼 훌쩍 커버려 응석이나 투정 한 번 못 부렸을 그 의젓함이 못내 안쓰럽다. 그래도, 소희는 자신을 사랑하는 당당함으로 하늘 향해 피어있는 '하늘말나리'를 닮았다고 바우는 생각한다. 바우는 일곱살에 세상의 전부였던 엄마를 잃고, 세상과 소통하는 문을 닫아버린 '선택적 함구증'의 아이가 된다. 아내를 잃은 슬픔을 추수리지 못한 아빠가, 바우를 이해하거나 기다려주지 못한 결과라 더 아프다.

세 아이들이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다가서며 위로하고 소통하려는 마음을 잔잔한 묘사와 연필삽화로 가만가만 보여주며 독자를 감동하게 만든다. 큰소리나 악다구니 없이 잔잔하게 펼쳐지는 달밭(월전리) 세 아이들은 바로 우리 이웃의 아픈 현실이라고 가만히 일러준다. 사별이나 이혼으로 생겨난 모부자 가정이나 조손가정, 또한 소년,소녀가장이 제법 많다는 현실이 바로 '너도 하늘말나리야'가 우리 이야기로 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동화창작교실을 제외하면 26권의 동화와 청소년 소설을 쓴 이금이 작가는 환타지를 쓰지 않아 좋다. 난 개인적으로 환타지가 넘쳐나는 세태를 보면서, 일종의 현실도피가 아닐까 생각한다. 작가나 독자가 현실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없이 그저 환타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 맘에 안드는데, 이금이 작가는 우리 시대의 아픔을 따뜻한 인정과 희망이란 이름으로 풀어내기에 진정한 모성으로 작품을 잉태하여 출산한다고 생각된다. 세상이 험하고 사랑이 메마르다 해도, 동화속에서 따뜻한 인정과 희망을 그려낸다면, 각박한 세상도 그렇게 따뜻해지라라 희망을 갖게 된다. 

꽃을 닮은 아이들- 미르, 소희, 바우가 아픔을 이겨내고 따뜻한 사랑으로 소통하는 희망을 보여줘서 책을 덮는 내 마음도 따뜻하다.

*책 속에 삽입된 신형건님의 시 - 제비꽃, 영겅퀴꽃, 개망초꽃은 '거인들이 사는 나라'에도 실려 있고, '풀아 풀아 애기똥풀아"에도 제비꽃과 개망초꽃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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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푸른책들과 보물창고에서 6기 신간평가단을 모집합니다!
    from 파피루스 2008-02-01 00:08 
    2006년 이금이작가님 '밤티마을 블로그'에서 푸른책들의 신간평가단 모집 공고를 보고 응모했었죠. 리뷰라는 걸 써보지도 않았지만, 나름 동화를 많이 읽었기에 용기를 냈었답니다. 다행히 3기 신간평가단으로 뽑혀 지금까지 우수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답니다. 그 덕분에 알라딘도 알게 돼서 이제는 제 놀이터가 되었지만...  신간평가단 관심있는 분들은 참여해 보시라고 알려드립니다. (혹시, 참고가 될까 싶어서 제가 응모할 때 올렸던 '유진과 유진
  2. 푸른책들과 보물창고에서 6기 신간평가단을 모집합니다!
    from 파피루스 2008-02-01 00:49 
    2006년 이금이작가님 '밤티마을 블로그'에서 푸른책들의 신간평가단 모집 공고를 보고 응모했었죠. 리뷰라는 걸 써보지도 않았지만, 나름 동화를 많이 읽었기에 용기를 냈었답니다. 다행히 3기 신간평가단으로 뽑혀 지금까지 우수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답니다. 그 덕분에 알라딘도 알게 돼서 이제는 제 놀이터가 되었지만...  신간평가단 관심있는 분들은 참여해 보시라고 알려드립니다. (혹시, 참고가 될까 싶어서 제가 응모할 때 올렸던 '유진과 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