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행복한 왕자 - 반양장 동화 보물창고 17
오스카 와일드 지음, 소민영 옮김, 나현정 그림 / 보물창고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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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시절, '행복한 왕자'와 '욕심쟁이 거인'이란 이야기로 내게 전설처럼 각인된 이름이 오스카 와일드였고, 여고생때 읽은 '나이팅게일과 장미'는 나를 참 불편하게 했었다. 그리고, 거의 30여년이 지나 다시 만난 '행복한 왕자'는 다른 책과 달리 단숨에 쫘르르 읽어버릴 수 없어, 일주일이나 끼고 한 편씩 읽어 나갔다. 그러면서도 영 편치 않은 기분은, 오스카 와일드의 예리한 송곳에 찔린 듯한 아픔이랄까? 하여튼 작가가 던지는 물음에 딱 떨어지는 답을 할 수 없는 심정이라 불편했다. 학창시절보다 더 많은 인생을 보고 겪었기에 그가 던지는 간단치 않은 물음이 메아리처럼 귓가에 맴돌았다.

동화라면 쉽게 읽혀져야 할텐데, 독자의 맘이 불편한 것은 작가가 세상을 향해 던지는 날카로운 비판에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을 아는 만큼, 어린이보다는 청소년이 청소년보다는 어른들이 더 켕기듯 불편하다. 이런 불편함에도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는 것이 바로 천재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매력이다.

책이 온 날, 먼저 읽은 6학년 막내에게 소감을 물었더니,
"뭔가 심오한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고, 사람들이 참 어리석은 것 같애!"
라고 답해서, 깊이는 다르겠지만 느낌의 분위기는 같다고 생각되었다.

'행복한 왕자'에 수록된 다섯 편의 이야기와 '석류나무의 집'에 실린 네 편의 이야기는, 마치 내게 가만가만 들려주는 그의 음성처럼 들린다. 성내거나 흥분하지 않으면서 조단조단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나면, 컥~ 하고 찔리는 느낌이라 독자로서 불편다다는 것이다. 하지만 독자에게 불편한 마음만 주는 것은 아니다. 섬세한 배경과 인물묘사 덕분에 이국적인 이야기가 마치 우리 동네에서도 있었던 이야기처럼 다가오며 그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누군가의 희생을 알아주거나 기억하지도 않는 몰염치한 인간들과 이기적인 욕심과 교만으로 오만방자한 인간군상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그의 필력에 부끄러움이 감돌고, 진정한 아름다움과 참된 사랑을 전하는 이야기에는 가슴이 따뜻해진다.

차분한 색감에 독특한 디자인의 이국적인 그림이 동화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눈길을 사로잡았다. 책의 분위기를 잘 표현한 나현정님의 그림에 책 읽는 즐거움이 한결 더했다. 책을 읽고도 그림만 다시 보면서 이야기를 끌어낼 만큼 손색없는 작품으로 새겨졌다. 멋진 그림으로 한결 품격있는 책으로 만들어준 화가에게도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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