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는 아프다 푸른도서관 13
이용포 지음 / 푸른책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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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는 아프다>는 2006년 2/4분기 우수문학도서에 선정된 책이다. 올 1월말 출판사모임에서 실제 뵌 이용포작가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책이라 더욱 반갑다.

"오늘 아침, 느티는 아프다. 마음이, 마음이 아프다."
로 시작되는 첫 구절부터 읽는 동안 내 마음도 아팠다. 너브대 사람들의 아픔과, 병들어버린 느티 자신 때문에도 아프다. '는개'같은 눈물이 내 마음을 적셨다면 맞는 표현일까?

일제의 단발령을 거부하며 목을 맨 촌장어른과, 정신대로 끌려갔던  처녀의 자살을 지켜보는 느티는 아팠다. 민족상잔의 피비린내에 아팠고, 민주화를 외치던 청년의 죽음에도 아팠다. 역사의 소용돌이와 개인의 아픔까지도 느티는 온몸으로 함께 겪었다.

노망난 할머니와 그 아들 공팔봉씨의 아픔. 콜라병에 든 농약을 먹고 백치가 된 딸 순심이와 고향을 등지고 서울살이 밑바닥까지 간 노름꾼 순호 아버지의 아픔. 가출을 하지만 뜻대로 되는 게 없어 절망에 빠진 순호와 집 나간 엄마를 기다리는 다섯 살 단비의 아픔까지 다 아프다.  차라리 굶어도 남의 것을 탐하지 않는 가로등지기는 인생을 달관한 사람 같았다. 이들의 아픔을 묵묵히 지켜보는 느티도 아프고, 안타까운 현실에 나도 아팠다.

그러나, 작가 이용포님은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보려는 따뜻한 시선으로 희망의 메세지를 전한다.
고양이인형 '재채기'를 통해 가로등지기의 본심과 , 사람들의 마음을 들려주어 마음이 놓였다. 속 마음을 세상에 다 드러내진 않아도, 정직한 자기소리를 듣는 사람은 아름답다. 비록 속 마음과는 다른 말과 행동을 할지라도...... 자신의 문제를 깨달은 사람들은 점차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간다.

느티는 말없이 그들의 말을 들어주고 그 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위안을 준다. 세상에 단 하나라도 내 마음을 알아주고 속을 털어놓을 대상이 있는 사람은 그래도 행복하다.  너브대 사람들도 느티에게 털어놓고, 이웃의 사랑으로 아픔이 치유되면서 우리의 느티도 아픔을 견딜만 하단다.
"느티는 그 날, 기분이 참 좋았다!"
라는 마무리에 아팠던 내 마음도 '사랑이 약이구 희망이 해답이구나'  싶어 가슴을 쓸어내렸다. 작가는 독자를 느티와 같이 아프게도 기쁘게도 하는 마법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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