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끝으로 서다 푸른도서관 14
임정진 지음 / 푸른책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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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여름방학 책따세 추천도서로 선정된 이 책은 발레리나가 되고 싶은 한 소녀의 일기를 바탕으로, 꿈을 위한 도전과 노력을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다. 발레에 문외한이던 내가 책을 읽고 발레에 관계된 용어를 알게 된 것도 하나의 소득이다. 발레리나 '강수진'을 떠오르게 하는 주인공 재인이, 발레리나의 꿈을 위한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정말 부모가 시켜서 했다면 끝까지 인내하지 못했을 것이다. 영국 유학 도중에 너무 힘들어 그만두겠다고 전화했을 때 아버지가 당장 돌아오라니까, 좀 생각해 보겠다며 후퇴하는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났다.

친구를 대하는 아이들의 태도에서 우리나라 애들과 외국 애들이 확실히 다르다고 느꼈다. 그애들은 서로 배려하고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위로해주려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았다. 왜, 우리애들은 자기보다 잘났거나 다른 것은 인정하지 못하고 눈꼴 사나워 하는걸까? 우린 친절이나 배려가 너무 부족한데 어른들이 본이 되지 못해서 일까? 외국인들은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언제나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재인이 친구 집에 갔을 때, 유숙 기간에 상관없이 자기 자녀와 똑같이 편하게 대해주는 그들은 정말 부럽고도 존경스러웠다. 우리는 우물안 개구리를 벗어나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독자들이 이 차이를 확실히 느낀다면 우리도 차츰 달라지지 않을까?

재인의 신체적인 조건 때문에 프로 발레리나가 될 수 없다고 냉정히 지적하는 선생님이 야속했다. 재인은 '발레를 할 수 없으면 죽으라는 말인가?' 생각하며 부모의 이혼보다 더 암담하게 여기지만, 그들이 진정으로 학생을 사랑한다고 생각됐다. 본인이 좋아하는 것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걸 하는 것이 어쩌면 옳은 선택인지도 모른다. 재인은 그 말에 충격을 받았지만, 정말 꿈을 향한 열정이 있는지 충분히 점검하며 도전하기 때문이다. 만약 재인이 진로를 바꿨다면,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으로 살면서도 여러번 후회하지 않았을까?

엘름허스트 발레학교 기숙사에서 십대들이 보여주는 수다와 생활과 심리변화를 들여다보며, 성장기의 보편적 정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똑같다는 게 참 재미있다. 여과없이 보여주는 그네들의 솔직함과, 화장실의 휴식과 수다공간이 참 부러웠다. 고3으로 기숙사에 있는 우리 큰딸은 여러가지 불편과 애로를 호소하기에, 그들의 기숙시설과 많이 비교되었다.

어린 나이에 외국에 나가 생활하는 재인이 어른스럽고 기특한 모습도 보이지만, 가족이 그리워 향수병에 힘들어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관계가 좋았던 엄마 아빠 사이가 악화되면서, 따뜻한 가정을 그리워했던 재인이 버릇없고 이기적인 아이로 변하는 것도 안타깝다. 부모니까 맘놓고 투정하고 맘에 없던 말도 불쑥 내뱉는데, 당신들의 문제로 버거웠던 부모가 따뜻하게 받아주지 못한게 영~ 마음에 걸렸다.

실화가 바탕이라 작가의 상상으로 그리기가 곤란했는지, 부모의 이혼사유나 결말을 확실하게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자신의 꿈을 어떤 환경이나 역경에도 좌절하지 않고 성취할수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의 출판으로 소식이 끊겼던 그녀와 연락이 되어, 현재 프로 발레리나로 활동한다는 인터뷰기사를 보았다. 신체적인 조건이나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었을텐데 포기하지 않고 꿈을 이룬 재인에게, 우리 청소년들이 희망을 발견하고 자신의 꿈을 소중하게 키워나가는 또 하나의 지침서로 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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