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중 아이들과 읽어 볼 ..
수선된 아이 - 제1회 올해의 작가상 수상작품집 책읽는 가족 55
김기정 외 지음, 유기훈.이영림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일곱개의 단편 샐러드 같은 수선된 아이

‘제1회 올해의 작가상 수상작’이란 이름표를 달고 나온 <수선된 아이>는 일곱 개의 단편 샐러드 같은 책이다. 샐러드의 제 맛은 주재료와 드레싱의 절묘한 어울림에 있다. 일곱 개의 단편은 각기 다른 소재에 작가 특유의 드레싱을 얹어 차린 샐러드 모음이다. 채소와 과일, 육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재료처럼, 일곱 편의 이야기 소재도 제각각이다.

일곱 가지 샐러드를 맛보듯 독자의 기호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수 있다. 지난 1년간 잡지나 동인지, 앤솔러지, 신문에 발표된 작품 중에서 가려내었기에 샐러드의 장점인 신선함에서 살짝 비켜간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형식이나 구성, 문체에서 작가마다 색다른 드레싱의 맛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다. 초등 3~4학년 이상 중학생들도 단편동화의 매력에 빠질 수 있다.

김기정의 ‘두껍 선생님’은 옛이야기 속 두꺼비를 초등1학년 교실로 끌어 들여, 왜 공부 하고 무얼 배워야 하는지 익살스런 두껍선생님의 가르침으로 그려낸다. ‘바나나가 뭐예유?’에서 보여줬던 김기정 작가 특유의 능청스러움이 멋진 드레싱으로 버무려져 유쾌하다. 교장선생님과 두껍선생님의 모습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떠든 사람 이영림’이라고 적힌 칠판은 독자를 웃게 한다.

김민령의 ‘견우랑 나랑’은 가난하고 소외된 아이 이야기다. 아빠의 폭력에 시달리고 엄마의 가출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견우와, 삼남매끼리 사는 나는 무료급식을 받는다. ‘저녁이면 어김없이 뱃속에 커다란 동굴이 생겼다’는 아이의 배고픔이 가슴 아리다. 엄마를 따라가는 견우는 내가 나쁜 애가 될까봐 걱정하고, 나는 나쁜 애가 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걱정해주는 동무가 있어 이제 배부르다며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담아낸 작가의 드레싱으로 살아난다.

김영혜의 ‘수선된 아이’는 따돌림 당하는 민화가, 상처투성이인 또 다른 자신의 내면-수선된 아이를 들여다보며 비로소 자기를 되찾는다. 아무도 나를 도와줄 수 없고, 스스로 자기를 지켜야 한다는 자각으로 용기를 회복한다. 자신을 찾은 민화는 친구와 새로운 관계맺기를 시도하며 독자를 안심시킨다.

이용포의 ‘버럭 할배 입속에 악어가 산다’는 중심에서 밀려 난 노인의 외로움과 순진한 환이를 대비시켜 독자를 공감시킨다. 영악스런 형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며 노인과 어린이가 자연스레 친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아이의 상상이 틀니를 악어로 만들어낸 발상이 재미있다. 노인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하고 해답을 찾으려는 작가의 노력이 돋보인다.

정은숙의 ‘빰빠라밤! 우리 동네 스타 탄생’은 사람들의 허영심이 여실히 드러난다. 스타가 되고 싶은, 혹은 자녀를 스타로 만들고 싶은 욕구를 들킨 듯 불편함도 있다. 스타를 동경하는 사회가 만들어낸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나는 속물이 아니라고 도리질할 독자라면 맘껏 웃을 수도 있고, 한편으로 물러선 듯한 수정이 새엄마가 있어 다행이라 느낄 수 있다. 다리를 부실한 듯 그리는 유기훈 그림이 내용의 풍자성과 어울려 상큼함을 더한다.

조영희의 ‘책을 돌려 주세요’는 책을 좋아하는 진서가 그려낸 상상의 세계다. 글쎄, 대출한 책을 돌려주지 않는 몰염치한 독자를 책망하는 것일까? 책 도깨비를 내세워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다’는 말을 옹호하는 것인지 조롱하는 것인지 헷갈려 명쾌하지 않다.

진은주의 ‘천타의 비밀’은 발달장애아 천타를 사랑스럽게 그려낸다. 사람은 원래 이렇게 순수하지 않았을까 동경하며 가장 정이 가는 녀석이다. 수놓은 듯 독특한 그림과 어울려 천타의 매력이 잘 드러난다. 독자의 가슴에 따뜻한 사랑 하나 피워 올리는 작가의 드레싱이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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