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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 언니 - 반양장 ㅣ 창비아동문고 14
권정생 / 창비 / 200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해방후 1947년 봄, 변화무쌍한 격동의 우리 현대사가 일곱 살 몽실이를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펼쳐낸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원망하지 않는 몽실이, 재가한 어머니를 따라 새아버지와 살아도, 또 친아버지를 만나 새어머니와 살아도 현실을 받아들이며 착하게만 사는 몽실이,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안쓰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화도 난다. 요즘 아이들이 이런 몽실이를 이해할 수 있을까? 아마도 바보 같은 몽실이라고 화를 낼지도 모르겠다. 배고픈 시절을 지낸 우리야 남의 일 같지 않은 동변상련을 느끼지만 말이다.
6.25를 겪으며 사상 대립으로 형제의 가슴에 총질을 해야했던 아픈 역사를 작가는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바로 작가의 분신 같은 몽실이를 통해서... 한반도의 총제적인 비극을 몽실에게 닥친 온갖 불행으로 보여주며, 모두가 사람으로 만난다면 다 착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이해시키고 있다.
과연 그럴까? 작가가 그려낸 몽실이의 삶이 현재 이 땅에서 가능한 것인지 자문한다. 나는 그렇게 못 살거라는 아우성이 터진다. 끝없이 닥치는 고통과 불행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이해와 사랑으로 베풀 자신이 없다. 무조건 희생할 마음도 없다. 이런 바람직한 인간상을 그려내는 동화를, 중2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맞는 우리 아들은 가식이고 위선이라고 말한다. 하긴 모든 사람이 다 이런 삶을 산다면 굳이 문학과 예술로 형상화시키지 않아도 될 것이다.
1984년에 태어난 몽실언니가 20여년의 세월이 흘러도 꾸준히 사랑받는 동화임엔 틀림없다. 아동문학의 고전으로 자리잡은 이 책은 수난의 한국현대사를 생생히 인식케 하는 역사교과서이기도 하다. 꾸준한 사랑의 비결이 무얼까? 바로 보편적인 정서에 공감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의 아픈 역사를 몽실이와 같이 살아내며 눈물 흘리고 가슴 찡한 감동으로 남기 때문이리라!
전쟁 중에 피어난 한떨기 꽃과 같은 몽실이를 그리며, 우리 역사와 따뜻한 마음을 잘 담아낸 권정생 작가의 마음을 닮아보자. 그러면 우리 눈에도 세상이 더 살만한 가치있는 아름다운 곳으로 비춰지지 않을까?
*어제 이 서평을 올렸는데, 그 두 시간 후 권정생님이 돌아가셨네요. 이제는 고인이 되신 님을 추억하며, 그의 작품에서 따뜻한 마음을 느끼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6.25 한국전쟁이 발발했던 6월을 기억하기 위해 독서모임의 토론도서로 '몽실언니'를 선택했는데, 아이들과 부모가 같이 읽고 시대의 아픔과 인간적인 삶을 토론할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