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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속의 바다 - 2004년 뉴베리 아너 상 수상작 ㅣ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2
케빈 헹크스 지음, 임문성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사람의 첫인상도 대부분 얼굴이 좌우하듯이, 우리가 만나는 책도 표지에서 그 이미지가 결정된다. 2004년 '뉴베리상' 수상작인 <병 속의 바다>는 짙은 녹색 바다에 떠 있는 물고기와 꼼지락거릴듯한 그녀의 발이 눈길을 확 잡아끈다.
열두 살 소녀 마사의 사춘기를 풀어 헤친 케빈 행크스의 <병 속의 바다>를 읽으며 독자는 자신의 사춘기를 떠올리며 따라갈 것이다. 누군가에겐 아름다운 추억으로, 때론 아픔으로 기억될 사춘기의 통과의례를 피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편의 아름다운 영상을 감상하듯, 작가가 그려내는 마사와 같은 마음이 되어 동행했다. 아주 짧은 챕터로 이야기를 끌어가기 때문에 간결하지만, 스토리에 빠져들기엔 좀 방해가 되는 듯 했다. 길게 끌어가는 챕터에 길들여진 때문인지 개인적으론 아쉬웠다.
마사와 동행하면서 나의 사춘기가 떠올라 잠시 행복했다. 우리 땐 남녀 손을 잡고 하는 중간놀이(포크댄스)가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손을 안 잡는다고 날마다 벌을 받았던 기억에, 30여년 지난 이제는 맘껏 손이나 잡아보자며 우리들의 동창회가 시작되었다. 변소에 "누구누구랑 좋아한대요"라고 끼적거리던 악동들이, 그녀만 있으면 변소도 못 갔다는 첫사랑 고백이 즐거웠던 추억여행이었다.
마사의 감성에 공감하며 내 얘기 같은 친밀감이 들었고, 작가가 되겠다고 습작하는 모습이 마치 젊은날의 내 모습 같았다. '모방이 곧 창조'라는 진리를 확인하듯, 올리브의 일기와 갓비 할머니의 이야기에서 자기의 소설을 끌어 나가는 마사가 대견했다. 나중엔 소설쓰기보다 시 쓰기에 도전하지만...... 꿈은 아름답고 도전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는 유행가처럼, 마사는 사랑의 아픔과 미움을 경험하고, 할머니 빼고는 다 싫었던 가족이 더할 수 없이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는다. 이제는 사춘기란 통과의례를 겪어야 할 우리 아이들에게 가족의 소중함과 인간관계의 아름다움을 가르쳐주는 <병 속의 바다>를 권해 보자.
*책을 읽는 동안, 케빈 고스트너가 주연했던 '병속에 담긴 편지'가 여러 번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