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빌딩 사이를 걸어간 남자 - 2004년 칼데콧 상 수상작 I LOVE 그림책
모디캐이 저스타인 글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 나는 왜 공부를 해야 하지?"  학창시절에 수없이 던졌을 질문이라면,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은 철들어 진로를 모색하면서 던졌을 것이다. 자기 계발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2막을 시작하면서 이런 질문이 끝날까?

많은 어른들은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가지라고 말한다. 그러나 자기 아이가 꿈을 펼칠 때, 부모 맘에 안 든다는 이유로 뿌리에서 싹이 돋아나 자라기도 전에 싹둑 잘라내지는 않는가? 아이의 꿈이 아니라 부모의 꿈을 대리만족시킬 도구로 생각지는 않는지 반성하면서 두 번, 세 번 펼쳐 읽게 한 책이다.


칼데곳 상에 빛나는 모디캐이 저스타인은 실화를 소재로 동화책을 만드는 작가다. 이 책은 표지부터 발아래 보이는 빌딩과 도시의 차량행렬이 아찔하고, 클로즈 업 시킨 그 남자의 발이 나의 시선과 호기심을 끌어당겼다. 2001년 9. 11 테러로 사라져버린 쌍둥이 빌딩을 기억하면서 32년 전 줄을 매고 건넌 사나이 필립에게 기립박수를 치고 싶었다.


그림이 보여주는 차분하고 안정된 분위기가 좋았다. 어둠 속에서 밤을 꼬박 새우며 준비하는 필립과 친구들을 표현한 색감으로, 그 긴장감을 충분히 느끼며 동트는 것을 지켜볼 수 있었다.


한번 맘먹은 일은 반드시 하고야 만다는 그 남자, 필립은 요즘 아이들이 멘토로 삼아도 될만한 사람이다. 아이들도 꿈을 갖고 목표는 정하지만 노력하지 않거나, 뜻을 세우기만 하고 실천의지가 약해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필립은 뜻을 이루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하고 노력했다.


페이지가 넓게 펼쳐지면서 발아래 보이는 도시와 갈매기. 400미터 상공의 전선줄에서 바람에 흔들리며 느끼는 자유와 행복. 필립의 도전에 충분히 감동할 수 있도록 펼쳐 놓은 그림이 좋았다. 지하철에서 나온 행인의 시선을 따라 같이 올라갈 수 있게 확장된 그림도 아이들의 시선과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내가 늘어난 페이지를 펼치며 읽어줄 때 아이들은 탄성을 지르며 좋아했다.


위험한 목표에 도전하여 꿈을 실현시켰지만 자칫 불안할 수 있는 필립이야기를, 펜 자국과 부드러운 색감으로 안정된 분위기와 따뜻한 안도감을 느낄 수 있게 표현한 그림이 참 좋았다. 또한 필립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표정이 한층 정겹고 실감나서 마치, 나도 군중속의 한 사람이 된 것처럼 빠져들게 했다.


이제 9.11테러로 쌍둥이 빌딩은 사라졌지만, 그 사이에 줄을 매고 건넌 필립의 용기 있는 도전은 전설처럼 전해질 것이다. 필립의 성공은 세계의 어린이들이 자신의 꿈을 키우며 도전하는데 또 한사람의 멘토로 자리매김 될 것이다. 남들이 하는 일을 뒤따라가는 게 아니라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내가 꼭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키워가는 길잡이가 될 멋진 책,

'쌍둥이 빌딩 사이를 걸어간 남자'는 꿈을 가진 아이들의 보물이 되기에 충분하다.

 


댓글(0) 먼댓글(2)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푸른책들과 보물창고에서 6기 신간평가단을 모집합니다!
    from 파피루스 2008-02-01 00:31 
    2006년 이금이작가님 '밤티마을 블로그'에서 푸른책들의 신간평가단 모집 공고를 보고 응모했었죠. 리뷰라는 걸 써보지도 않았지만, 나름 동화를 많이 읽었기에 용기를 냈었답니다. 다행히 3기 신간평가단으로 뽑혀 지금까지 우수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답니다. 그 덕분에 알라딘도 알게 돼서 이제는 제 놀이터가 되었지만...  신간평가단 관심있는 분들은 참여해 보시라고 알려드립니다. (혹시, 참고가 될까 싶어서 제가 응모할 때 올렸던 '유진과 유진
  2. 9.11 테러에 사라진 쌍둥이 빌딩을 떠올리는 책
    from 파피루스 2008-09-11 04:10 
     딸기님의 페이퍼를 보고 오늘이 바로 9.11 테러의 7주년이라는 걸 새삼 확인했어요. 2001년 9월 11일 테러로 사라져 버린 쌍둥이 빌딩 사이에 줄을 매고 걸어간 남자가 있었답니다. 1974년 8월 7일 '필립 쁘띠'라는 프랑스 청년이 400미터 상공에 줄을 매고 줄타기를 하며 거의 한 시간 동안 걷고, 춤추고, 묘기를 부리는데 성공한 실화가 그림동화로 만들어졌지요. 어쩌면 죽을 수도 있는 무모한 도전이지만, 젊은이 다운 열정과 참된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