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의 별 푸른도서관 16
강숙인 지음 / 푸른책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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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마의태자'를 접한 건 초등학교때 라디오 연속극을 통해서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마의태자를 연기했던 성우가 '정승현'씨였다고 생각되는데 그분의 목소리가 너무나 인상적이라 " ~나의 사랑 마의태자"라는 주제가 끝 소절이 아직도 귀에 들리는 듯하다. 고등학교 때 용문사에 갔을 때, 신라가 망하자 금강산으로 가던 마의태자가 지팡이를 꽂아서 자라났다는 그 은행나무를 보고 마의태자의 비운에 가슴이 저렸었다.

작가후기를 읽어보면, 그 마의태자에게 아들이 있었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마의태자의 정신-신라 재건의 혼과 꿈을 살려내는 그 아들 김준(새부)이 진정한 '초원의 별'이 되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6학년 막내는 새부가 멋지다고 말하는데, 나는 가슴 아리도록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로 다가왔다. 바로 엄마의 마음으로 새부를 지켜봤기 때문이리라.

새벽에 태어났다고 붙여진 우리 옛말 이름, '새부'를 왕자의 재목으로 키워내는 아버지 '김극수'의 지극정성이 눈물겨웠다. 그 아버지가 때가 이르러 신하의 예로써 새부를 섬기니,  몸둘바 모르던 그의 심정도 짐작이 간다. 또한 호장의 아들 무경에게서 다복이를 지키려 몰매를 견디던 새부를 보고, 이제부터 영원히 내 대장이라며 끝까지 따르던 다복이도 감동으로 다가왔다. 첫사랑이었던 초희와 북쪽 땅 나단부에서 만난 아린도 한편의 아름다운 사랑얘기로 가슴을 적시기에 충분하다. 월리부의 젊은 추장 추옝과 목숨을 건 협상으로 독이 든 잔을 마시고 쓰러지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친구를 잃는 경험을 두 번씩은 겪지 않겠다는 그들의 말에 눈물까지 글썽이며 동감했다. 이렇게 '초원의 별'은 새부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자기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아름다운 사랑얘기로도 다가왔다.

이미 사라져 버린 나라에 대한 그리움과 기억도 할 수 없는 아버지 마의태자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새부의 가슴에 있다. 이룰 수 없는 꿈이기에 더 간절한 잃어버린 제국을 꿈꾸는 소년 새부는 여진 땅에서 '삶의 모든 것을 거뜬하게 받아들이고 고통까지 사랑할 수 있다면, 꿈을 이루지 못해도 낯선 초원에서 이름 없는 바람으로 스러진다 해도 그건 절대 부질없는 삶이 아니다.'라는 말로 마음을 다잡으며 추스리는 모습이 절절한 아픔으로 다가와 눈물났다. 세상 모든 것을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태자전하의 바람처럼, 새부는 아버지가 물려준 그리움과 고통까지도 사랑하고 감사하는 사람이 되었다.


초원의 별이 되기 위해선 먼저 가슴이 초원이 되어야 한다는 새부의 말처럼, 어디에 살건 그곳 사람들과 함께 자유롭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으로 마의태자의 뜻을 잇는 그는 진정한 초원의 사나이였고 초원의 별이었다. 나단부 추장의 아들 쿠르첸의 잘못으로 월리부와 피를 부를 전쟁으로 치닫던 상황을 극적으로 반전시킨 새부는 마을주민의 절대지지로 추장이 된다. 왕자를 뜻하는 여진말로 완옌을 한자로 완안(完顔)이라 표기하며 살기 좋은 부락으로 만들어간다. 그가 살았던 송화강 일대의 여진족은 진취적이고 자주적이었고, 그중에서 아스허의 완안부는 후에 요나라의 지배를 거부하고 정식으로 나라를 세우니 바로 금나라였다. 사랑과 존경을 받았던 시조 김준의 이름을 따서 大金이라 하였고, 대대로 내려오는 족자 愛新覺羅를 황실의 별호로 삼았다는 서기 1115년의 역사를 기록하며 초원의 별은 막을 내린다.


진정한 초원의 별이 되는 새부의 성장과, 마의태자가 愛新羅 覺新羅의 뜻으로 전해 준 愛新覺羅 정신을 이뤄나가는 새부의 모습에서 진정한 영웅을 발견한다. 자식만 키우지 진정한 의미의 사나이로 키워내지 못하는 부모라는 자책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부모가 인간다운 인간으로 키워내지 못한다는 생각에, 청소년에게 야망을 가지라는 말도, 꿈을 가지라는 말로 마무리하기도 미안할 따름이다.


하지만 작가의 말을 빌려, 우리 역사를 일깨우고 상상력을 발휘하여 역사 속에서 꿈과 정신을 발견한다면 진정한 초원의 별로 자라는 청소년이 되리라 믿는다. 역사 속에서 청소년의 멘토가 되는 인물로 자리매김 되는 마의태자와 새부 김준을 그리며, 역사의 짧은 기록을 이렇게 멋진 작품으로 완성하신 강숙인님께 감사하며 서평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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