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암리를 아십니까 ㅣ 책읽는 가족 53
장경선 지음, 류충렬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3월
평점 :
'제암리를 아십니까'라는 제목에서부터 가슴을 후려치듯 독자를 제암리로 끌어들인다. 우리의 아픈 역사를 일본인 소년 나카무라의 눈과 마음으로 서술하여 객관적 거리를 두고 있다. 우리의 응어리진 한은 민족적 울분으로 역사의 현장으로 성큼 앞서갈 수 있다. 그러나 울분을 누르고 마지막까지 나카무라와 동행하고 얻은 위안은, 어쩌면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는 소수의 일본 지식인들이 바로 소년 나카무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잘못했다고 용서를 비는 나카무라에게, '이 다음에 어른이 되면 너희 나라가 지은 죄를 낱낱이 세상에 알려'라는 연화의 말처럼, 잘못을 인식한 소수의 일본인들은 우리에게 사죄하지 않는가! (3.1절이나 광복절에 특집으로 방송되는 것을 보았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연화 할아버지가 사사까에게 당당할 수 있었던 정신이 바로 우리의 희망이다. 나라를 팔아먹은 건 높은 양반들이었지만, 이 땅을 지켜내는 건 높은 양반, 많이 배운 사람이 아니라 바로 이 땅의 참주인인 우리가 지켜내야 한다는 정신이 바로 우리의 힘이었다. 일제강점기 동안 곳곳에서 목숨을 바친 민초들의 정신과 희생이 이 땅을 지킨 것이다. 바로 제암리 사람들처럼......
2003년 10월, 고향 가는 길에 발안 톨게이트를 빠져 1~2Km 정도 갔을 때, 왼편으로 제암리기념관이 보였다. 일정을 잠시 뒤로 미루고 그곳에 들러 전시된 자료를 둘러보며 눈물 흘렸던 기억이 난다. 그때 조정래님의 '아리랑'을 두 번째 읽는 중이어서 더 많이 울었고, 아이들에게 아픈 역사를 제대로 전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강하게 들었다. 책을 읽고 역사현장을 돌아보는 것, 자녀에게 살아있는 역사교육을 시키는 것이 바로 우리 부모들의 몫이다.
초등 고학년들이 역사를 배울 때 '제암리를 아십니까'를 반드시 읽고, 제암리 교회와 기념관을 가보고 이 말씀을 새기면 좋겠다.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