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고양이 네로 동화 보물창고 13
엘케 하이덴라이히 지음, 크빈트 부흐홀츠 그림, 김지영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17일의 금요일을 악의 날로 여긴다는 이탈리아, 천둥번개 치는 그 날 검은 고양이 네로가 태어났다. 네로(검둥이)는 출생에 걸맞게 강력한 카리스마로 주변을 장악한다. 상대를 어떻게 공격하고 제압하는지, 본능적으로 탁월한 녀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밉지 않은 것은 마치 점묘화 처럼 느껴지는 부드러운 색조의 그림 때문이다. 한컷 한컷 보여주는 크빈트 부흐홀츠의 그림이, 네로의 행각을 부드럽게 느끼도록 독자의 시선을 누그러뜨린다. 네로, 이 녀석. 그림 덕을 톡톡히 보는 줄 알아라!

네로의 악행에도 불구하고 어미에게 존경을 표하거나, 따뜻한 정으로 로자를 대하는 태도는 나무랄 데가 없다. 이웃의 동물들이 네로의 악행을 고발하고 비난해도, 어미 눈에는 모두가 똑같은 자식이라는 말에 끄덕일 수밖에 없다.


갑갑한 농촌생활에 싫증나고 좋은 먹이에 유혹을 느끼던 네로는, 더 넓은 세상에서 맘껏 활개치고 싶어, 로베르트와 이졸데 부부를 따라 독일로 가게 된다. 물론 사팔뜨기 동생 로자와 함께...... 독일에서도 단시일에 주변을 장악하고 대장이 된다. 때론 약자를 도와 건방진 녀석을 혼내는 의리의 지도자로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한다. 또 사랑하는 짝을 만나 삶은 참 아름다운 것이라며 행복한 데이트도 한다.


따뜻한 털색의 온순한 로자는 검은 털의 네로와 대비되어 부드러운 역할을 한다. 그 로자가 죽었을 때, 외로움과 슬픔에 빠진 네로를 이졸데 부부는 고향으로 데려온다. 고향에 돌아온 네로는 다시 떠날 생각이 없다. 귀소본능은 동물도 사람과 마찬가지일까? 고향에 돌아온 네로를 조건 없이 받아 준 넉넉한 고향의 품에서 새로운 사랑을 찾은 네로는 행복하다.


네로가 고향에서 행복한 노년을 보내게 된 건 다행이다. 그러나 네로를 내세운 작가에겐 할 말이 많다. 폭력성을 드러내기 위해 창조한 캐릭터지만, 어미닭 카밀라에게 삶은 달걀을 먹게 하는 건 너무 잔인하다. 내가 엄마라서 느끼는 감정인지는 모르겠다.

로베르트와 이졸데에게 네로가 하는 말들도 솔직히 맘에 들지 않는다. 여성을 비하하거나 남성 우월주의에 빠진 듯한 대사는 영 신경을 건드렸다. 물론 그동안 무엇이든 제멋대로 한 인간에 대한 동물의 비난이라면 그것도 부족하겠지만......여자를 우습게 인식한 작가 의도라면 개운치가 않다. 어린이들이 보는 동화인데,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에 젖어들까 봐 걱정이다. 하지만, 이것을 비평하는 어린이도 있으리라 기대한다.


새로운 세상으로 모험을 떠나는 네로의 도전정신과,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드는 에너지, 로자를 대하는 네로의 따뜻함은 인간이 갖춰야 할 모습이기도 하다. 고양이 네로를 통해 우리 인간에게 하고 싶은 작가의 뜻을 제대로 읽어냈는지 모르지만, 맘이 끌리는 대로 살아간 네로의 삶이 조금은 부러웠다. 그리고, 달빛에 고양이들이 모인 장면은 압권이었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모습이나, 없는 곳에선 할말 다 하면서 정작 본인이 나타나면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모습은, 마치 우리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실소를 금치 못했다. 하긴 사람의 눈으로 바라 본 동물세상이니 무엇이 다르겠는가!  네로와 등장하는 동물들이 내 모습을 얼마나 담고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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