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로거에 걸 썬지 벌써 1년이 넘었다. 첫 글을 쓸 때, 상품을 선택하라 고 뜨길래 선물을 주는 모양이다 해서 음반을 하나 고르고, 그 다음에 또 상품을 선택하라고 뜨길래 DVD를 하나 골랐.) 


요즘은 인터넷으로 책 주문이무통장입금만 빼고 다 되고, 나는 인터넷으로는 그것만 하기따문에여기서 책은 못 산다. 7월에 건너가버린 천규석 선생 책, <사람들은 어디 갔노, 청산만 날 부르네>는 특히 무거워서 이런 생각을 해봤다. 어느 나라 사람도 물건 나를 때지게를 안 쓰던데 책들을 지게에 지고 내가 4()선 건널목을 건너면, 서 있는 차의 사람들도 지게를 장만할까? 그것보다 빈 지게를 지고 책 사러가는, 파란불 되길 내가 기다리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웃프다(feat.황영웅_빈 지게).

(겸사겸사 디제이도 겸하고 있다.)

 

이 글들이 또 낙엽처럼 4분지 1 후두두둑 떨어져 나가지나 않을는지 이곳 블로거들에겐 예기치 않은 서터레서도 (자꾸) 있단 걸 알게 됐고(=떠날 때가 됐고). 그래가 내용은 잘 쓰는 남들이 많으니 나는 형식을 좀 고민해보고 적용해보고 싶으나 털어지니, 이곳에서 접으면 자매사 이동은 안이동이다(feat.진성_동역에서).

 

천규석 선생은 아마 17세에 장가를 들고, 부인이 하늘로 간 41세부터 87세인 올 7월까지 그대로 살았고, 대구한살림 설립, 한평생 소농과 두레와 생태계 중시, 토착민의 자주적 삶을 붕괴 시키는 시스템과 권력에 대한 분노, 인간으로나 금전으로나 자신에 대한 오해와 곡해에서 오는 억울함과 서운함(못 풀고 떠난 듯!)의 내용이 (조금) 있다(feat.함광선_정선아리랑).

853= 무쇠.

 

먼저 간 친구에 대한 그리움, 몸의 통증, 불치병 자식에 대한 걱정, 이혼으로 남은 어린 손녀에 대한 슬픔, 한평생 기쁨과 슬픔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지적 추구의 끈을 놓지 않고, 추구하는 게 일관된 사람으로 살다 갔다(=꼬장꼬장). 많은 이들의 책이 있지만, 김종철 천규석 같은 이의 말과 뜻이 진심에 가장 와 닿고 가장 맞다고 나는 느낀다. 이제 웬만한 소농중시주의자는 거의 다 저승으로 건너가고, 뜻이 있어 농사를 지으려도 짓기 어렵다.

 

일단 사람들의 폄훼와 무관심이 있고, 이단 봄여름 기후가 농사를 훼방 놓는다. 삼단 너무 많아진 날짐승 들짐승의 횡포(첫 단계에서 '맴붕'이 오는데, 씨를 깊이 묻어놔도 다 파먹어 버린다)가 있다. 사단 야산에 물길을 내거나 시멘트로 농로를 만들어 땅 속에 스며들지를 못하게 돼버려, 우천시 산과 농로에서 (급히) 내려온 그 물이, 옆이나 아래쪽에 있는 밭으로 마구 들이치는데, 나는 그것을 보았다.

 

이 책에서 천규석은 장례 풍습에 있어서 연료를 소비하여 시체를 태우는 방식인 화장을 반환경적이라며 매장‘에 대한 얘기를 한다. 거대한 토지를 잠식하는 도로를 그만 만들고, 어차피 농사 안 짓고 농토를 묵힐 거면 거기 묻으면 된다는 것이다. 악취라는 리얼한 낱말이 나오는데, 내가 지금 이 글을 작성하는 이유다.

 

매장을 해도 악취를 전혀 풍기지 않고 시간이 좀 걸릴 뿐, 땅 속에서 미생물과 벌레들의 먹이가 되어 위생적으로 분해되기 마련이다. 매장을 통한 환생이야말로 더 근본적이고 완벽하게 순환하는 환생이다. 큰 까마귀 같은 지상의 포식자보다 지하에 사는 이름 없는 미물과 벌레들의 밥으로부터 시작해서 식물의 밥, 초식동물의 밥, 큰 까마귀 같은 육식동물의 밥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잡식하는 사람으로까지 순환하는 모든 생명, 생태단계를 다 거치기 때문이다.”(697에서 6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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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 착실히 살아보리라.

그런 생각이

, 이처럼 눈물겨우냐.

 

문득 손으로 이마를 가리니

밀물 그득히

시름이 고인다.

 

이 시는 박목월 시전집(민음사) 178쪽과 179쪽 끝 부분을 이은 것이다. 앞은진주행이라는 시이고, 뒤는목포항이라는 시인데, 각기 다른 지역을 시로 읊은 것이지만 동일한 심상이었던지 참으로 똑 떨어지누나.

 

옛 시는 마침표가 있는데 마침표. 511, 515, 521쪽 끝도 이으면,

 

상상의 그물 사이로 열리는/ 새로운 여명을 응시한다./ 다만 그것은

잠드는 감미로운 망각과/ 휴식의 손에 쥐어진/ 무심한 꽃

죽음보다 어두운 입구를/ 되돌아보고 발밑을/ 살핀다.

 

내가 (얼마 전)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니, (오래되어) 기억이 어렴풋하지만 의성어 의태어 훈련을 위해 단체로 반복해서 읽게 시켰는데,의인화 된 꽃씨가 달그락 달그락 덜그럭 덜그럭서랍 속에서 꿈틀대고 있었는데, 동화책과는 다른 방식의 내용이 주는 그 느낌이 힘들었는데, 훨씬 상급 학년이 되어서 교과서에 나온 박목월 시의 반복에서는 그렇지않고 적응되는 좋은 느낌을 받고 '꽃씨'의 그것이 뒤늦게 이해되면서 시란 무엇인가에 대한 필을 최초로 받게되고, 박목월 처럼 단순하고 당연한 것을 나열하면 말도 되고 시도 되는구나 각인되어반복 나열하는 내 문장은 이때부터 습관화 된 듯한데, 물 흐르듯 흐르는 운율의 매력에 달달 외운다고 외었건만 먼 훗날 틀리게 외고(를 나오지 않고) 있었던 것을 알게 되는데, 제목조차 반대로다. 제대로 안못 외운 모양인 것.

 

<산새알 물새알> 산새는 산새라서 산에다 알을 낳고/ 물새는 물새라서 물에다 알을 낳는다 / 틀렸고요, 정확히는 (앞부분만 써 보자면) 이러하다.

 

<물새알 산새알> 물새는/ 물새래서 바닷가 모래밭에/ 알을 낳는다/ 보얗게 하얀 물새알/ 산새는/ 산새래서 수풀 둥지 안에/ 알을 낳는다/ 알락달락 얼룩진 산새알


전문을 다 읽어보면 완벽한 생태시이다. 오날날 강에서 바다에서 발견되는, 저 어디 연구실에서 뛰쳐나왔거나 버려진 유전자조작(으로 추정되는) 동물들의 (색다른) 다른색을 보면 섬뜩하여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산과 물이 멀쩡하면 종들도 안녕하니, 난 몇 년 안 된 뒤늦게 깨달은 도른자야 노른자야 은자동아 금자동아.

 

계획에는 이미륵의경 산소의 인연을 시작으로, 정규화 김재원 전헤린(엎어지면 코 닿는 곳의 박완서), 그리고 전헤린이 죽기 전날 술자리에 있었던 (죽은)이들의 산소와 작품(꼼꼼히다시 읽고), 그 전에 내가 시에 맛을 들이게 된 계기인 저 동시의 시인 박목월 산소에 가봐야겠단 생각을 했는데, 멀지도 않은데 아직 못하고 (있는 중인데) 내년에는 해()야 하리라. 왜 못하는가하면 심적 정리가 아직 안못 되었는데, 정규화의 이미륵 발자취를 찾아 헤맬 때 만난 이들(헤린도 만났던), 그 독일인들 등등의 이유가 이유이다. 그들도 죽었고 무덤이 있으니까. 못 가는데 왜 자꾸 생각키는지.

 

행운을 삼태기로 퍼드립니다를 노래하던 대한민국 대표 그룹,‘활활오림픽' 때 교통사고로 죽은강병철과 삼태기의 강병철은 이 노래에 저 노래를 잘 이어 붙여 참 인상적이었다. 미국에서 태어나 미술을 하던 장미셸 바스키아는 이 잡지 문장을 잘라 저 잡지 문장도 잘라, 나란히 줄맞춰 읽을 수 있게 이어 붙이는 것을 다큐멘터리로 본 적 있다. 이러한 것들이 내면에 흡수된 면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 박목월 시전집을 꺼내어 이 시와 저 시를 연결해 읽어 보니, 매끈하여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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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리 로마 발메라이나 H가구 1동 허름한 아파트에, '리치' 성을 가진 한 가족이 살고 있다. 빨래를 못해 때 묻고 꼬질한 차림새인 이들은 아빠 안토니오 리치, 엄마 마리아 리치, 아들 브루노 리치, 갓난아기, 네명이다. 가뭄인지 수도요금을 못 내서인지 집에는 물이 안 나오고, 공동수도(?)에서 한 양동이씩 들어다 쓴다. 제조번호가 새겨진 '피데스 35년' 모델의 자전거를 전당포에 저당 잡힌 돈으로 한동안 연명해왔다.

 

이렇듯 2차대전후 빈곤과 실업으로 절망에 휩싸여 살아가던 어느 날 안토니오는 발메라이나의 직업소개소에서 포스터 붙이는 일자리를 소개받는다. 그 일을 하려면 반드시 자전거를 지참해야 하는데, 전당포에 맡긴 자전거를 찾을 방법이 없어 괴로워한다. 아내 마리아가 혼수로 가져온 린넨과 면 침대시트를 전당포에 맡기고, 그 돈으로 자전거를 되찾자고 아이디어를 낸다.

 

사용하던 것을 걷어 2, 빨래 통에 담아 둔 것 2, 새 것 2, 도합 6장에 받은 금액이 7500리라, 안토니오와 마리아는 흡족하다. 자전거 찾는 비용 6100리라를 주고 나니 1400리라가 남았다. 안장은 나달하고 갈라졌지만, 이제 이 자전거로 인해 먹고 살 길이 열렸다. 삶의 희망이 보이면 매우 나이스한 사람이 되고, 아니면 아닌 아주 보통의 안토니오는 전당포에서 자전거와 웃음을 되찾고, 자전거 앞쪽에 마리아를 태우고 면접을 위해 자신이 일하게 될 사무소로 달린다.

 

다음날 아침 645분부터 일을 시작하기로 하여, 어린 아들 브루노와 점심 샌드위치를 윗주머니에 하나씩 넣고서 기분이 좋아가 상쾌하게 집을 나섰다. 아빠 안토니오는 어린 아들 브루노를 자전거 앞쪽에 태운 다음, 허드렛일로 돈을 버는 주유소까지 태워다주고, 저녁 7시에 데리러 오겠노라 약속하고, 다시 힘차게 페달을 밟으며 자신의 일터로 간다.

 

나무 사다리를 핸드백 마냥 어깨에 메고 자전거를 탄 안토니오와 동료들은, 정작 지급돼야할 자전거는 지급 않고, 개인 사물함, 모자, 구두만 지급한 규모가 큰 회사를 빠져나와, 각자의 구역으로 흩어진다. 한 동료가 안토니오에게 포스터 붙이는 방법을 알려준다. 붓으로 벽에 풀을 바른 다음 포스터를 붙이고, 그 위에다 풀을 한 번 더 바른다. 검사관이 다니며 잘못된 건에 벌금을 매긴다는 설명을 해주고 동료는 자기 일을 하러갔다.

 

플로리다구역에서 사다리에 올라가 열심히 일을 하는데, 한 청년이 벽에 세워 둔 안토니오의 자전거를 훔쳐 달아난다. 안토니오는 소리를 지르며 쫒아 갔으나 못 잡았다. 사실 한 명이 아니고 역할 분담의 3인조 도둑이었으니 놓칠 수밖에. 안토니오는 아들과의 약속시간을 30분이나 어기고, 집까지 데려다는 주지만 자신은 차마 들어가지 못한다. 실망할 아내를 볼 낯이 없다.

 

자전거를 찾기 위한 노력에 있어서 안토니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사람은 없다. 성의껏 도와주는 친구와 그 동료들은 무능하고, 분실신고접수 관청은 직접 찾으라 하고, 경찰도 무용지물이다. 자전거가 주인을 찾으러 올순 없으니 주인이 자전거를 찾으러 다니는데, ‘자전거 원주인안토니오는 비토리오 광장에서 찾기에 실패하자, 포르타 포르테제로 가게 되고 거기서 도둑 청년을 발견한다.


델라 캄파넬라 15번지에 사는 자전거 도둑이자 현 자전거 주인알프레도 카텔리는 그 순간, 적다고 투덜대는 한 노인에게 100리라를 건네고 있었다. 자기 자전거가 된 남의 자전거로 쏜살같이 달아나는 도둑을 눈 앞에서 보고도 안토니오는 그만큼 빠르지 못해 또 놓친다. 반짝이는 새 깡통 2개를 들고 성당으로 가는, 공범으로 추정되는 이 노인을 추궁하며 안토니오와 브루노는 끝까지 따라붙는다.

 

성당 입구에는 자원봉사자들이 면도를 해주고 있는데, 노인 차례가 되자 "수염을 기르는 중이니 얼굴 옆쪽만 밀어달라"고 주문 한다. 대량실업의 시대에 초라하고 헐벗은 이 노인은 비록 지금의 처지는 그러하나, 아직 미적 욕구가 살아있고 지향하는 바가 분명한, 취향 있는 사람이다. 그러니 안토니오가 범인 청년의 집에 당장 함께 가자며, 노인이 성당에 온 목적인 점잖게 식사하기를 못하게 하자, 증언협조강요를 거부하며 (충만한 삶의 의지로)  도망쳐 버린다

 

이때까지 안토니오는 굶으며 아들을 데리고 함께 다니는데, 배고픈 브루노는 뒷마당에서 자원봉사자들이 그릇에 담고 있는 감자와, 국수 삶는 걸 보고 입맛을 다신다. 식권도 받았겠다, 노인의 바람대로 해주고, 자기들도 거기서 배를 채우고 일을 진행할 수도 있는데 싶어서, 점심 먹게 하지 그랬냐고 아빠에게 한 마디 했다가 브루노는 뺨을 맞는다


안토니오는 전당포에서 받은 남은 돈을 꺼내 가늠해보고는 아들을 달래려 식당에 간다. 스파클링 와인(?) 한 병과 모짜렐라 샌드위치를 시킨다. 먹다가 또 우울해진 안토니오는 먹기를 멈춘다. 아들에게 자전거를 왜이리 미친듯이 찾아 헤매야 하는지를 설명하며, 한 달 뒤 받을 급여 액수를 알려준다. 브루노는 연필로 냅킨에다 받아 적으며, 먹으며, 계산도 한다. 한 달 급여 12천리라, 초과 근무수당 2천리라, 가족수당 8백리라. 30일 곱하기 8백에다 12천을 더하고 (다 날아가게 생겼으니) ...음... ()

 

성당 미사를 방해하며 노인 추궁에 바빴던 안토니오에게 성당 사람들은 그 이유를 묻고 들어주기보다 오로지 제의만 중시하며 그를 질책했다. 만약 그 형제자매들과 의논할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첫 월급 때 까지 그들 중에서 자전거를 빌리고, 월급날 새로 장만할 수도 있으려나

 

마리아가 (외상으로) 점을 봤다고 비웃던 안토니오는 절박한 마음에 미신에라도 의지하고자 용하다고 소문난 점쟁이 산토나를 만나러 비아 델라 파길라로 간다. 받은 점괘는 범위가 좀 넓다. 지금 찾을 수도 있고, 영영 못 찾을 수도 있어인데 50리라를 내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안 훔쳤다고 딱 잡아떼는, (코야 길어져라, 피노키오) 청년 알프레도를 발견하고 다그친다. (만약 범인이 아니고 안토니오의 착각에 의해 이러는 것이면, 그는 훗날 불지옥행일 것인바 영화를 몇 번 본 바에 의하면, 범인이 맞다.)

 

그의 집까지 가서 경찰과 수색 하지만 나오는 게 없다. 도둑 알프레도는 순간을 모면하고자 간질 발작 연기를 한다(feat.이동원_내사람이여) 연달아 (feat.손태진_타인). 한 술 더 뜨는 그의 모친은 수모받은 보상을 하라며, 직업을 찾는 중이니 아들 알프레도의 직업을 구해달라고 한다대량 실업의 사회상이 드러나는 장면이 계속 나오는데, 대낮임에도 동네 패거리들이 떼로 몰려와 안토니오를 구석으로 몰아붙인다. 한없이 분한 마음이지만 원래의 자전거 주인 안토니오는 숫자에 밀려 어쩔수 없이 아들과 그 곳을 벗어난다(feat.황영웅_인생아 고마웠다).

 

브루노에게는 전철을 타고 몬테샤크로에 먼저 가서 기다리라 하고안토니오는 벽에 세워진 남의 자전거를 훔쳐 맹렬히 달리는데, 금방 잡혀 군중에 끌려간다(feat.임선혜_울게하소서). 도둑 안토니오를 경찰에 넘기려던 자전거 주인은전철을 놓쳐 모든 것을 목격하고 안토니오를 따라오는 어린 브루노를 보고 측은지심을 느낀다. 그래서 욕은 좀 하지만 경찰서 가기를 포기하고 놓아 준다. 돌뿐인 돌길을, 넋을 잃고 걷다가 눈물을 터트리는 자전거 도둑 안토니오는, 고생 끝에 고생 온 마리아가 있는 집에 가려고 아들 손을 잡고 걷는가. 폐그물에 지느러미가 챙챙 감긴 돌고래처럼, 몸부림친다고 살아지려나.

 

이제 부유한 로마엔 악착같은 도둑이 더 많이 들끓고, 1948년 흑백영화에서 잘 걷고, 잘 달리고, 잘 미끄러지고, 모짜렐라 치즈를 기술적으로 잘 늘여먹고, 슬랩스틱 코미디를 멋지게 구사하던 어린 브루노는, 현 시대엔 좀 이르달 수 있는 85세를 일기로 두 달 전 멀리 저 멀리 건너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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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탄자니아의 거대한 탕가니카(바이칼호 다음으로 크다는)호수에 큰 배가 물살을 가로지른다. 1등석 비용이 부담스러우면 파격적으로 3등화물칸은 한 명 자리 값만 내면 식구들을 같이 타게 해준다(3천원). 몰래 탔다가는 밖으로 던져진다(라는 승객 인터뷰가 있다). 승하선 시에 규칙과 질서가 없어 혼란한데, 다 같이 내리려는 중에 다 같이 오르려는 중이므로 승객들은 폭발하여 몸싸움을 하곤 한다. 파인애플을 차곡차곡 많이 실은 승객은 그 옆 쪽에다 파인애플을 차곡차곡 많이 실은 다른 승객에게 (섞일까봐서인지) 내 파인애플을 왜 던지냐고 화를 낸다.  


힘겹고 붐비는 화물칸에는 돈이 없어졌다고 주장하는 아주머님이 있다. 이십팔만(대장경)육천원이 없어지고 이만오천원 뿐이안 남아 있다고 얼른 내놓으라고 한다. 훔치지 않아 돌려줄 돈이 없다고 주장하는 의심 받는 아기엄마는 가진 돈을 보자는 요구를 결국 '받아 안고' 돈을 꺼내 보인다. 이건 내 돈이라며 흐느껴 운다.“돈 훔친 자에게는 가난이 쫒아갈 것이요, 그 돈을 쓰면 불행이 따를 것이다라며 중재하러 온 선장은 일갈하나, 그녀의 가진 둥 마는 둥 한 액수의 돈을 보더니 돈의 크기가 다르고 액수가 터무니없이 어긋나니 누명이었음을 밝혀준다.


104년 되긴 했지만 개조되어 그럭저럭 굴러가는 이 배의 1등석은 평화롭다. 식당 칸도 시설이 좋다. 선장은 주방장을 칭찬한다. 주방장은 화알짝 웃는다. 오늘 메뉴는 매운 양고기, 튀김류, 쌀밥, 생선 등이 있고, 싣고 가는 싱싱한(=살아있는) 닭들을 소개하며 선장은 이렇게 말한다.“우리는 닭 백 마리를 먹어요.”2,3등석은 냄새만 맡을 수 있죠.


탄자니아는 악마의 손길이 뻗친 낙원 같다(라고 나레이터는 말한다). 소와 야크가 평화롭게 지나가는 아름다운 땅에 주술이 일상생활에 끼어들었다. 무거운 돌을 환자 가슴에 얹고 작은 망치로 살짝 치고, 도끼날을 가슴에 대고도 친다. 팔이나 머리에 면도땡을 살짝 그어 피를 내고 악마를 내보낸다(고 주술치료사는 주장한다). 주술사는 부적을 사업가나 정치인에게 팔기도 한다.


탄자니아에서는 백색증 환자의 신체 일부를 가지면 부자가 된다거나 선거에 당선된다는 미신이 있어서 손가락은 칠십삼만원, 시체는 천만원에 거래된다. 극심한 빈곤으로 인해 그 일을 대행해주고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다. 오밤중에 백색증 환자 집에 침입하여 횃불을 들이밀고 손가락을 잘라 달아났다고 백색증쉼터의 당사자는 증언한다.


25년 동안 탄자니아 인구는 두 배 증가했고 그 나라를 봐서도 지구를 봐서도 무시무시한 속도다. 어떤 어부는 정수 안 된 더러운 탕가니카 호수의 물을 그냥 마시는데 질병과 콜레라 같은 전염병에 노출돼 있다. 먹을 것은 물고기뿐이지만 그물을 쳐도 걸려 나오는 게 없다. 이곳에서 물고기를 잡으려고 노 젓던 사람은 20년 전에는 서른 명이었는데 이후 오백 명이 되더니 지나친 남획으로 씨가 마른 것이다. 태어난 사람 모두 어부가 되고 싶었는지 원, 하며 순둥이 같으면서 무기력한 것 같기도 한 그는 중얼거린다. 그와 같은 어부들은 불빛없이 밤에 고기잡이를 하기도 해 큰 배의 레이더에 잡히지 않아 목숨이 위태롭다. 그래도 그는 이런다. “믿기 힘든 상황이지만 그래도 노력 해야죠.”그의 아내는 이제 농사를 짓거나 소를 기르기를 원하지만 쉽지 않다. 농사도 씨를 살 돈 등 밑천이 든다. 


배가 목적지에 도착했다. 주렁주렁 어린 아이들을 달고 화물칸에 의지해 일단 몇 주 동안이라도 먹을거리가 해결 되었으면 싶은 26살의 자투니도 3일간의 항해를 마쳤다. 밀폐되었으나 창문이 없고 기름냄새가 진동하는 디젤엔진 바로위의 짐칸을 드디어 벗어나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것이다. 오늘 저녁엔 아이들을 먹일 수 있다. 하루 품값 2천원, 첫 직업으로 논일을 택한다.우린 항상 개미처럼 서로 도우며 함께 일하네. 전사처럼 일하네.” 밝디 밝은 얼굴들 여럿이 까딱까닥 흥겹게 노동요를 부르며 기계 아닌 손으로 한국 논과 꼭 같은 탄자니아 논에서 모를 꼭꼭 심는다. 그제서야 나도 흥이 돋는다(feat.흥딩스쿨_잠보 브와나). 돈워리 비해피 하쿠나 마타타. 잠보 잠보브와나. 마징가야 에이아이 로봇아, 모를 심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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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와 무덤에 심취하여 은근 바쁘나 약간의 이성을 할애하여 이 글을 작성한다. 작가 박완서 무덤 잔디는 정기적으로 전문적으로 벌초적으로 관리적으로 잘 되고 있었고, 꽃다발도 몇 개 놓여 있었다. 바람에 흩어진 그것을 잘 모아주며 이 정도면 누울만하십니다’ 했는데 고요하였고, 다음에 가니 히득스그리한 것들은 치우고 빛깔이 선명한 것 하나만 놓여 있고 주변은 온통 여름풀로 가득하나 이곳은 단정하니 풀 깎아놓은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자전거도 사고 자전거 책도 샀건만 공부하기 전 책상 정리하고 서랍 열어 뒤적거리고 필통 들여다보고 하듯이 갖추는 것만 열심 하다.

 

홍콩영화 아비정전에서 초식남 유덕화는 ‘1분세뇌녀’ 장만옥에게 가난에 대한 비교평가자각의 경험을 들려준다.

 “어렸을 때 내가 가난한지 몰랐죠. 근데 친구들은 새 옷을 입는데 나만 단벌 신사더군요.”

 

수길은 가난한 집안의 모든 재화와 공력을 들여 고등학교까지 졸업시킨 믿었던 장남인데 빈둥대기만 하다가 서울로 돈 번다고 떠났으나 2년간 연락이 끊기더니 여러 가지를 사들고 귀향하여 부모와 동생들 모두에게 큰 기쁨을 주지만 읍내서 도둑질로 장만한 것들이라 다음날 경찰에 잡혀가고, 현장검증 하는 날 수남은 사람들 틈에 끼여 형의 그 꼴을 보게 된다.

 

(반려동물이나 반려식물 중에서 하나 키우지, 피터 팬 반려돌은 정말 최고인데, 검은머리 짐승머리 짐승들을 누가, 어느 기관이 떠받들어주고 헤아려준다고 죽으면 태우고 갈아서 어디 가서 버리라는데 뭐하러 평생 갖은 고생과 근심걱정에 짓눌리고 꿰어달려 힘들게 헤매이는 법칙에 뛰어든 것인가 이번 생은 처음이라 아버지여)

기대가 깨진 아버지는 몸져눕고 다음 타자 수남이 돈 벌러 떠날 때 서울 가서 무슨 짓을 하든지 도둑만은 되지 마라” 당부한다.


 숙식제공 되는 전기용품 도매상에서 일하게 된 외롭고 높고 쓸쓸한’ 수남은 어느 날 배달을 나갔다가 귀향결심의 단초가 되는 일을 겪게 된다. 엄청난 바람이 불어 세워 둔 자전거가 어떤 차 쪽으로 절로 넘어진다수남은 못 봤지만 긁혔다고 주장하며 차 주인은 오백 원짜리 자물쇠를 자전거 바퀴에 채우고 길 건너편 자기 사무실로 오천 원을 가져오면 열어주겠단다. 차 주인이 떠나자 구경하던 사람들은 자전거를 들고튀라고 부추기고 울던 수남은 들고튄다. 돌아와서 얘기를 하자 사장은 돈 굳었다고 좋아하며 자물쇠를 해체한다.

 

수남은 열여섯 살인데 옛날 어느 시절에는 그 나이면 부모이기도 하고 어른 대접 받지 않았던가 마는 사람들은 사람 간의 도리에 어두워 머리에 알밤을 먹이곤 하는 등 신체를 함부로 다루기도 한다.

그러나 일단 디지털 시대에 비해 (해법은 모르겠으나) 삶의 문제는 부러울 정도로 단순해 보이지만자전거를 들고튈 때의 짜릿함에 

형을 떠올리고 착잡한 그는 아버지처럼 자신을 반듯하게 세워줄 어른이 없다는 이유로 고향으로 돌아갈 결심을 한다.

 

수남의 시절에는 돈 버는 곳에 세금 있다는 법칙이 없어서 어리고 늙고 간에 가족 개별로 속속들이 세금을 안 냈고 모두 협심하여 (돈을) 같이 똘똘 뭉치면 잘 뭉쳐지고 그렇게들 뭉쳤다. 명도 짧아서 백세까지 살 돈을 장만하지 않아도 돼 어느 정도 때가 되면 아랫대에 내놓고 물러나니 절로 순환이 되었다. 물론 그런 가족공동체시절이었기에 형 수길은 (무상증여 해준 자신에게 무상증여 받으려 기다린다는 것을 알기에 어리석게도) 가족 생각에 도둑()이 되었고 이렇게 소리쳤다.

“2년 만에 빈손으로 집에 들어갈 수는 없었단 말야. 도저히 그럴 수는 없었단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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